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배울 일 5년으로 단축시키는 업무구조...'말단' 도 '임원급' 으로 스카우트

“한국P&G에 들어와 사원카드를 받는 순간부터 ‘책임’이 막중해집니다. 교육부터 시킨 후 작은 일 먼저 맡기는 여느 회사와는 다른 체제이지요. 신입사원이 100만달러짜리 프로젝트를 맡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책임감이 높아지면 자연히 일을 배우는 속도도 빨라지기 마련이죠.”한국P&G의 철저한 성과위주 인사와 개인역량 중심주의는 업계에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송동언 인력개발본부 이사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독특한 인사시스템이 오늘날의 ‘인재사관학교 P&G’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CEO감 채용해 크게 키운다”기저귀부터 샴푸, 주방세제, 과자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을 제조, 판매하는 한국P&G는 ‘최고위직에 오를 사람을 신입사원부터 키워낸다’는 원칙을 인사ㆍ교육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우선 이 회사는 입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물론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이 저마다 까다로운 시험절차를 거쳐 인재를 뽑고 있지만 한국P&G는 여러모로 ‘한 수 위’다.서류전형을 통과한 입사지원자는 먼저 P&G 고유의 인성검사 도구인 MAF(Man-agement Application Form) 테스트와 문제해결 능력을 보는 PST(Problem Solve Test) 등 두 가지 필기시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영어능력이 가산요인으로 작용한다.두 가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은 2단계 심층면접에 들어간다. 1차면접은 걸러내기용 인터뷰. 부서별 관리자가 배석해 1인당 15~20분간 집중질문을 하며, 지원자의 적성과 태도를 체크한다. 2단계 면접은 부장급 이상 임원 3명이 지원자 한 명을 각각 1시간씩 인터뷰하는 가장 어려운 코스다. 총 3시간의 맨투맨 면접결과를 합산해 비로소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특이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P&G에 적합한 인재가 없다고 판단되면 일손이 부족하더라도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채용시험의 평균경쟁률은 200~300대1, 간혹 1,000대1을 넘는 경우도 있다.이처럼 까다로운 관문을 뚫고 입사한 이들은 곧바로 철저한 성과주의 환경에 던져지게 된다. 여느 기업처럼 본격 업무에 앞서 일정기간 거치는 교육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은 일 그 자체’라는 지론에 따라 지체 없이 실무가 주어지고 막중한 책임도 함께 따라간다.직속 선배가 맡는 소위 ‘사수’제도도 이곳에는 없다. 대신 부서장급 상사가 신입사원을 직접 챙기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업무를 익힐 수 있게 도와준다.그렇다고 사내교육을 등한시하는 것도 아니다. 실무교육과 병행되는 20여 과목의 기업연수 프로그램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내부승진 원칙으로 인재육성최고위직에 오를 사람을 신입사원부터 키워내기 위해 이 회사는 경력사원을 뽑지 않는다. 높은 단계의 자리가 빌 경우 내부인원으로 충원하되 마땅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에는 인재가 준비될 때까지 자리를 비워두기도 한다.또 내부승진을 통해 탁월한 인재를 키워내고 ‘얼마만큼의 사업성과를 냈는가’를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는다. 때문에 입사동기 사이라도 2~3년이 지나면 연봉격차, 직위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간혹 상사의 직급을 추월해 더 높은 위치에 오르는 ‘사건’도 벌어진다.이 같은 능력위주 인사제도는 일을 습득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송동언 이사는 “다른 회사 같은 부서에서 10년 동안 배울 일을 5년으로 단축시키는 셈”이라고 말한다. 탁월한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이 P&G 출신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실제로 P&G출신 ‘스타’들이 다양한 업계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P&G에서 ‘중하위직’이었다가 다른 회사 임원급으로 옮겨가는 예도 많다. 야후코리아 이승일 사장의 경우 마케팅부 대리로 일하다 CEO로 올라간 케이스. 한순현 벡셀코리아 사장, 조인수 한국피자헛 전 사장, 차석용 해태제과 사장 등은 P&G가 배출한 CEO들이다.외식업 사관학교 / T.G.I. Friday’s사내 아카데미 ‘전문인력 양성소’ 정평지난 92년 패밀리레스토랑이라는 새로운 외식문화를 선보인 이래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T.G.I.Friday’s는 다양한 사내교육제도와 동기부여활동, 포상제도로 유명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외식업계 사관학교’일 정도로 교육프로그램이 탄탄하고 투자지원도 대단하다는 평이다.특히 지난 97년 개원한 T.G.I.Friday’s아카데미는 외식업계 전문인력 양성소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아카데미는 당초 사내에 설치, 운영돼 오다 2년 전에 10억원을 들여 지은 전용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T.G.I.Friday’s레스토랑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에서는 각종 교육프로그램, 세미나가 열리며 특히 신입사원은 한 달간의 교육결과를 바탕으로 첫 연봉을 책정받게 된다.이뿐만 아니라 승진을 하려면 회사가 정해 놓은 이수학점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아카데미를 수시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캡틴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40학점 만점에 30학점 이상 취득해야 하며, 매니저급은 59점 만점에 45학점 이상 취득해야 승진대상자가 될 수 있다.또 신입사원 양성과정과 서비스기술 과정, 조리기술 과정 등의 교육내용은 노동부 지정 교육과정으로 인가를 받아 과학성과 체계성을 검증받기도 했다. 박규태 연수팀장은 “T.G.I.Friday’s아카데미의 교육프로그램은 인재의 육성, 보급이라는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완수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각종 경연대회를 개최, 입상자는 해외유학을 보내주는 등 동기부여와 보상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한편 T.G.I.Friday’s에서 양성된 외식 전문인력에 대한 동종업계의 관심도 남다르다. 업계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정인태 사장은 미국 T.G.I.Friday’s에서 6개월 동안 레스토랑 운영기법을 배웠던 영업지원본부 이사 출신. 함께 일하는 이재우 상무, 박계윤 마케팅 팀장도 T.G.I.Friday’s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또 한식 패밀리레스토랑 ‘우리들의 이야기’의 장명선 사장, 토니로마스 마케팅팀 김재철 팀장도 T.G.I.Friday’s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