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SSG닷컴 앞세워 혁신 안간힘
-유통 노하우와 탄탄한 자금력이 최대 강점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때 등장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의 온라인 장악이다. 오랜 기간 유통업계에서 쌓아 온 노하우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이들이 점차 이커머스 점유율을 높여 가다가 결국 ‘규모의 경제’를 가장 먼저 달성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표 주자가 롯데와 신세계다. 이들은 주력 사업인 오프라인 비율을 점차 낮추고 온라인 역량을 강화해 나가며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워 내고 있다. 두 곳 모두 2023년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성장세 돋보이는 ‘SSG닷컴’
유통 공룡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온라인에 대응했고 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단연 신세계다. 신세계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해낸 신세계는 이 돈을 온라인 강화를 위한 물류와 정보기술(IT)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온라인 사업부를 각각 물적 분할한 뒤 합병해 온라인 통합법인을 신설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앞으로 신세계그룹의 성장은 온라인 신설 법인이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예고처럼 이듬해 초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 SSG닷컴이 탄생했다. 이후부터 신세계는 SSG닷컴을 앞세워 온라인에서도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 왔다. 그 결과 현재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대기업 가운데 ‘온라인 전환에 성공한 유일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실적이 이를 잘 말해 준다. SSG닷컴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거래액은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2조300억원) 대비 약 40% 가까이 늘어났다.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해 세운 올해 거래액 목표가 3조6000억원”이라며 “현재 추세라면 이 목표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SSG닷컴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는 총 3곳에서 운영 중인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를 중심으로 한 ‘그로서리(식료품)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식품 비율은 현재 47%에 육박한다. 전년 동기에는 40% 초반이었다. 그중에서도 신선식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65%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네오가 있다. 신선식품 매출 중 네오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4%에 달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네오를 통한 새벽 배송 도입과 함께 고객 특성에 맞는 직매입 상품을 제안하기 시작하면서 ‘가공식품’ 비율이 높았던 온라인 장보기 고객의 구매 범위를 ‘신선식품’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다운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SSG닷컴은 온라인 판매 전용 브랜드인 ‘SSG 프레시(FRESH)’ 등을 통해 유통 단계를 축소한 경쟁력 있는 신선 상품을 대폭 선보이고 있는데 고객이 신선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100% 환불해 주는 ‘신선 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며 호평 받고 있다.
SSG닷컴 성장의 또 다른 한 축은 패션 카테고리와 백화점몰이다. 신세계백화점의 ‘패션 종가’ 이미지를 온라인에서도 이어 가기 위해 명품과 같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해 왔다. 특히 최근 ‘플렉스(FLEX)’ 열풍을 타고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명품 카테고리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전체 실적에 기여한 것이다. 올해 10월까지 SSG닷컴의 명품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2023년 이커머스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3곳에서 운영 중인 네오를 추가로 구축하는 등 물류를 강화하며 이 같은 목표에 도전할 예정이다. 현재 네오를 새로 짓기 위한 부지 선정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서비스 안정화 마친 ‘롯데온’…배송 강화 잰걸음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사실상 후발 주자에 속하는 롯데도 올해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외연 확대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4월 선보인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ON)’을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롯데온은 롯데그룹 7개 계열사를 한데 모은 온라인 쇼핑 통합 플랫폼이다. 온라인 공략을 목표로 약 2년의 시간 동안 약 3조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롯데온의 매출은 출범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부터 론칭 이후 진행해 왔던 시스템 안정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돌입하며 매출 상승세도 더 가팔라졌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온의 10월 매출은 지난 5월과 비교해 80% 이상 증가했다.
롯데가 이커머스 점유율 확대를 위해 내세운 전략은 신세계와 다소 차이가 있다. 신세계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앞세운 반면 롯데는 유통사들이 보유한 마트·백화점·편의점 등 전국 1만3000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물류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제로 롯데온은 점포를 활용한 여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며 소비자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상품 구매 시 2~3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600여 개 생필품을 주문 즉시 배달해 주는 ‘한 시간 배송’, 온라인 주문 상품을 오프라인 점포에서 수령할 수 있는 ‘스마트픽’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오프라인 점포에 기반해 이뤄진다.
향후에도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물류 시스템을 계속 확충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시장에서의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미다크 스토어’를 기반으로 매장 배송 거점화 시스템 구축에 나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세미다크 스토어는 대형마트 한쪽에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물류 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형태의 점포를 의미한다. 오프라인 영업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 처리 능력까지 넓힐 수 있는 형태의 매장 운영 방식인 셈이다. 11월 말 잠실점과 구리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29개의 롯데마트를 세미다크 스토어 형태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9개 점포에 세니마크 스토어를 구축하면 온라인 주문 처리량이 현재보다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온을 활용한 ‘새벽 배송’도 대폭 확대한다. 새벽 배송은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진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형마트는 규제에 따라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전용 센터를 통해 처리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마트는 김포 온라인 전용 센터를 통해 서울 서부권과 경기도 일부에서 새벽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12월부터는 서울과 부산 전 권역과 경기 남부 지역까지 ‘새벽 배송’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슈퍼가 운영 중인 경기 의왕, 부산의 오토 프레시 센터를 롯데마트의 새벽 배송 전용 센터로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새벽 배송 범위를 늘릴 수 있게 됐다.
롯데마트는 의왕, 부산 오토 프레시 센터를 주간 배송이 아닌 오로지 새벽 배송을 위한 센터로만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새벽 배송 가능 처리 물량이 4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자연히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온라인 매출 상승 효과도 노리고 있다. 롯데는 롯데온을 앞세워 2023년 이커머스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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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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