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문용지시장 50% 점유 …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원자재 공동구매, 원가절감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는 국내 신문용지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신문용지회사다. 지난 98년 12월 한솔제지와 세계적인 신문용지업체인 캐나다의 아비티비 콘솔리데이티드, 노르웨이의 노스케 스코그 등 3개사가 함께 설립했다.당시 한솔제지가 외자유치 과정에서 전주공장과 중국 상하이공장을 양사에 매각하는 대신 3사가 공동으로 싱가포르에 팬아시아페이퍼를 두고 한국지사 형태로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를 설립한 것. 이후 2001년 8월 한솔제지가 33.3%의 보유지분을 나머지 2개사에 각각 50%씩 매각해 100%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재탄생했다.주주사인 아비티비 콘솔리데이티드는 연간 신문용지와 중질지 720만t을 생산하는 캐나다 최대의 제지업체로 북미지역과 영국 등에 27개 공장을 갖고 있다. 또 노스케 스코그는 연간 신문용지와 잡지용지 790만t를 생산하는 노르웨이 최대의 제지업체로 프랑스, 오스트리아, 체코 등에 23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99년 법인설립 뒤 흑자행진연간 100만t의 종이를 생산하는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는 설립 뒤 연이은 흑자행진을 벌이며 쾌속항진 중이다. 설립 이듬해인 99년 6,074억원의 매출과 25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산뜻하게 출발한 데 이어 지난해 6,500여억원의 매출과 41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실적이 좋아졌다. 부채비율도 낮아져 재무구조가 한결 안정됐다. 99년 말 163%(7,545억원)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01년 말 123%(5,815억원)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 10월 말 현재 93.9%(4,77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단기간에 이처럼 우수한 경영실적을 올린 비결은 뭘까.높은 기술력과 함께 현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우선 재활용기술이 뛰어나다. 제품(종이)원료의 90% 이상(연간 70만t)을 원목이 아닌 폐지로 사용할 정도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기준으로 연간 2,000만 그루와 맞먹는 양이다. 따라서 연간 1,000억원의 산림자원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원가절감 효과도 크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도 경쟁사에 비해 유리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팬아시아페이퍼의 두 주주사는 유럽과 미주지역을 양분하고 있는 세계적인 신문용지업체들이다. 때문에 이들 주주사와의 기술 및 정보공유를 통해 세계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원자재를 공동으로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원가경쟁력도 한결 높아졌다.현지화에 중점을 둔 경영전략도 성공요인 중 하나다. 다그 터볼드 사장(50)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외국인투자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관건”이라고 강조한다.이에 따라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는 전주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를 적극 지원해 왔다. 또 공장 인근 마을 주민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이들의 크고 작은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 ‘주민친화프로그램’을 가동해 왔다. 특히 신문폐지 수거와 재생용지 노트 배포 등이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매주 차량을 동원해 전주지역 아파트단지 등을 돌며 직접 폐지를 수거하는 것은 물론 직접 공장까지 가져오는 폐지에 대해서는 재생용지 노트나 화장지로 교환해주는 등 현지화 전략은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이와 함께 환경을 위한 시설투자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도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터볼드 사장은 “2003년 경영계획 중 최우선순위로 환경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환경기준보다 더 엄격한 자체 기준을 수립해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것이다.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는 이미 지난 90년 이후 환경오염방지시설에 9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등 환경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하지만 30여년 전통의 순수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을까.송근홍 부사장은 “캐나다, 노르웨이, 한국 등 3개 나라가 세운 합작사였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를 조율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현지문화를 존중하는 터볼드 사장이 혁명적인 변화보다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보통 법인전환 과정에서 감원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은 필수코스로 통했지만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의 경우 지금까지 인위적인 감원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다만 언어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임직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것도 사내에서 상시적인 영어교육뿐만 아니라 팀장급 이상은 주주사로 파견교육을, 과장급은 모회사가 있는 싱가포르로 3개월간 어학연수를 실시하는 등 점진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는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앞선 신문ㆍ출판용지 생산업체로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주주, 고객, 직원, 파트너, 지역사회가 모두 만족하는 ‘윈윈’ 전략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터볼드 사장은 밝혔다.CEO 탐구 / 다그 터볼드 사장직원과 동고동락 … 현지화경영 ‘앞장’“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는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고 한국시장에 기여하는 한국회사입니다.”지난 1월 부임한 다그 터볼드 사장(50)의 취임일성이다. 터볼드 사장은 이처럼 철저하게 “현지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CEO다. 그의 이런 태도는 그동안 행동으로 나타났다.전주와 청원, 서울에서 분기별로 종업원설명회를 열어 회사현황을 투명하게 설명해 왔다. 아울러 노사협의회에 직접 참여해 직원 대표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내에서 실시하는 모든 직원훈련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가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열성을 보였다.터볼드 사장은 “외국계 기업은 무자비하게 감원을 하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런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간에 직원들과의 만남에 주력해 온 이유를 밝혔다.터볼드 사장은 “올해는 배우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시킬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특히 엄격한 국제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환경시설을 갖추고 안전보건 부문에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임직원과 주주사, 고객, 거래처 및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것은 물론 장차 ‘존경받는 외자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일정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터볼드 사장은 노르웨이 출신으로 노르웨이 제지업체였던 에이에스 유니온(노스케 스코그에 합병)에서 법률고문과 매니징디렉터를 지낸 뒤 노스케 스코그의 인사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한국에 온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삼계탕과 비빔밥을 즐겨 먹고 젓가락질도 능숙한 편이다.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김치도 직접 담갔을 정도로 한국생활이 익숙해졌다고 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