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이 흔하지 않은 중국, 홍콩의 관광객 대부분은 남들과 함께 옷을 벗고 목욕하는 문화를 낯설어 한다. 하지만 충남 아산에 위치한 대형 온천장 스파비스에 오면 태도가 달라진다. 수영복을 입고 야외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어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기뻐한다는 것.지난해 4월 개장한 스파비스는 이미 중국, 홍콩, 동남아 관광객들 사이에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하루평균 300여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고, 현지 연휴가 겹치는 날에는 500명 이상이 몸을 담그러 찾아온다.서울에서 관광을 마치고 오후 5시쯤 이곳에 도착, 7시까지 온천을 즐긴 다음 구내건강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아산 시내나 도고온천 인근 숙소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특히 건강과 재미, 휴식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수상낙원’(水上樂園)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다.“중국 관광객들은 남에게 알몸을 보여주는 걸 극히 싫어합니다. 탈의실을 놔두고 각각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정도예요. 하지만 야외 온천풀에 들어가면 경직됐던 기분을 금세 풀고 신나게 즐깁니다.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도 꽤 많아요.”스파비스 정필효 관리과장은 옷을 벗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쭈뼛쭈뼛하던 중국인들이 차츰 긴장을 풀고 온천욕을 즐기는 모습이 이채롭다고 소개했다. 특히 실내 온천탕으로 자리를 옮겨 때를 미는 체험까지 하고 나면 누구나 만족감을 표시한다고.이곳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상당수는 평택항과 중국 칭다오, 다롄을 왕래하는 크루즈 이용객들이다. 때문에 평택항에 배가 들어오는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이용객이 많다. 그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들을 위한 특별서비스도 몇 가지 준비해 놓았다.우선 입장요금은 정상요금의 절반 이하인 5,000원을 받는다. 내국인이 붐비는 낮시간을 피해 오후 5시 정도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배려하는 한편 내국인 고객이 없는 한산한 시간을 활용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케팅인 셈이다.또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돼지고기전골을 저녁메뉴로 내놓고 있다. 즐거운 물놀이와 개운한 목욕, 입맛에 맞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관광객들 얼굴에 행복감이 도는 건 당연한 일이다.서울 필운동 현제부페맛깔진 한국음식 푸짐하게 내놓아 ‘인기’지난 10월 첫째주 내내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근처 대로변은 수십대의 대형관광버스들로 가득 찼다. 10월1일부터 일주일 동안 계속된 중국 국경절 연휴에 한국관광을 온 중국인들이 탄 버스였다.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향한 곳은 사직공원 옆에 위치한 한식전문점 현제부페. 한 주 내내 이곳에는 하루 500명이 넘는 중국 관광객들이 아침ㆍ점심식사를 하러 들렀다.“한꺼번에 수백명이 들이닥치면 눈 코 뜰 새 없죠. 더구나 중국사람들은 먹성이 좋아 준비한 음식들이 금세 바닥나곤 하거든요. 쉴 새 없이 음식 만들랴, 시중들랴 정신없었어요.”10년째 한식 뷔페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유길선ㆍ장윤영 사장 부부는 “이제야 한숨 돌렸다”면서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한숨 돌린’ 요즘도 아침에 200~300명, 점심에 100~200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고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관광객이 뒤를 잇는다.현제부페에서 내놓는 음식은 20여가지. 아침에는 관광객의 특성에 따라 비교적 가볍게 준비하고, 점심에는 기름진 음식 중심으로 식단을 짠다. 불고기, 잡채, 탕수육, 볶음밥, 나물무침, 김치 등은 관광객의 국적을 불문하고 인기가 높은 메뉴. 새벽 5시부터 음식준비를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영업하고 있다.20여개 여행사와 연결, 주로 패키지 관광객을 받고 있는 이곳은 저렴한 가격과 맛, 친절이 무기다. 신선하고 푸짐한 한식뷔페를 1인당 5,000원 선에 즐길 수 있으니 여행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명감으로 무장한 부부의 함박웃음과 서툰 인사말, 오래된 한옥 두 채를 이은 식당의 내외관도 관광객들에게 호감을 주는 요인이다.그러나 식당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버스 주차난은 계속 골머리를 앓는 문제. 자칭 ‘주차보조요원’이라는 유길선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뻔히 보고 있는데도 ‘얼른 차를 빼라’며 막무가내로 단속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흐름을 저해하지 않는 선이라면 관광객들이 편하게 식사를 하고 갈 수 있게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서울 정동 세종자수정“은은한 광채가 일본인 마음을 녹여요”서울 덕수궁 인근에 자리잡은 세종자수정은 언제나 일본인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이곳을 방문하는 쇼핑객수는 하루평균 700~800명 선. 일본의 연휴기간이라도 겹치면 하루 1,000명 이상 다녀간다.“한국에서는 보석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인기 최고입니다. 은은한 광채와 정밀한 세공기술을 보고는 연방 감탄사를 내뱉지요. 커다란 자수정 원석을 사가는 이도 꽤 많아요.”매장관리를 맡고 있는 김병철 차장은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대부분이 자수정 쇼핑센터에 한 번씩 다녀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특산품=자수정’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경남 언양의 자수정 동굴이 폐광되면서 한국산 원석을 거의 구경하지 못하게 됐음에도 뛰어난 세공기술,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인기가 떨어질 줄 모른다는 이야기다.세종자수정은 브라질 등지에서 원석을 수입해 직영공장에서 가공 및 세공과정을 거쳐 완제품을 만든 후 전용판매장에 내놓고 있다. 700엔짜리 액세서리에서 수백만엔을 호가하는 원석 장식품까지 가격대와 상품종류가 천차만별이다.특히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하는 10여명의 판매원은 대부분 40대 이상 주부들로 구성돼 있다. 주고객층인 40~60대의 취향을 쉽게 이해하고 쇼핑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들은 면세점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판매원이거나 여행가이드 출신. 누구보다 관광객의 심리를 잘 안다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최근에는 급증하고 있는 20대 여성 관광객을 겨냥, 저렴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소품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새끼손가락에 끼는 2,000엔짜리 자수정 반지의 경우 앙증맞은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덕분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고.덕수궁 주변에는 세종자수정과 같은 자수정 전문쇼핑센터가 몇 군데 더 있다. 특급호텔이 밀집한데다 덕수궁, 경복궁 등 관광명소가 가까워서다. 그러나 정작 이곳을 지나다니는 한국사람들은 근처에 자수정 전문점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일쑤다. 대부분 지하나 외진 곳에 위치한데다 철저하게 외국인만 대상으로 영업하기 때문이다. 일본사람보다 자수정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것도 한 이유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서울 명동 남(南)발관리실부드러운 일본식 마사지로 ‘인기몰이’발마사지, 스포츠마사지, 피부관리가 전문인 남(南)발관리실은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일본의 10여개 하이틴잡지와 건강 관련 잡지에 ‘미나미 에스테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돼 아는 이가 많은데다 한 번 왔다간 관광객들이 입소문을 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기사가 실린 일본 잡지와 유명인사의 사인, 사진이 가득한 내부 벽면이 이곳의 유명세를 말해준다.이곳의 캐치프레이즈는 ‘발마사지와 스포츠마사지로 여행의 피로를 풀고 얼굴마사지로 피부미인이 되자’. 하루 20~30명의 고객 가운데 일본인이 80% 선, 나머지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한국의 전문직 여성고객들이다.“단체관광을 온 사람들도 자유시간을 틈타 찾아옵니다. 별도의 입장료를 받는 곳과 달리 가격이 저렴하고, 기계 대신 손만을 사용해 마사지 효과가 높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마사지는 고객에게 마음과 정성이 전달돼야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어요.”이수경 원장은 아프고 자극적인 한국식 마사지 기법 대신 가볍고 부드러운 일본식을 택하고 있다. 가격도 일본 내 마사지살롱과 비슷한 1시간에 5,000엔 선. 이태원 등지의 발마사지살롱과 비교하면 20% 이상 낮은 가격이다.낮은 가격대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익의 30~40%를 여행사에 떼어주곤 하는 다른 살롱들과 달리 철저하게 독자운영하기 때문. 밖으로 새는 돈을 단속하는 한편 찾아오는 고객에게는 가격에 합당한 서비스를 다한다는 게 이원장의 자랑이다.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한복 체험’ 이벤트. 마사지를 끝낸 일본여성들에게 한복을 입혀 병풍과 보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코스다. 한복에 어울리도록 메이크업해주고 관광객이 가져온 카메라에 모습을 담아주며 최고인기를 누리고 있다. 돌아갈 때는 일명 ‘이태리타올’을 선물로 줘 마지막까지 마음을 붙든다.일본인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다 지난 98년 마사지살롱을 개업한 이원장은 ‘한국 알리기’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마사지는 사람의 몸을 만지는 일인 만큼 마음이 먼저 가야 감동을 합니다. 다른 관광서비스도 다르지 않아요.”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서울 서소문 고려삼계탕‘코리아 원조’ 입소문 … 외국인들 ‘북적’서울 서소문 옛 법원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고려삼계탕은 외국인을 위해 올해 초 건물을 대대적으로 개축했다. 밀려드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보다 넓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해주기 위해 건물 안팎을 대폭 뜯어고쳤다. 중간층에 메인주방을 설치해 단체손님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원활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각층마다 계단과 벽에 가야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는 그릇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수백점의 그릇을 전시해놓고 있다.이런 노력의 결실인지 요즘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보통 20~30명 단위의 단체관광객이 하루에도 몇 팀씩 찾아오곤 한다. 일본인을 비롯해 중국인, 동남아인 등 아시아권 국가의 관광객들이 주류를 이루고, 간혹 유럽인들 가운데도 소문을 듣고 왔다며 들른다. 최근에는 일본인 관광객을 제치고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국계가 더 많이 오는 것이 특징이다.고려삼계탕이 외국인들로부터 커다란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원조 삼계탕 집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1960년에 개업해 올해로 42년째 삼계탕 한 가지만을 고집하며 서소문을 떠나지 않는 것이 큰 자산이다. 시설과 규모 면에서 이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점도 돋보이게 만든다.가격은 삼계탕 한 그릇에 1만원. 다른 음식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외국인들은 별미를 먹은 것으로 간주한다. 관광가이드 김미경씨(26)는 “여행사들이 삼계탕 전문음식점을 여행코스에 직접 넣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외국인들이 앞장서서 삼계탕 맛보러 가자며 의견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외국 방송과 잡지 등에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취재를 해갔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외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를 이어 고려삼계탕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희 사장은 “외국인들의 경우 한국에 와서 삼계탕을 먹은 것을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외국인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한국적인 삼계탕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서울 부암동 하림내몽고맥반석‘불가마 명소’ 부상, 외국인들 발길 이어져서울의 대표적인 ‘불가마 사우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하림내몽고맥반석에는 1년 내내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과 겨울이 피크를 이루지만 봄과 여름에도 꾸준히 이어진다.“불가마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이 심신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준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것 같습니다.”하림측은 외국인들의 경우 불가마 사우나라는 것이 자기 나라에는 없는데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오는 일부 관광객들은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반드시 불가마 사우나에 들를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는 것.하림내몽고맥반석이 본격적으로 외국인을 상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부터. 처음에는 여기저기에서 소개받은 일본인들이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고, 점점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불가마 사우나의 명소로 떠올랐다. 그동안 많은 일본의 여행 관련 잡지들이 취재를 해갔고, 언론 등에 자주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적잖은 홍보효과를 누렸다.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구전마케팅과 일본 언론들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최근에는 영어와 일어, 중국어판 가이드북을 별도로 제작해 편의를 돕고 있으며, 시내 주요 호텔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이용료 면에서도 단체인 경우 적잖은 혜택을 준다. 개인의 경우 1만원을 받지만 30명 이상 단체인 경우 40%가 할인된 6,000원을 받는다.지금까지 다녀간 외국인 가운데에는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 부인도 포함돼 있다. 약 2년 전 한국여행을 하면서 일행과 함께 들러 한나절을 보내고 갔다. 전체적으로는 일본과 중국, 홍콩인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이탈리아나 영국 등 유럽계 관광객들도 이따금씩 찾아온다.최승호 영업부장은 “전체 이용자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은 대략 10~20%쯤 된다”며 “한국적인 것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불가마 사우나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체계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외국인 관광객을 더욱 많이 유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