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였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게 지난 일이다. 누나가 만화를 몇 권 사왔다. 제목은 <캔디 designtimesp=23127>. 칫, 하필이면 여자만화람. 만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깨어날 지경이었지만 사나이 체면에 여자들이나 보는 순정만화까지 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어느 무료한 오후. 가족들이 모두 외출해 홀로 누런 햇빛을 받으며 집을 지키고 있던 터였다. 문득 손에 잡히는 만화, <캔디 designtimesp=23130>. 첫 권의 몇 장을 슬슬 넘기다 보니 이게 겉보기랑 딴판이었다.캔디와 테리우스, 안소니가 엮어내는 사랑타령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내친 김에 거리로 뛰어나가 여성독자들 사이에서 걸작이라 소문 나 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 designtimesp=23133> <올훼스의 창 designtimesp=23134>(오르페우스의 창이라 해야 맞겠지만 당시 만화제목은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썼다. <파랑새 designtimesp=23135>의 ‘틸틸’과 ‘미틸’을 ‘치루치루’ ‘미치루’라고 번역한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같은 만화들을 섭렵(?)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20~40대 성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추억의 애니메이션에 <빨강머리 앤 designtimesp=23138>과 <캔디 designtimesp=23139>가 꼽혔다고 한다. 지하철TV (주)엠튜브(www.mtuve.com)가 지하철 승객과 일반 네티즌 2,33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0~80년대에 방영되었던 만화영화 가운데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물었더니 이 두 작품이 1,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뒤를 이은 작품들은 <미래소년 코난 designtimesp=23140> <개구쟁이 스머프 designtimesp=23141> <은하철도 999 designtimesp=23142> 등이다.개인적으로는 <요괴인간 designtimesp=23149>과 <타이거 마스크 designtimesp=23150>가 다시 보고 싶다. “어둠에 숨어서 사는 우리들은 요괴인간들이다” “가라, 가라 타이거, 타이거 마스크” 하는 만화영화의 주제가가 지금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 만화영화들이 일제라는, 심지어 주제가의 곡조까지 우리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고 배신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만화에 대한 향수까지 지워버릴 정도는 아니다.이 두 편뿐이랴. 산소검을 씹으며 ‘푸른 바다 밑에서 잘도 싸우는 바다의 왕자’ <마린 보이 designtimesp=23153>는 물에 정체 모를 공포심을 갖고 있던 나에게 절대적인 우상이었다. 왕자는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펜던트에서 강력 광선을 내뿜는 <빠삐 designtimesp=23154>는 ‘우주의 왕자’여서 주제가 가사처럼 “다들 비켜라” 하며 펜던트를 들이대면 악당들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다들 비켜야만 했다.척하면 십만년, 척하면 백만년을 왔다 갔다 하는 타임머신 <날아라 태극호 designtimesp=23157>와 <이겨라 승리호 designtimesp=23158>는 특히 섹시한 여자악당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태극호와 승리호의 응징을 받아 폭탄이 ‘꽝’ 하고 터지면 여자악당의 옷이 묘하게도 중요 부위만 가리고는 발기발기 찢어지곤 했다.요즘 어린이 만화영화들은 영 마뜩찮다. 왠지 모르게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고 그저 자극적이기만 한 것 같다. 하기야 요즘 아이들이 자라서 지금 내 나이가 되면 그때도 이런 소리를 할 테지만. 자꾸만 “옛날이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늙긴 늙었나 보다.이 주의 문화행사데니스 마추예프피아노 독주회11월12일(화)/오후 8시/LG아트센터/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국제무대에서 폭발적인 힘과 정열, 현란한 기교, 명쾌한 해석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지난 4월 서울 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에서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의 대표 피아노협주곡 3곡을 한 무대에서 소화하며 관객을 장악했다.지금까지 협연무대를 통해서만 간헐적으로 느껴왔던 그의 피아노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내한 독주회. 슈만과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등의 낭만주의 곡들을 선사할 예정이다. 러시아 피아니즘과 낭만음악, 이 두 정점에 서서 들려주는 마추예프의 연주가 다가온다. (02-2005-0114)진흙 = 12월1일까지 바탕골 소극장. 연극의 꽃이라 불리는 OBIE상을 6번 수상한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의 한국 초연 작품. 뉴욕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페미니즘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02-766-2124)김종서 콘서트 = 11월17일까지 대학로 라이브 극장. 김종서가 한 달 동안 매주 테마를 바꿔 벌이는 장기 콘서트. 비틀즈부터 너바나까지 다양한 록의 장르를 보여주는 공연.(02-3663-5101)UFO = 11월17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난타의 제작사 PMC가 만든 비언어극. 외계인이 지구 주유소 젊은이들과 벌이는 에피소드. 댄스와 서커스를 결합한 ‘댄커스’(Dancus)를 선보인다.(1588-7890)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 12월29일까지 소극장 산울림.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담은 극. 소설가 김형경 원작, 임영웅 연출. (02-334-5915)제목 없으면 어때! = 11월17일까지 창조콘서트홀. 개그맨 백재현이 연출한 세태 풍자 코미디. 김미화, 이희구 등 기성배우들이 출연해 진지함과 재미를 더해준다. 전유성이 만든 극단 ‘코미디 시장’ 제작. (02-928-6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