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국방예산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85년 1조2천억달러였던 전세계 국방비는 93년에는 8천6백80억달러로 줄었다.방위산업체들은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방위산업체들은 기꺼이 합리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유럽 업체들은 한없이 꾸물대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작년 3월 미국에서는 록히드와 마틴마리에타가 록히드마틴으로 합병했다. 합병회사의 연간매출은 2백30억달러. 방산업체로는 세계최대 규모이다.이 합병회사는 열달뒤인 지난 1월8일 미사일업체인 로랄의 방위전자사업부문을 91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일주일전에는 노드롭그루만이 웨스팅하우스로부터 방위전자사업부문을36억달러에 사기로 했다. 업체들의 합병으로 미국 방위산업 판도가달라지고 있다.90년에는 주계약업체 선정을 기준으로 상위 10대업체가 국방부 조달의 29%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이제 38%로 높아졌고 금세기말에는 50%에 달할 전망이다.미국 방위산업은 「플랫폼」(무기의 동체) 메이커와 「블랙박스」(무기의 전자장비) 공급업체로 양분되어 있다. 냉전기에는 「플랫폼」 메이커들이 재미를 봤다. 그러나 이제는 「블랙박스」 공급업체들이 돈을 버는 시대가 왔다.전자장비를 만드는데는 자재 노동력 공간 등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방위산업에서 축적한 전자기술을 민수용으로 전환하기도 쉽다.유럽연합(EU) 방산시장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것도 국가별로 나눠져 있다. 이 좁은 시장에서 수많은 방산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유럽, 방위산업 구조조정 뒤져헬리콥터를 포함한 전투기부문의 경우 미국에는 참여업체가 5개에불과한 반면 유럽에는 10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미사일부문에서는 업체수가 11대 5, 장갑차에서는 10대 2, 전함에서는 14대 4로유럽측이 많다. 이같은 과당경쟁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방산부문의범유럽 협력이 여의치 않다.6백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계획 「유러파이터2000」은 독일과 영국간의 지분싸움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프랑스와 독일은 최근 방위산업의 과잉설비와 중복투자를 조정하는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독일정부는 지난달 프랑스의 첩보위성프로그램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정부도 자국 항공업체 아에로스파샬과 독일 DASA의 합작계획을 승인했다. 두 업체는 첩보위성을 만들 유러피언 새털라잇 인더스트리스와 미사일을 생산할유러피언 미사일 시스템스를 설립할 예정이다.프랑스와 독일은 올들어서는 군수장비공동기구를 세워 공동프로젝트 관리를 비롯해 군수품 조달비 절감, 연구개발 조정 등의 일을맡도록 했다. 양국은 이 기구에 영국이 참여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영국이 종래 미국 군수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영국 방산업체들은 이같은 갈등으로 인해 유럽 방산업계의 구조조정에서 뒤처질까 우려하고 있다.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의 최고경영자 딕 에반스는 최근 영국정부가 방위산업 합리화작업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그는 ?영국이 과연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이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 방위산업 구조조정문제를 놓고 이처럼 티격태격하는 사이 미국은 앞서가고 있다. 양측 방산업체들은 상호합병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미국업체들은 유럽 방산기술이 뒤져있어 합병의 필요성을 느끼지않는다.반면 유럽 방산업체들은 미국 국방부가 군수품 조달과정에서 자국업체들만 주계약업체로 선정하는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지금세계 방산업계는 미국과 유럽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는데 비해 다른 하나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