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준의 머니 인사이트]
-바이러스 극복 위한 정책 대응에 주목해야
-반도체, IT 하드웨어, 디스플레이 등은 ‘수급 개선’

[한경비즈니스=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일본·이탈리아 등 주요 제조업 허브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높이고 있다.

매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던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 박람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는 33년 역사상 처음으로 취소됐고 3월 5일 개막될 예정이던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도 43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됐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공포감 속에서도 2월 19일 이후 신규 확진자 수의 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는 불가피

반면 2월 중순부터는 안타깝게도 한국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염병 확산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2월 26일 오후까지 총 1261명의 확진자와 1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정부는 이에 앞선 2월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제한적 전파)’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지역사회 전파 및 전국적 확산)’ 단계로 격상했다. 심각 단계 발령은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는 3월 중순…위험자산 투자의 기회
한국이 유일하게 전염병의 감염원을 추적하지 못하는 지역사회 감염을 겪었던 사례는 2009년 신종 플루 당시였다. 2009~2010년 신종 플루로 74만 명의 감염자와 26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5월 최초 감염자 발생 이후 코스피지수는 5% 수준의 조정을 겪었고 6월 백신 개발로 빠르게 회복되기도 했다. 하지만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증시는 재차 11% 하락했다. 당시 한국 증시는 신흥 시장 대비로도 큰 폭의 약세를 겪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춘제 연휴 기간을 연장하면서 일부 중국산 중간재와 부품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월 초부터는 글로벌 제조업 기업들의 일시적인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공장 가동 중단을 발표했고 이후 재가동에도 불구하고 부품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본의 도요타·닛산, 독일의 다임러, 미국의 포드·테슬라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중국의 생산과 유통을 마비시키고 중국 인접 국가와 교역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향후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마침 중국 밖에서도 한국과 일본(178명), 이탈리아(374명) 등 제조업 국가들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중이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4.3%에서 지난해 16.3%까지 높아졌다. 중국의 생산 차질은 전 세계 공급망 충격을 통해 주요 교역 상대국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조업일수 감소 폭을 고려한 중국의 생산 감소 폭은 약 18%에 달해 상반기 중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인 5.9%보다 0.3%포인트 낮아진 5.6%로, 특히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후베이성의 집중 산업인 자동차와 정보기술(IT) 관련 중간재 생산 비중까지 고려하면 중국의 생산 차질 여파는 한국·베트남·일본 등 중국산 중간재 수입이 큰 국가들의 성장세 약화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다만 모든 산업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IT 산업 중에서도 중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 스마트폰·가전 부문은 생산 차질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지만 반도체, IT 하드웨어, 디스플레이 업종은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 차질과 신규 라인 투자 지연 등이 오히려 수급 개선과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 충격 속에서도 가격이 신축적이면서 수요가 비탄력적인 중간재의 매수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전염병 확산의 사례를 감안할 때 중국 내 코로나19의 충격은 2월을 정점으로 4~5월 내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중국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지역사회 전파가 중국보다 한 달여 뒤 시작됐다는 점에서 3월 중순까지가 신규 확진자 수 급증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충격은 상반기에 집중되겠지만 경험적으로 전염병의 부정적 충격은 일시적이었고 경제와 주식 시장의 장기 추세를 꺾었던 사례가 없었다는 학습 효과가 금융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전염병에 따른 상반기의 생산 부진은 하반기의 생산 확대로 이연돼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경기 둔화 우려는 주요국들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주식은 완만한 경기 개선과 글로벌 유동성 확장세가 이어지면서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시장이 큰 만큼 바이러스의 영향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데다 대차대조표 확대 속도 둔화로 밸류에이션 멀티플 추가 상승 기대가 낮아지고 있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세론이 재차 강화되면서 단기적으로 추가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완화 기조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고점 대비 10%(3050포인트) 이상 의미 있게 하락한 적은 없었다. 매물대가 집중된 1차 지지선인 3150 아래에서는 추가 비중 확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 주식 시장은 전염병의 영향이 단기에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미·중 무역 분쟁 완화에 따른 경기 저점 기대와 정부의 정책 지원에 대한 신뢰 강화, 양호한 유동성 공급 지속 등에 따라 신경제 분야(전기차·5G·반도체)의 견고한 실적이 이어지는 중이다. 중국 경제가 1분기에 저점을 형성하고 2분기부터 강한 반등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 주식의 단기(3개월)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한다.

◆코스피지수, 2100 이하에선 분할 매수 추천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는 3월 중순…위험자산 투자의 기회
한국 주식 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이 확인된 만큼 이익 추정치 하향과 주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2009년 신종 플루의 사례를 감안할 때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최대 10%(2000포인트 초반) 내외의 조정 가능성이 있다. 실적 전망이 하향되던 2019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 평균 10.7배 수준인 2100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를 권고한다.

1분기 말에는 코로나19 확산 속도의 정점과 함께 글로벌 경제도 저점 이후 경기 부양책들의 영향으로 하반기 중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유지한다. 국내의 전염 확산은 3월 중순까지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전망의 시계를 조금 더 확장해 보면 글로벌 경제의 성장 속도는 2020년 상반기 2%대 초반에서 2020년 4분기와 2021년 상반기에는 3%대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상반기 부진이 하반기에는 회복되면서 생산과 교역, 투자를 증가시키는 선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상반기 중 부진했던 소비와 서비스 부문의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 신용 공급 정책도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의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는 여전히 위험 자산 투자의 기회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