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코로나19에도 어닝 서프라이즈
-단순 점포에서 생활 물류 거점으로 끝없는 혁신

시장 포화라더니 5년 새 2배 성장…유통 대장주 노리는 ‘편의점 미스터리’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시가 총액(주가×총주식 수)’은 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편의점은 올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업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6월 4일 종가 기준) 유통주 시총 순위를 살펴보면 ‘톱3’ 가운데 편의점이 두 곳이나 들어가 있다. 1위 이마트를 2위 GS리테일(GS25)과 3위 BGF리테일(CU)이 추격 중이다. 앞선 5월 14일에는 GS리테일이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 대장주’에 오르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의 급격한 팽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연이는 악재는 롯데·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마저 두 손을 들게 만들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한 점포 구조 조정이 한창이다.

편의점업계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 등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점포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계속해 편의점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 그 배경이다.

◆5년 새 매출이 두 배나 늘어난 편의점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통계를 보면 주요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총매출액은 2014년 약 13조8000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약 25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5년 사이 시장 규모가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올해 불어 닥친 코로나19의 악재도 편의점의 기세를 막아서지 못했다. 주요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업계 1위인 GS리테일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은 2조14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낮은 증가세(2.8%)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8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14.7% 급증했다.

라이벌인 BGF리테일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하지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늘며 상승세를 이어 가는 데 성공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병원·대학가·관광지 등에 있는 특수 입지 점포가 많아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최근 개학 등이 이어지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2분기 편의점업계의 실적 전망을 밝게 예상하고 있다.

사실 편의점이 지금처럼 잘나갈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오래전부터 ‘시장 포화’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편의점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며 거리 곳곳에 들어섰다. 그 수가 매년 수천 개에 달했다. 2007년 전국 편의점 수가 1만 개를 돌파하며 ‘레드오션’으로 분류됐다.

당시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국내 편의점 수가 1만5000개를 넘어서면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뒤집어졌다. 부정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규 출점 점포 수는 단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 늘어나는 매장 수에 발맞춰 전체 편의점 시장 역시 계속해 팽창 중이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꾸준히 올랐다.

업계에서는 그간 쏟아졌던 우려가 지금의 편의점 산업을 꽃피우게 한 주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편의점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점포에서 24시간 손쉽게 음료수나 과자 등 간식을 구매할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 ‘편의점’이다. 하지만 갈수록 점포 수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생필품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꾸준한 서비스 혁신이 성장의 비결


편의점업계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서비스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이어 왔다. 매년 바뀌는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찾고 여기에 부합하는 서비스들을 매장에 하나둘 선보인 것이다. 특히 거리 곳곳에 자리한 편의점만의 강점을 살려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진화를 거듭했다.

‘택배’를 예로 들 수 있다.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이들과 증가하면서 자연히 늘어난 것이 택배 상자다. 이에 편의점업계는 거리 곳곳에 점포가 자리한 강점을 살려 소비자들이 쉽게 택배를 찾고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를 200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도입했다. 지금은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점포를 찾기 어렵다.

최근에는 ‘무인 택배함’ 운영, 직접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 상품을 수거하는 ‘방문 택배’ 등 한층 진일보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생활 물류 거점’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서비스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요즘 급증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승차 공유 등 이른바 ‘모빌리티족’을 겨냥해 이를 빌리고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 편의점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장 포화라더니 5년 새 2배 성장…유통 대장주 노리는 ‘편의점 미스터리’
지역 세탁소와 연계해 세탁물을 편의점에 맡기면 1~2일 내에 지정한 주소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세탁물 처리’도 편의점에서 도입한 새로운 서비스 중 하나다. 또한 상품을 주문하면 빠르게 전달해 주는 배송 서비스에도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 미납 요금 조회, 공과금 납부 등의 번거로운 업무도 이제는 편의점만 찾으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점포를 찾은 소비자들의 추가 구매로까지 이어지며 전체적인 실적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편의점 수는 대략 4만2000여 개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1만여 개 이상의 편의점이 더 들어설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편의점이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1인 가구 증가와 비대면 소비 확산 등을 고려할 때 편의점업계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