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최태원 SK 회장 27년 투자 ‘결실’
-SK바이오팜 상장 기대감에 SK(주) 주가 고공행진
-SK팜테코는 미국 정부에 필수 의약품 공급
똘똘한 제약·바이오 자회사에 웃는 SK(주)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5월 들어 40% 가까이 올랐다. SK(주)가 주식 100%를 보유한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SK바이오팜은 5월 1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IPO 시장 침체 속의 대어 등판 소식에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 바이오 제약 사업의 양 날개인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에 대한 기대로 모회사인 SK(주)가 주목받는 것”이라며 “SK(주)는 SK바이오팜 상장에 따른 구주 매각 대금 등으로 주주 환원 걱정을 일시에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상장 가능성이 높은 SK팜테코 등 회사의 가치를 높여 줄 잠재적 이슈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태원 회장의 27년간 ‘뚝심’ 투자 결실

증권가는 SK바이오팜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례처럼 상장 직후 코스피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공모가 상단 시가총액을 가정하면 코스피200 지수 조기 편입 가능성이 있다”며 “11월 반기 리뷰 시점까지 시총이 5조원 이상으로 증가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편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IPO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SK바이오팜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강행한 배경에는 지난 27년간 심혈을 기울여 바이오 제약 사업을 육성해 온 SK의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비즈니스 분야로 바이오 제약 사업이 손꼽히는 가운데 관련 사업을 꾸준히 키워 온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2016년 6월 경기 판교의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1993년 신약 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며 “글로벌 신약 개발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던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할 것”이라고 격려한 바 있다.

SK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신약 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사 직속으로 둬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기술 수출 없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상업화 단계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국내 첫 사례다.

엑스코프리는 2001년 기초 연구를 시작으로 임상 시험과 인허가 과정까지 총 18년에 걸친 SK의 투자와 의지가 만들어 낸 신약이다.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 FDA에 신약 판매 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로 건물 90층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들도 어려워하는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그것도 기존 약으로도 낫지 않는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것은 대한민국 바이오 제약 산업 역사에 획을 그은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연간 최대 매출액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통상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는 10여 년간 수익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게 된다. SK는 이를 기반으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동아시아 등에서도 엑스코프리의 상업화에 착수할 계획이다. 엑스코프리는 이미 유럽 아벨 테라퓨틱스에 5억 달러(약 6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됐다. 유럽 지역 상업화를 위해 이뤄진 중추신경계 기술 수출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이 수면 장애 질환 분야 글로벌 1위 제약사인 재즈파마슈티컬스(이하 재즈)에 기술 수출한 수면 장애 치료제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는 지난해 미국 판매에 이어 지난 1월 유럽의약청(EM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재즈는 수노시를 독일(2020년)과 프랑스·영국(2021년) 등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제품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는 수노시의 미국 내 연간 매출액이 7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상장 추진에 시장 ‘들썩’
똘똘한 제약·바이오 자회사에 웃는 SK(주)
SK바이오팜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막바지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은 6월 중순께 수요 예측을 거쳐 공모가액을 확정한 뒤 6월 말 청약을 받는 등 6월 안에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 상장을 통해 마련되는 재원으로 SK(주)의 미래 성장 사업 추진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IPO를 통해 최대 총 9592억원(공모가 밴드 3만6000~4만9000원 상단 기준)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 후 총 주식 수(7831만3250주) 적용 시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은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제시한 희망 공모가에서도 SK(주)의 자신감이 보인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은 기업 가치를 책정하기 위해 ‘EV÷파이프라인 기법’을 도입했다. 중추신경계에 특화된 글로벌 제약사 4곳(벨기에 UCB SA, 미국 아카디아, 조게닉스, 인트라셀룰러)을 비교 대상 그룹으로 설정해 이들의 기업 가치(EV)를 기대 시장 규모로 나눈 뒤 그 평균치를 SK바이오팜에 적용하는 상대적 가치 평가 기법이다.

SK바이오팜은 임상 3상 이상의 파이프라인인 세노바메이트·솔리암페톨·카리스바메이트만 밸류 측정에 적용했고 이들의 기대 시장 규모를 6600억원 정도로 산출했다. SK바이오팜이 통상 국내 바이오 기업 밸류에이션에서 주로 사용하는 추정치 기준 주가수익률(PER)보다 현실적인 기업 가치를 기반으로 시장 눈높이에 맞는 보수적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면서 시장에서는 IPO의 흥행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SK바이오팜 상장으로 SK(주)의 가치 또한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구주 매출로 SK(주)에 최대 약 3070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인데다 상장 후에도 SK바이오팜에 대한 SK(주)의 지분율이 75%에 달해 여전히 높은 지배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주) 관계자는 “SK의 주력 신약들이 최종 상업화 단계에 속속 접어들고 있고 SK바이오팜의 IPO도 막바지 단계에 다다르면서 본격적 재무 성과 창출이 기대된다”며 “신약 판매를 통한 안정적 재무 구조를 갖추는 한편 후속 파이프라인의 상업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 체인 통합한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똘똘한 제약·바이오 자회사에 웃는 SK(주)
SK(주) 바이오 제약 사업의 또 다른 축인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 역시 순항 중이다. SK(주)는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미국·유럽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 법인 세 곳을 통합해 지난 1월 미국 새크라멘토에 ‘SK팜테코’를 설립했다. 글로벌 CMO업계의 대형화 추세에 발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

의약품 생산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생산 시설을 보유하지 못한 신생 제약 업체뿐만 아니라 기존 대형 제약사들도 전문 CMO에 의약품 생산을 맡기는 추세다. 글로벌 CMO들은 임상 단계는 물론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다양한 원료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대형 수주가 가능한 만큼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CMO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7%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선도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5%를 웃돈다.

SK팜테코의 글로벌 생산 규모는 100만 리터 수준이다. SK(주)는 신약 개발 부문과 CMO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2025년 이후 CMO 사업 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SK바이오팜과 CMO 통합 법인 SK팜테코를 통해 신약 개발부터 의약품 생산, 마케팅 등의 밸류 체인을 통합해 독자적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 제약 기업으로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SK팜테코의 미국 생산 법인 앰팩(AMPAC)은 5월 20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미국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필수 의약품 확보 사업의 핵심 공급처로 선정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팜테코는 최대 1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안정적 공급망 확보는 물론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내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우수한 품질의 원료 의약품을 독자 공급할 수 있는 CMO로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앰팩은 버지니아와 캘리포니아 설비 외에 버지니아 공장 내 생산 설비를 추가 확보해 원료 의약품을 생산한 뒤 필수 의약품 관련 비영리 법인인 플로에 공급할 예정이다.

SK(주)는 최근 들어 대표적 바이오 의약품이자 고부가 영역으로 꼽히는 항체 신약 개발 분야 플랫폼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주)는 항체 발굴 관련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한 벤처 기업 ‘허밍버드 바이오사이언스(2020년 5월)’와 ‘하버바이오메드(2019년 10월)’ 등에 투자하며 바이오 분야 혁신 기술 선점에 나섰다.

업계는 SK(주)가 선제적 투자를 통해 후보 물질 디자인부터 발굴, 임상에 이르는 항체 신약 개발 전 과정의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K(주) 관계자는 “SK(주)는 신약 개발부터 임상 시험과 글로벌 상업화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SK바이오팜은 물론 CMO 통합 법인인 SK팜테코 설립으로 글로벌 톱10 CMO 도약을 위한 여건도 마련했다”며 “자체 경쟁력과 글로벌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확보한 혁신 기술의 시너지를 통해 바이오 제약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