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D 커피 시장 1조3127억원까지 성장
-롯데칠성·동서식품 경쟁 ‘점입가경’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캔·컵·페트병에 담아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는 ‘즉석 음료(RTD) 커피’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국내 소비자들의 갈수록 높아지는 ‘커피 사랑’에 힘입어 매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RTD 커피 시장 규모는 1조3127억원에 달한다. 2017년(1조830억원)과 비교하면 20% 정도 덩치가 불어났다.
그만큼 시장의 판도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1위와 2위 업체 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1위인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를 2위 동서식품이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롯데칠성, 칸타타 앞세워 업계 최강자로
시장 규모에서도 나타나듯이 캔·컵·페트 형태로 판매되는 RTD 커피는 갈수록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가격이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관련 기업들이 갈수록 깐깐해지는 소비자의 입맛을 반영해 맛은 물론 용량까지 업그레이드한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시장 규모는 계속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RTD 커피 시장에서 롯데칠성은 20년 넘게 1위를 수성하며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1991년 출시하며 이제는 캔커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레쓰비’가 그 시작이었다.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먼저 시장에서 판매 중이었던 국내 캔커피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에 밀려 고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과 광고 등을 앞세워 밀어붙인 끝에 1998년 시장 1위에 올라서게 됐다.
2007년 ‘칸타타’의 출시는 롯데칠성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커피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는 것을 포착해 만든 프리미엄 캔 커피 제품이다. 칸타타 출시 당시 국내 커피 시장은 소비자들의 맛 선호도가 급격하게 변화하던 시기였다. 거리엔 커피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달달한 맛보다 아메리카노와 같은 쓴맛의 커피를 찾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롯데칠성 역시 변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레쓰비 만으로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커피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한 제품을 연구했고 이런 의지를 담아낸 것이 바로 칸타타다.
칸타타는 커피 전문점의 절반 수준의 가격에 아라비카 고급 원두로 만든 커피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또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겉면 역시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제작하며 야심차게 시장에 내놓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칸타타는 출시 5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인기는 현재도 식지 않고 있다.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간 끝에 지난해 약 2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미 레쓰비 매출액을 넘어섰고 롯데칠성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롯데칠성은 레쓰비와 칸타타를 앞세워 업계 1위를 놓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동서식품이 그 뒤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 올해 1위 탈환 기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동서식품의 RTD 커피 시장점유율은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16.2%로 3위에 불과했다. 당시 롯데칠성의 점유율은 27.7%로, 동서식품과의 격차가 상당했던 것은 물론 매일유업(16.8%)에도 뒤처지는 상황이었다.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동서식품은 2017년 18.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매일유업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과시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롯데칠성과 매일유업 등 경쟁사들의 점유율이 주춤하는 상황 속에서도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 가며 확고한 2위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위를 넘볼 정도로 롯데칠성을 따라잡았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롯데칠성과 10%포인트 벌어졌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약 3%포인트로 좁혀졌다.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RTD 커피 시장점유율은 롯데칠성이 26.3%, 동서식품이 25.7%로 엇비슷하다. 동서식품 내부에서는 현재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비로소 롯데칠성을 추월하고 업계 1위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동서식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인 ‘일등 공신’은 ‘맥심 티오피(T.O.P)’다. 동서식품은 1986년 ‘맥스웰하우스’로 RTD 커피 시장의 서막을 열었지만 이후 롯데칠성에 밀리는 등 고전했다.
이런 가운데 2008년 롯데칠성과 마찬가지로 당시 커피 시장의 성장성과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면서 티오피를 출시하게 된다. 자체 노하우로 개발한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을 활용해 커피 전문점에 견줄 맛과 향을 담아 시장에 선보이며 옛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것보다 판매량은 부진했다. 각 커피 브랜드별 매출액을 비교하면 매년 5위 정도의 성적표를 받아드는 데 그쳤다.
동서식품이 매일유업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선 2017년은 티오피의 판매량이 껑충 뛴 해로도 기억된다. 판매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고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캔은 물론 컵·페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대용량 등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발매한 것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와의 협업도 동서식품의 점유율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다. 동서식품은 2005년부터 스타벅스와 제휴, 스타벅스 음료의 한국 내 판매와 유통을 담당해 왔다.
편의점 등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스타벅스 로고를 입힌 컵 커피와 캔 커피 등이 알고 보면 동서식품에서 만든 제품들이다. 국내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스타벅스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해당 제품들의 매출액 또한 꾸준하게 상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점유율 격차가 크게 좁혀진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양 사의 각오도 남다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칸타타 브랜드를 앞세워 캔·페트병·파우치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며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올해 역시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커피 신제품들을 새롭게 선보여 점유율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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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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