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회사 사장에서 컨벤션 기획자까지’이수연 서울컨벤션서비스 대표(39)의 약력이다. 대학졸업 후 중견그룹 무역파트에서 일하던 이대표는 중소무역회사에 스카우트됐다. 이곳에서 그녀는 ‘고객이 발주를 내는 것은 회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신뢰하기 때문’이란 교훈을 얻었다.“제 자신의 상품성을 알게 됐죠. 그래서 제임스무역을 차려 독립했어요.”무역회사를 설립한 후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일은 시장을 연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거래선을 넓혀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10년 동안 하다 보니 흥미가 점점 줄었다.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편하고 관심 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의 도전적인 성격을 갖춘 그녀라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로 창업을 하기엔 위험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무역업종에서 익힌 경험을 최대한 살리려면 어떤 일이 좋을까 궁리했어요. 10년간 일하며 확보한 고객들과도 계속 관계를 유지해나가면서 회사의 직원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지를 고민했죠. ‘컨벤션’이야말로 무역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컨벤션산업의 최종목적은 거래 당사자끼리의 ‘교역’인지라 무역을 잘아는 그녀로서는 경쟁력이 충분했다고 판단한 것이다.지난 99년 ‘서울컨벤션서비스’를 설립한 이대표는 이후 세계디자인총회, 세계중소기업자대회, 아시아IT장관회의, 아시아시계올림픽, 한ㆍ중ㆍ일 비즈니스포럼 등 50여건의 행사를 수행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업계 사장들을 모아 ‘한국컨벤션이벤트업협동조합’을 설립, 초대이사장을 맡으며 ‘대모’라는 별명도 얻었다.“업계의 후발주자인데 대모라 불리니 쑥스러웠어요. 훌륭한 선배도 많으니 이모나 고모 정도로만 불려도 과분하죠.”최근 이대표는 ‘아시아여성의 엑스포’로 불리는 ‘위민 인스파이어 2003’(WOMEN INSPIRE 2003)을 서울에 공동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20여개국에서 여성단체 및 정부 관계자 2만5,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큰 행사.소감을 묻자 “우리나라의 컨벤션과 전시산업은 정부기관이나 자금력 있는 단체 등이 주도하는 경향이 많았어요. 이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해서 유치활동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 차원에서 이런 대형행사를 유치했다는 것은 그동안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인 셈이죠”라고 말한다.컨벤션 기획자가 되려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컨벤션산업은 노력에 따라서는 미래가 바뀔 수도 있는 무한한 영토를 지닌 신천지와 같아요.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아주 화려한 직업으로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어떻게 저런 하찮은 일을 해’라고 생각할 만큼 사소한 일들이 많아요.이런 과정을 하나씩 밟아 가며 조직에 가장 필요한 사람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다는 각오로 생활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