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정부의 비상 경제 대책, ‘대량 실업’ 먼저 막자 [김태기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수출과 수입은 물론 자본 시장 개방도가 높아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소비와 투자가 이미 격감했는데 세계 경제 침체라는 더 심각한 악재가 덮친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유럽·미국·중남미·아프리카 등 세계 전체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금융 위기 이후 양적 완화를 통해 경기 침체를 막으려다 경제 기반이 허약해졌기에 더욱 그렇다.

경제에 거품이 끼어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으니 경기 침체에 따른 대량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한국은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에 더 취약한 나라다. 양적 완화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등장 이후 3년 동안 소득 주도 성장과 재정 투입 성장이 판치면서 실물 경제에도 거품이 잔뜩 끼었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괴리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 정부의 선심성 재정 지원 사업과 규제 강화 정책은 민간 부문의 혁신을 직간접적으로 가로막았다.

정부의 지원이 사라지면 무너지는 좀비 기업의 일자리로 실업률을 낮춰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쉽게 무너지는 살얼음 경제로 바뀌어 왔다. 경제가 붕괴하는 임계점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와 세계 경제 침체가 그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실업은 취약 계층부터 시작해 노동 시장 전반으로 확산한다. 초단시간 아르바이트와 단기 계약 일자리 등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도 기업의 부도와 파산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대량 실업의 규모는 정부의 비상 경제 대책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면 실업률은 외환위기 당시 1998년 7.0%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권 들어 인건비가 급격하게 커지고 노동 시장 규제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세금 낭비라고 할 정도로 닥치는 대로 재정을 투입해 왔기 때문에 재정을 더 확대해도 대량 실업을 막기 어렵고 재정 위기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상 경제 회의에서 과감한 정책을 주문했다. 경제가 어렵고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주문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때부터 했지만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한다고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무원들이 액면 그대로 과감하게 대책을 제시했다가는 문책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특별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추가경정예산 확대 등 기존 정책을 강화했고 주가 폭락 이후의 공매도 금지처럼 뒷북 대책으로 일관했다. 행정도 바뀌지 않아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에 지원할 자금은 있어도 집행은 늑장을 부렸다.

대량 실업은 코로나19보다 무서운 전염병이다. 코로나19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더 위험하듯이 대량 실업도 마찬가지다. 비상 경제 대책은 대량 실업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문 정권은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 무분별한 재정 지원은 좀비 기업만 늘리고 오히려 우량 기업이 일어서기 어렵게 만들었다.

기업의 인건비를 높이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노동 정책으로 경제를 대량 실업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대량 실업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구조 조정을 선제적으로 하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진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의 비상한 각성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