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치 85조원에 달해...여주공장, 하루에 11t트럭 260대 분량 음료수 생산
코카콜라는 세계에서 가장 이름값이 비싼 회사로 통한다. 최근 세계적인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격은 696억달러(약 85조원)에 이른다.하지만 이런 막대한 브랜드 가치에 비해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이란 회사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낯설다. 코카콜라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다.현재 전세계 코카콜라생산은 원액 제공 및 브랜드 관리를 책임지는 코카콜라사와 제조및 유통, 판매 등 영업을 책임지는 코카콜라보틀링사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외국에 진출할 때 높은 수송비용 때문에 원액을 제외한 제조와 유통은 현지에서 직접 해결하기 때문이다.국내에도 코카콜라 원액을 생산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국코카콜라와 국내 코카콜라의 제조 및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코카콜라보틀링으로 분리돼 있다. 한국코카콜라가 코카콜라의 ‘얼굴’이라면 이 회사는 실제 ‘몸통’인 셈. 한국코카콜라로부터 원액을 구입한 뒤 탄산수, 물 등을 첨가한 제품을 제조해 패키지에 담은 후 식품점과 그밖의 다른 소매상에 판매하는 실질 역할을 담당한다.국내 음료시장 점유율 50% 넘어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지역의 코카콜라 제조 및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호주 아마틸사가 지난 96년 전액 출자해 설립됐다. 과거 두산음료, 우성, 호남, 범양 등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4개의 보틀러를 97년에 인수 통합해 직접생산판매방식으로 전환했다. 98년 당시 인수를 반대하던 범양이 애국심 마케팅을 벌이면서 8ㆍ15콜라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이 회사의 하영목 상무는 “당시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국내 진출은 주먹구구식의 국내 음료업계에 세계적 수준의 생산시스템과 마케팅을 소개했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음료업계의 리딩컴퍼니로 그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회사는 철저한 현지 조달, 현지 생산, 현지 고용, 현지 재투자를 원칙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토종 다국적 기업을 자청한다. 96년 진출 후 지금까지 1조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했고, 동시에 과거 보틀러체제의 직원들을 인계하고 사업확장에 따른 새로운 고용창출에도 주력해 왔다.실제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여주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이며, 세계에서도 5번째로 많은 음료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10개의 생산라인에서 연간 8,700만 케이스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하루에 생산하는 음료수의 양은 21만 상자로 11t 트럭 260여대에 달하는 양이다. 여주 외에도 양산, 광주에도 공장이 있다. 지난 99년에는 국내 3대 생산공장을 전면적으로 확장, 완공하고 음료업계의 선두주자로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철저한 현지화를 자청하기 때문에 99년에는 다국적 기업임에도 불구,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가입했다. 영업에 따른 투자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전통도 지켜오고 있다. 98년과 99년 경기도 일대에 수해가 닥쳤을 때도 다국적 기업은 물론 한국기업보다 먼저 수재민들에 대한 음료지원을 위해 복구지원반을 파견했다. 또 과다한 재고가 발생할 때는 전국 고아원, 노인정 등 사회복지시설에 자사 제품을 무상제공한다.한국코카콜라와 함께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도 단골 공식후원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체육회, 대한올림픽위원회, 대한축구협회와 공식후원 계약을 맺고 스포츠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코카콜라 체육대상을 제정, 아마추어 스포츠상으로는 최대 규모의 상금을 수여해 온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코카콜라는 올해로 설립 116주년을 맞았다.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어느 한 약국에서 우연히 탄생된 시럽이 지금의 코카콜라로 이어졌다. 코카콜라가 세계인의 음료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그들이 자랑하는 ‘톡 쏘는 맛’보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최대한 활용한 뛰어난 마케팅 때문이었다.특히 2차세계대전은 코카콜라가 다국적 기업으로 일어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코카콜라는 미군이 배치되는 모든 전장에 1병에 단돈 5센트의 가격으로 코카콜라를 공급, 전쟁기간 내내 약 50억병의 콜라를 제공한 것. 이를 위해 당시 유럽과 남태평양에는 64개의 코카콜라 공장이 건설되었는데 이들 공장은 전후 코카콜라가 해당 지역시장을 공략하는 전진기지가 됐다.국내에 코카콜라가 첫선을 보인 것은 한국전쟁 당시인 50년대 초. 미군들을 위한 음료로 들어오면서부터였다. 68년 한양식품이 제품생산에 들어가면서 지난 34년간 사랑을 받아왔다. 74년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제품 원액도 한국코카콜라가 직접 생산, 공급하게 됐다.주요생산품은 코카콜라를 비롯해 환타, 파워에이드, 킨사이다, 네스카페, 네스티 등으로 국내 탄산음료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826억원의 매출과 2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국내 음료업계의 선두주자. 음료생산 외에도 자동판매기 위탁 운영 사업, 일반 소규모 매장에서 청량음료를 만드는 제품인 포스트 믹스 생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CEO 탐구 / 마크 클라크 사장윤리경영으로 사상 최고 실적 올려“코카콜라 경영의 핵심은 투명성과 공정성, 정직성입니다. 이것이 코카콜라가 정치적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세계를 무대로 100년 이상 사업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지요.”지난해 부임한 마크 클라크 사장(49)은 윤리경영을 표방한다.‘이윤창출’과 ‘윤리고수’라는 원칙적인 문제가 상충할 때 그는 기업윤리를 항상 최우선 순위로 정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입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부 직원들이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게 돼 기업이 영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지난해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국내 음료시장에서는 무자료 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정도로 가겠다고 혼자만 따르지 않자니 손해를 보겠고, 그냥 따라 하자니 경영윤리에 위배된다는 딜레마에 빠졌었죠. 결국 원칙을 선택해 지난해 상반기에 사상 최고실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이런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이에 대해 언제든지 의견을 낼 수 있는 토론문화가 형성돼 있다. 각 계층별로 사원들과 사장이 직접 대면해 허심탄회하게 회사의 문제점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것을 정례화시켰다. 또 재무적인 숫자와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앞으로 한국시장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생산과 마케팅시스템이 구축될 것입니다. 코카콜라는 세계 최고경영의 노하우를 전파하고 국제무대에서도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인재로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