[커버스토리=IT 100위 기업 한중일 비교, 동북아 미래경제 승자는 : 일본 27위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르네사스, ‘일본 반도체의 마지막 희망’… 차량용 반도체 선점할까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이하 르네사스)는 일본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와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높은 만큼 일각에서는 르네사스를 ‘일본 반도체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한다.

르네사스는 성장 경쟁력을 잃어 가던 히타치제작소·미쓰비시전기와 NEC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을 분사, 합병해 설립됐다.

한때 일본 내에서는 ‘르네사스가 일본의 반도체 르네상스를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난해 르네사스가 67억 달러(약 7조9000억원)를 들여 미국 통신 반도체 설계 업체인 IDT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일본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IDT는 글로벌 통신용 반도체업계 글로벌 톱3였다. IDT는 통신용 반도체 경쟁력과 자율주행차 부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IDT가 2015년 독일 반도체 솔루션 업체 ZMDI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개발 역량도 확보한 상황이었다.

일본은 1990년대 글로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우뚝 섰고 이어 특유의 기술력으로 부품과 소재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 왔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IT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 밀려 2000년대 이후 특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르네사스의 IDT 인수는 반도체 설계·개발 역량까지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르네사스는 2016년 차량용 반도체 개발 업체 미국 인터실을 32억 달러(약 3조8000억원)에 인수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르네사스는 올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중국 경기 하강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자 르네사스는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13개 공장을 최장 2개월간 가동 중단하기도 했다.

◆치열해지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하지만 3개월 뒤인 올 6월 중국 상하이에 전기차 연구소를 설립하며 차세대 전장용 반도체 시장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르네사스는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독일 폭스바겐과 손잡고 전기자동차 합작 연구소를 설립하며 차세대 시장에서의 기술 선점을 노리고 있다.

전 세계 차량용반도체 패권 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높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 340억 달러(약 40조1000억원) 규모였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2년까지 약 533억 달러(약 62조9000억원)로 5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가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대두되고 있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있다.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온,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르네사스와 함께 전통 차량용 반도체 강자로 꼽히는 기업뿐만 아니라 인텔·퀄컴·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들이 새롭게 뛰어들어 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 기업 역시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자동차 기업이 직접 반도체 제조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7월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덴소와 손잡고 차량용 반도체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내 반도체 제조업체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그룹 관계자는 “앞으로의 자동차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반도체”라며 “그 개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능력을 기업 내부에서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왕좌를 누가 차지할지 주목하는 이유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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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7호(2019.10.21 ~ 2019.10.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