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신도시부터 도심 공공 분양까지 선택의 폭 넓어져...새로 선정된 광명‧시흥은 일반 분양 50%로

[비즈니스 포커스]
7만 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된 광명시 옥길동 일대. / 한국경제신문
7만 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된 광명시 옥길동 일대. / 한국경제신문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을 대거 쏟아내면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예비 청약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3기 신도시 사전 청약과 2월 4일 발표된 ‘서울 도심 고밀 개발을 통한 공공 분양’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는 서울 외곽 수도권에 자리해 2‧4대책 사업지(예정지)보다 입지가 떨어지지만 신규 택지에 건설하는 만큼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2‧4대책 사업지는 서울과 접근성이 3기 신도시보다 우수하지만 기존 주택 지역을 개발하는 만큼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예비 청약자에게는 ‘속도냐’, ‘입지냐’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광명‧시흥에 7만 가구 6번째 3기 신도시 공급

국토교통부는 2월 24일 2‧4대책에 포함됐던 신규 공공 택지 후보지 중 1차 입지로 경기 광명‧시흥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발표했던 3기 신도시에 포함시켜 ‘6번째 3기 신도시’라고 명명했다.

이 지역에는 7만 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4.3배에 이른다. 2‧4대책에서 밝힌 6번째 3기 신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15만 호의 신규 공공 택지 입지는 오는 4월께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발표된 기존의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6만6000가구), 하남 교산(3만2000가구), 고양 창릉(3만8000가구), 부천 대장(2만 가구), 인천 계양(1만7000가구) 등 5곳이었으니 이번에 선정된 광명·시흥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서울과의 접근성도 기존 3기 신도시에 비해 가장 우수하다. 서울 여의도에서 12km 거리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 경계에서 최단거리는 1km에 불과해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면적의 1.3배(약 380만㎡) 규모의 공원·녹지 및 수변공원이 조성된다.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약 380만㎡(면적의 약 30%)의 공원과 녹지를 확보하게 된다. 목감천 수변공원(연장 7.1km), 생활권별 중앙공원 등을 통해 친환경 녹지 체계를 구축하고 인근에 청년문화·전시예술 공간도 마련할 방침이다.

교통망도 확충한다. 철도 중심의 교통 대책으로 이 지역의 오랜 숙원이던 교통 체증 문제도 해소할 방침이다. 우선 신도시를 관통하는 남북 도시철도를 건설해 1‧2‧7호선과 신안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GTX-B) 등으로 환승‧연결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지구를 관통하는 제2경인선(예타 중)이 확정되면 역사를 설치하고 환승센터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서울 여의도까지 20분, 강남역까지 45분 정도면 닿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속도로 버스 환승 체계 등 대중교통 체계를 강화하고 범안로와 수인로 등을 확장해 서울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병목 구간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광명·시흥지구 역시 지구 지정 등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2025년 분양을 목표로 2년 후 사전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이번에 발표한 지역을 비롯해 4월 중 공개될 2차 지역도 2025년부터 분양, 이보다 2년 앞선 2023년부터 사전 청약 등의 일정으로 공급될 것”이라며 “수급 불안 완화가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어서 공급 일정을 최대한 당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사진이 구체화되려면 주민 반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과거 이 지역 주민들이 보금자리지구 지정‧해제 등을 겪은 만큼 앞서 발표됐던 신도시보다 주민 반발의 장벽이 더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광명·시흥은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다가 2015년 해제돼 난개발을 막기 위해 특별관리지구로 지정된 상태로, 지구 지정에 대한 아픈 경험이 있다. 인근 광명뉴타운은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고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조성도 마무리 단계여서 공공 주택이 들어서는 3기 신도시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주민들도 있다.

이에 정부는 이미 추진되고 있는 광명테크노밸리와 광명학온 공공주택지구 등을 활용해 기업인과 원주민 선(先)이주‧재정착을 지원하고 신도시 내 설치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과 교통 인프라를 원도심과 공유할 수 있도록 구축할 방침이다. 구도심 재생 사업과 연계한 순환 주택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

사전 청약 활용한 투 트랙 전략 필요
‘속도냐’, ‘입지냐’ 선택의 기로...다시 짜는 청약 전략
문제는 예비 청약자들의 선택이다. 정부 정책에 따른 나름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단 2‧4대책을 통해 공급되는 6번째 3기 신도시 경기 광명‧시흥은 공공 임대 등의 비율이 높았던 이전과 달리 총 물량 중 70~80% 이상이 분양 주택으로 공듭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공공 분양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2‧4대책에서 발표한 데로라면 공공 분양 중에서도 일반 분양 비율이 50%(기존 15%)로 확대된다.

이전에는 특정 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위해 공공 분양 특별 공급 비율이 85%에 달했는데 2‧4대책은 애초 민간 택지였던 부지를 활용하는 만큼 특별 공급 비율을 낮춘 것이다.

추첨제도 새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분양 가운데 30%를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공공 분양은 청약저축 총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 사실 상 청약 가점제와 다를 바 없었다. 이번에는 추첨제를 통해 젊은 세대의 당첨 가능성이 낮다는 문제를 보완한 것이다.

이처럼 2‧4대책 발표로 예비 청약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하지만 전략만 잘 짠다면 내 집 마련을 위한 최고의 기회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 2‧4대책으로 기존 3기 신도시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더 좋은 85만 가구에 대한 청약 기회가 한 번 더 생겼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더욱이 3기 신도시는 이미 지구 지정을 완료했고 광역교통망 구축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어 서울 접근성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사전 청약 기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특히 사전 청약은 당첨돼도 본청약 전까지는 타 지역 사전 청약을 제외한 분양 단지 청약이 가능하다. 이번 2‧4대책도 마찬가지로,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에 당첨돼도 서울 도심 개발을 통한 공공 분양 물량이 나올 경우 본청약 전이라면 청약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 밖에 예비 청약자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가 더 있다. 바로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서 나오는 공공 분양 아파트들이다.

우선 오는 7~8월 서울 노량진역 인근 군부지(200가구), 성남 복정1·2(1000가구) 등에서 사전 청약을 시작한다. 9~10월에는 서울 남태령 군부지(300가구), 성남 신촌(200가구)·낙생(800가구), 11~12월에는 과천 미니 신도시(1800가구)가 사전 청약을 받는다.

2022년에는 서울의 노른자위로 꼽히는 용산정비창 3000가구가 풀린다. 태릉CC와 과천정부청사, 용산 캠프 킴, 서울 서부면허시험장 등은 이전 계획 확정 후 사전 청약 계획이 발표된다.

물론 이들 도심 공공 분양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용산정비창 부지는 이번 공급 계획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이다. 한강변의 노른자위 땅에 총 1만 가구의 적지 않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사전 청약 3000가구를 두고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바로 옆에 자리한 노량진역 인근 군부지와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과 가까운 남태령 군부지도 청약 경쟁이 불가피한 곳으로 꼽힌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들도 인기 공공 분양 후보지로 분류된다. 7~8월 사전 청약을 시작하는 위례(사전 분양 300가구)와 성남 복정1·2(사전 분양 1000가구)가 대표적이다. 성남 복정은 하남 위례신도시 남측과 맞닿아 있고 내년께 8호선 위례역이 개통될 예정이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