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석탄 투자 중단 선언
-친환경 금융 상품 강화
-삼성증권은 ESG연구소 열어
기획 리포트 내고 인덱스 개발...‘ESG 바람’ 부는 여의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금융 투자업계에도 친환경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가는 석탄 산업과 관련한 추가 투자를 중단하는 ‘탈석탄’을 선언하는 한편 ESG 투자 상품을 강화하는 중이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리서치센터에 ESG팀을 설치하거나 ESG 인덱스 개발에 나선 곳도 있다.

◆미래에셋대우, ESG 투자 상품 대폭 늘려

미래에셋대우는 2006년 증권사 중 최초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경영을 선언했다. 사회적 책임 투자 개념을 도입해 사회 책임 투자 펀드 출시와 친환경 사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통합 보고서에서 “미래에셋대우는 트렌드에 발맞춰 사회 책임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지속 가능 경영 의지를 대내외로 선언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보고서 발간 이후 ESG 채권과 ESG 상위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주로 투자(공사채 등)하는 ‘미래에셋지속가능 ESG 채권펀드’, ‘마이다스 책임투자(주식형)’, ‘슈로더글로벌지속가능(주식-재간접)’, ESG 관련 ETF(TIGER MSCI KOREA ESG 유니버설 등) 등 친환경 금융 상품을 선별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4월 세계 증권사 최초로 해외 공모 미국 달러화 3년 사회적 책임 투자(SRI) 채권과 5년 선순위채의 동시 발행에 성공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발행한 해외 공모채는 총 6억 달러 규모로 3년, 5년 등 두 개의 만기 구조로 발행했다. 그중 3년물은 세계 증권사 최초로 발행한 SRI 채권이다. 이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친환경 건물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 공급 사업 등에 투자한다.

미래에셋대우는 리서치센터 차원의 ESG 보고서 발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린 뉴딜 등 친환경이 시장의 핵심 테마로 떠오르면서 투자자들에게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는 지난 11월 6일 ‘글로벌 그린 에너지 넷 제로(Net Zero)를 향한 대장정’이라는 제목의 그린 에너지 산업 관련 리포트를 펴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최초로 글로벌 그린 에너지 시장 톱다운 분석과 세부 업종 융합 분석이 진행된 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국내외 ESG 관련 금융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투자자들의 ESG 투자 니즈에 부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또한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자산운용 등과 함께 석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보험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특히 리서치센터 내에 ESG연구소를 설치해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증권 ESG연구소는 지난 11월 25일 ‘ESG 시대,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제목의 리포트 두 편을 발간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비재무 지표인 ESG가 기업 가치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한 분석을 강화하기 위해 ESG연구소를 론칭했다”며 “정기적인 리포트를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석탄 산업과 관련한 추가 투자를 중단하는 대신 ESG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21일 석탄 관련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ESG 투자를 강화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글로벌 탄소 배출량 감축 활동과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약 2000억원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비롯해 총 8000억원(약정액 기준) 규모의 ESG 투자를 진행했다. 자기 자본의 15%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석탄 투자 중단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ESG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020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성 리스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를 고려하는 책임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속화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해 폐기물 처리, 신재생에너지 소재 업체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등 환경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차원의 탈석탄 선언에 합류한 KB증권은 리서치센터에 ESG 전담 팀을 설치할 계획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들어 ‘KB 포커스 온 ESG’ 등 6건의 정기 자료와 ‘ESG 이슈 분석&ESG 이슈 코멘트’ 등 10여 건의 비정기 자료를 발간했다. 관련 인력을 충원해 내년 초 리서치센터 안에 ESG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KB증권은 특히 지속 가능 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발맞춰 ESG 채권 등을 시장에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비금융 기업 최초로 3000억원 규모의 한국수력원자력 소셜 본드 발행을 주관했다. 제조업 최초로 발행된 SK에너지의 그린본드와 GS칼텍스 그린본드 발행을 대표 주관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올 들어선 비금융사인 TSK코퍼레이션의 그린본드(1100억원), 롯데지주 지속가능본드(500억원) 주관을 마무리하며 금융사(은행·여전사) 위주였던 ESG 채권 발행 시장의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증권은 국내 최초로 ESG 환경 경영 점수가 우수한 100개 기업에 투자하는 ‘KB KRX ESG Eco ETN’을 신규 상장하기도 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은 “KB증권은 사회 책임 투자 확산과 기업 지배 구조의 투명성·효율성 제고를 통해 ESG 경영 체제 확립에 힘쓰고 있다”며 “KB금융그룹의 ESG 경영 전략 방향에 맞춰 업계를 선도하는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 리포트 내고 인덱스 개발...‘ESG 바람’ 부는 여의도
◆NH투자증권, 유럽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

NH투자증권은 한국 증권가 최초의 ESG 리포트를 비롯해 ESG 인덱스 개발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6월부터 ESG를 토대로 기업 분석 작업을 추진해 왔다. 첫 분석 대상으로 SK·포스코·LG화학·현대자동차·삼성전자·SK텔레콤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15개 기업을 선정해 지난해 10월 한국 증권사 최초로 357페이지 분량의 ESG 리포트를 국문·영문으로 동시에 발간했다. 지난 11월에는 셋째 ESG 리포트를 펴냈다.

NH투자증권은 특히 금융 당국의 민간 인덱스 사업 규제 완화에 따라 지난해 9월 인덱스 사업 태스크포스 팀(TFT)을 출범시켰다. 이어 지난 5월 리서치센터 내에 인덱스 개발팀을 정식 부서로 승격하고 인원을 충원하는 등 인덱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5종의 인덱스를 출시했다. ‘i셀렉트 EGS 지주회사 인덱스’가 대표적이다.

i셀렉트 EGS 지주회사 인덱스는 글로벌 투자 트렌드의 핵심인 ESG를 한국 지주회사 주식에 반영해 투자하기 위한 지표다. ESG 이슈가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지주회사 주식을 테마로 개발한 것으로,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방식이다. 지속가능발전소와 제휴해 기업의 지배 구조와 리더십, 노사 관계와 업무 문화, 환경 기여도를 딥러닝 기반으로 실시간 평가하고 이를 누적해 분기별 리밸런싱을 가능하게 했다는 게 NH투자증권의 설명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조만간 8종 이상의 신규 인덱스를 출시하는 등 섹터별 ESG 인덱스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모든 기업 분석 자료에 ESG 인덱스 등을 심층적으로 기재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ESG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업 분석의 깊이를 더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유럽 최대 규모인 스웨덴 풍력 발전소에 투자하는 등 친환경 프로젝트를 직접 운영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NH투자증권과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북유럽 현지 자산 운용사인 ‘캡맨 인프라’를 통해 스웨덴 에버튜링엔 풍력 발전소 지분 50%를 매입했다.

에버튜링엔 풍력 발전소는 발전 용량만 235MW에 달한다. 완공 시 연간 최대 26만5000가구의 아파트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럽 최대 풍력 발전 단지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