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당주를 주제로 책을 내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금융감독원·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에서 연금만 담당했습니다. 연금이 제 업(業)이죠.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그룹 경영 관리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미국 기업의 배당 특성을 알게 됐습니다. 우선 3개월마다 배당을 한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또 배당 패턴(dividend pattern)이 안정적이에요. 주가에는 안정적인 패턴이 없지만 배당에는 안정적인 패턴이 있어 예측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배당주는 연금 자산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금처럼 노후에 꾸준히 현금 소득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먼저 책을 쓰고 뜻을 같이하는 퀀트 전문가들과 함께 회사를 차려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 배당 투자로는 국내에서 둘째 책이고 특히 고정 배당 우선주나 고배당주를 처음 소개하면서 입소문을 탄 게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왜 미국 배당주입니까.
“번듯한 건물을 사 월세를 받으며 살면 좋겠죠. 하지만 99%는 건물주가 아니에요. 평범한 직장인들은 퇴직해 대략 2억~3억원의 종잣돈을 가집니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기타 금융 소득으로 살아가야 해요. 만약 국민연금 100만원, 개인연금 50만~100만원, 연금 소득으로 100만원을 만든다면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 배당주는 유형이 다양해 잘만 접근하면 2억~3억원 투자로 5~8% 배당률이 가능합니다. 연금 자산이 갖춰야 할 기본 속성이 있습니다. 자산의 ‘처분’ 없이 소득 흐름을 정기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일드(yield) 자산이라고 하죠. 대표적인 게 은행 예금인데 제로 금리 기조여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 배당주도 주식 투자여서 원금 변동성이 있습니다. 이때는 평가 금액의 변동성이 아니라 원금에서 창출하는 소득 흐름의 안정성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해요. 그러면 장기 투자가 되죠. 소득을 통해 적립식으로 재투자하면서 원금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배당 투자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모든 투자에서 좋은 자산을 고르는 게 기본이죠. 결국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변동성 장세에서 어떤 원칙을 갖고 얼마나 버텨내느냐가 핵심입니다. 미국 배당주는 배당으로 버텨낼 수 있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제공합니다. 정말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업의 약 80% 정도가 배당을 합니다. 배당 투자의 핵심은 주가 차익보다 배당금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물론 미국 주식 중에서 배당금을 주지 않는 성장주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팡(FAANG :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은 배당금이 없어요. 팡이 미국 주식 투자의 대세라지만 저는 여기에는 관심을 덜 두는 편입니다. 기업의 실적 전망을 통해 주가를 예측하면서 대응해 나가기보다 무엇보다 소득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게 목표로 배당금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배당주가 아직 대세 투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배당 투자는 기본적으로 트레이딩 관점의 투자는 아닙니다. 바이 앤드 홀드(매수 후 보유)가 기본 원칙이에요. 거래 빈도도 낮죠. 꾸준히 모아 가는 컬렉팅의 관점이 적합한 것 같습니다. 미술품을 수집하듯이 좋은 자산을 계속 모아 간다면 배당금을 통해 재투자하면서 복리 효과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투자하죠. 안정적이고 보수적 성향인 이들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이 책의 특징은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고정 배당 우선주를 소개한 데 있습니다. 액면가 25달러 기준으로 연 5~7%의 배당금이 고정돼 있거든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배당 투자의 비밀 병기라고 했어요. 미국에서 제일 큰 은행인 JP모간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씨티은행 등 4대 은행에서 연 5~6% 정도의 고정 배당금을 줍니다. 일종의 채권형 주식이죠.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는 은행 이자 대비 매력적이잖아요. 우선주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미국 우선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 ETF들은 100~450여 개 종목의 우선주에 투자하면서 대부분 한 달마다 배당해요. 연간 단위로 보면 연 6%대의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좀 더 일찍 배당 투자, 인컴 투자에 대한 붐이 불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다면 우리 사회는 많이 달려졌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주식 시장이 성장해 왔는데 배당 투자라는 씨앗이 그때 심어졌다면 투자자 저변이 훨씬 넓어졌을 거예요.”
투자 목표 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는 게 좋습니까.
“우선 목표 배당률을 설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근로소득과 재산을 통해 노후에 필요로 한 자산을 생각해 보고 목표 배당률과 투자 기간을 정하는 거죠.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합니다. 첫째는 배당 성장형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겁니다. 미국에는 최소 25년 이상 연속해 배당금을 올려 온 배당 챔피언 기업들이 있어요. 2018년 말 131개 기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3M은 100년 전에 주주 배당을 시작해 1958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배당금을 인상하고 있죠. 코카콜라는 50년 이상, 펩시콜라는 40년 이상 증액해 왔어요. 이들 배당 성장주는 당장의 배당률이 낮지만 과거 경제 위기에서도 증액해 온 안정성을 보여 줘요. 그 가운데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골라 투자한다면 배당금을 늘리면서 주가 차익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겠죠. 또 고정 배당 우선주나 고배당주를 통해 배당 수익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락장이나 약세장이 아님에도 배당률이 연 7~10%에 달하는 고배당주들은 불확실한 주가 수익보다 확실한 배당금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들에게는 어려운 투자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배당주 투자가 불안한 이들에게 강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의 국채형 ETF, 채권형 ETF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연 2~3% 정도로 은행 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예요. 특히 지금과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로 미국 주식 시장이 폭락할 때도 그 자산들은 흔들리지 않았거든요. 여기에 추가적으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평소에 눈여겨보던 종목들을 저가 매수해 배당률을 드라마틱하게 올릴 수도 있어요. 특히 지금과 같은 폭락장에서는 환율이 문제가 됩니다.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이 어려워지면 역설적으로 환율이 올라요. 기축 통화여서 세계의 갈 곳 없는 자산들이 미국 국채에 몰리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죠. 그 상황에서 새롭게 환전해 투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평소에 한국 자산만 눈여겨보지 말고 예금을 대신해 조금씩 투자해 놓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동학개미운동과 같이 ‘배당개미운동’을 하는 것이죠.”
코로나19 이후 미국 배당주 투자에선 어느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요.
“우선 은행주와 금융주의 배당 성장성이 둔화될 겁니다. 은행주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배당금을 삭감했다가 연평균 2~3%씩 폭발적으로 다시 늘려 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대출 부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이죠. 배당주가 유명한 업종은 신산업보다 전통 산업들이에요. 예를 들어 식음료 산업은 경쟁 구조가 확실하죠. 보통 우리가 익숙한 소비재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유틸리티 업종도 관심을 가져볼만 합니다. 한국에 한국전력이 있다면 미국에는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전기·수도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불황에도 유틸리티 기업은 살아남겠죠. 또 리츠(REITs)를 추천합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6호(2020.05.09 ~ 2020.05.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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