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3기 신도시 어디가 좋을까']

- 분당·일산 등 계획에서 입주까지 7년 ‘초스피드’
- 자족성 낮고 노후화 대안 과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시대가 변했다. 그리고 도시도 변했다. 정확히 말하면 도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과거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인 집과 도로가 건설되면서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도시는 사람들의 삶과 의견을 반영해 계획적·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쾌적한 환경, 생활하기 편리한 인프라,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를 우리는 ‘신(新)도시’라고 부른다.

◆ 신도시 개발의 과거와 현재
수도권 인구 10%가 살고 있는 ‘신도시’의 역사…1기 5곳, 2기 10곳 탄생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 즉 신도시가 한국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62년이다.

울산 공업특정지구를 지정하고 공업 단지를 건설하면서 인구 15만 명을 수용하는 배후 도시 신시가지가 계획적으로 개발됐다. 비슷한 시기 서울과 경기권에도 신도시가 건설됐다. 도시화에 따른 도심 혼잡을 막기 위해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신시가지를 조성한 것이다.

무허가 판자촌 철거민들의 이주 정착지로 광주대단지(성남)가 개발됐고 서울에서도 여의도와 영동지구(서울 강남지역)가 만들어졌다.

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과 수출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조성된 공업 단지의 배후 도시가 계획적으로 조성됐다. 수출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조성된 구미를 비롯해 창원· 여천·반월(안산)등 임해공업단지 배후 도시가 이 시기에 조성된 신도시들이다.

특히 1976년에 계획돼 그 이듬해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반월신도시는 기성 시가지가 아닌 지역에 독립적으로 개발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이를 한국 최초의 계획적 신도시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1960년대에 이어 1970년대에도 수도권에서는 강북 도심의 과밀 문제 해결을 위해 영동·잠실지구 개발이 계속됐다. 과천 역시 이때 만들어진 신도시다.

1980년대에는 주로 서울의 주택 문제 해결과 행정 기능의 지방 분산을 위한 신도시 건설이 주를 이뤘다. 당시 개발된 개포·목동·상계 신시가지는 서울의 시내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개발된 ‘도시 내 신도시’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신도시는 주로 공업단지의 부속적 기능을 담당하거나 기존 도시의 확산 과정에서 소규모로 이뤄진 계획지구였다는 점에서 대규모 종합적 정주 공간으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신도시 주거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된 것은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제1기 수도권 신도시’ 건설 사업이다. 분당과 일산 등 이 시기에 만들어진 신도시들은 한국 신도시의 대명사가 돼 사람들에게 신도시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각인시켰다.

‘천당 위 분당’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신도시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주거 공간으로 다가왔다. 질서 있게 지어진 아파트 단지와 잘 정돈된 도로와 공원 등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춘 신도시는 한국 주거 공간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 줬다.

1기 신도시는 수도권 주택난 해소를 위해 1989년 정부가 계획한 주택 200만 호 공급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5대 신도시 50.1㎢ 면적에 29만2000호의 주택을 공급해 116만8000명을 수용하도록 계획됐다. 이는 1995년 당시 수도권 인구의 5.8%에 해당하는 규모로, 당시 폭등하던 주택 가격 안정에 상당히 기여했다.

이후 2003년 서울 주택 수요의 분산과 수도권 지역의 거점 기능을 담당할 목적으로 ‘제2기 수도권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화성(동탄1,2신도시)·평택(고덕신도시)·수원(광교신도시)·성남(판교신도시)·송파(위례신도시)·양주(옥정신도시)·파주(운정신도시)·인천(검단신도시) 등 10개 도시다. 총면적 124.1㎢에 60만8000호의 주택을 공급해 155만9000명을 수용하도록 계획됐다.

평균 부지 면적 규모와 평균 주택 호수의 측면에서는 제1기 신도시와 유사하지만 평균 가구원 수의 감소에 따라 수용 인구는 훨씬 적게 설계됐다.

2021년까지 2기 신도시가 모두 완성되면 1·2기 신도시가 수용하는 계획 인구는 272만7000명(국토교통부, 2010년)으로, 이는 현재 수도권 거주 인구 2596만 명(통계청 2020년 6월 기준)의 10.5%에 해당한다.

물론 신도시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자족성이 떨어지고 모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인해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비판받는 곳도 상당수다.

또한 대단지 고층 아파트 위주의 주택 개발이 주는 단조로움과 재생의 어려움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3기 수도권 신도시 개발 계획’을 추진하자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의 신도시 개발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특히 제1기 신도시는 1989년 계획이 수립된 이후 30만 호에 가까운 주택을 짓고 120만 명 정도의 인구를 모두 이주시키는 데 7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개발이 진행된 데는 1980년 제정돼 그 이듬해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택지개발촉진법(이하 택촉법)’을 통한 공영 개발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택촉법은 신도시 개발을 위한 특별법으로, 신속한 개발을 위해 주택 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 및 관리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 개발을 위해서는 각종 법률과 규정에 따른 인가·허가·협의 등을 거쳐야 하는데 택촉법은 택지 개발 사업이 실시 계획을 승인받음으로써 19개 법률에 의한 각종 인가·허가·협의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 급격한 신도시화에 따른 기대와 우려
수도권 인구 10%가 살고 있는 ‘신도시’의 역사…1기 5곳, 2기 10곳 탄생
한국 신도시는 고층 아파트 중심의 고밀도 개발을 특징으로 한다. 먼저 개발이 완료된 한국의 대표적 신도시인 제1기 수도권 신도시를 보면 주택 중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92.2%나 된다.

제1기 신도시 중에서 아파트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인 일산도 비율이 84.1%나 돼 경기도 전체 비율인 58.5%(2015년 기준)보다 훨씬 높다. 아파트 비율이 가장 높은 산본은 비율이 98.7%에 이른다.

제2기 수도권 신도시는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실시 계획을 보면 제1기 신도시와 유사한 수준의 아파트 비율을 보인다.

이미 신도시는 한국 전체 인구의 상당 부분이 거주하는 주요한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수도권은 10% 넘는 인구가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지방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신도시에 거주 중이다.

앞으로도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양질의 주택과 주거 환경을 갖추고 고학력의 젊은 인구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많은 신도시가 건설될수록 많은 인구가 이동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신도시의 노후화다. 한국보다 앞선 1960~1970년대 신도시 건설에 나섰던 일본은 일부 신도시들이 최근 급격한 고령화와 쇠퇴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도쿄도의 신도시인 다마(多摩)다. 이곳은 한국 제1기 신도시의 모델인 곳이었다. 하지만 도시를 건설한 지 40년이 다 돼 시설이 노후화되고 일자리 등 자족적 기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거주자들이 새로운 신도시로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 과잉이 나타나 신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다마신도시는 한국 신도시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새로 만들어지는 신도시들과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도시 재생 사업은 지방의 구도시뿐만 아니라 제1기 신도시와 같이 건설된 지 오래된 신도시의 쇠퇴와 공동화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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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