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신 봐주기부터 이유식 . 아침식사 . 국 . 생선배달까지

서울 홍은동에 사는 주부 박윤희씨(31)는 시장보러 갈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6년차 직장인인 서씨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해 회사에서 바쁜 하루를 보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보통 오후 9시. 서씨는 “동네 슈퍼마켓은 문을 닫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야간에 영업하는 대형마트에 가는 것은 엄두도 안난다”며 “남편은 잦은 회식으로 밤 12시가 돼야 집에 들어오기 일쑤여서 남편이 시장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시장에 갈 시간이 주말밖에 없는 서씨가 원활한 가정경영을 위해 선택한 대안은 ‘쇼핑대행전문점’이다. 서씨는 거주하는 아파트 복도에 붙어 있는 ‘장바구니’라는 업체의 광고지를 보고 쇼핑대행업체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 장바구니는 3,000원을 수수료로 내면 필요한 품목을 대신 구입해 원하는 시간에 배달해주는 업체다.박래연 장바구니 대표(27)는 “고령화사회인 일본에서 시장을 대신 봐주는 사업이 봇물을 이룬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말 창업했다”며 “맞벌이부부와 하루종일 집밖에서 일하는 자영업자가 주요고객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15~20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으며 5만~7만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유통업계에서 3년 이상 일했던 성언제 공동대표(27)의 경험과 국제통상을 전공하고 벤처창업에 관심이 많은 박대표의 노하우를 결합해 창업한 것이다. 박대표는 “고정고객을 확보해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생필품을 도매로 구입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 목표”라며 “수수료 3,000원과 도소매 차익으로 수익을 낼 것”이라고 했다.배달관련 창업 봇물쇼핑대행업을 비롯한 이색 배달 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맞벌이부부가 증가하고 ‘편의’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배달업체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 등장한 이색 배달 아이템은 이유식과 아침밥, 반찬, 국, 생선, 과일 등이다. 택배업체들도 소비자의 다변화된 기호에 맞춰 특화된 택배 서비스를 잇달아 개시하고 있다. 스키택배와 대입서류, 대학기숙사, 경조, 김치 택배서비스로 고객몰이에 힘쓰고 있는 중이다.이유식 배달은 핸드메이드 아기이유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사업으로 ‘2030세대’ 엄마들에게 인기다. 4살과 1살의 두 자녀를 둔 김수경씨(33)는 “1살 아기에게 분말형 인스턴트 이유식을 먹이기에는 아기 건강이 걱정된다”며 “그렇지만 4살 된 큰아이에게도 신경을 쓰다 보면 매일 식단을 바꿔 이유식을 만들어 먹일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이유식 배달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김씨와 같은 엄마들이 늘면서 이유식배달업체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0년 이유식 배달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아기밥(www.agibob.co.kr)은 현재 하루 1,000가구에 이유식을 배달할 정도로 자리잡았다. 2001년 사업을 시작한 아기21(www.agi21.com)과 베베쿡(www.bebecook.com)도 하루 700~800여가구에 홈메이드 이유식을 배달하고 있다.서현정 아기밥 실장은 “소아과 전문의 4명과 13명의 영양사, 10명의 조리사들이 아기의 연령에 맞춰 필요한 영양을 담은 맞춤이유식을 만든다”며 “분유를 먹이는 비율을 현재의 85%에서 절반 수준인 40%로 줄이는 것 또한 목표”라고 설명했다.아침밥을 배달해주는 사업은 미혼 직장인이나 맞벌이부부에게 인기다. 대학입학 후 9년째 자취를 하는 대기업 사원 임현철씨(29)는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다 보니 건강이 날로 악화되는 것 같아 아침밥을 배달시켜 먹고 있다”며 “한 끼당 2,000~3,000원으로 저렴한 가격과 이른 아침에도 국과 찌개, 탕을 배달하는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아침식사와 국 배달 서비스가 각광을 받으며 관련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국에 100개 이상의 대리점을 운영 중인 차려진밥상(www.gookmorning.co.kr)은 지난해 초 하루 주문량이 3,000가구였으나 1년 사이에 10배 이상 늘었다. 참다운건강식품(www.charmdaun.net)과 데일리국(www.dailyguk.com)도 2인분 3,000~4,000원, 4인분 4,000~5,000원에 다양한 메뉴의 국과 찌개를 배달해주고 있다.더불어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 간단한 아침식사를 사무실로 배달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조찬넷(www.jochan.net)은 오전 6부터 10시 사이에 서울 여의도와 마포로, 시청 인근 등에 위치한 사무실에 아침식사를 보내주고 있다.가시를 발라낸 생선을 배달해주는 사업은 2~3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해 주문을 하면 머리와 꼬리, 내장 등을 제거하고 가시를 발라낸 생선을 배달해준다. 2000년 네오피시가 고등어와 임연수어, 삼치 등의 생선을 판매해 화제를 일으켰다. 현재 생선 배달 시장은 후발주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에 20여개 대리점을 운영하는 피시하우스의 황규화 관리부 과장은 “오프라인에서 생선판매업을 하다 지난해 초부터 배달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저염처리한 생선을 고객이 바로 구워 먹을 수 있게 포장배달을 하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배달 관련 창업은 한 달 평균순이익이 10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로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며 “많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샐러리맨 수준의 수입을 올리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대표는 또 “오래 지속되는 대중성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을 펼쳐야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돋보기 / 택배업체의 특화서비스스키·경조·대입서류 등 다양21세기 들어 급성장한 택배업계는 현재 약 1조4,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TV홈쇼핑업체와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 후광을 톡톡히 입은 까닭이다. 택배업체에 의해 운반되는 물량도 하루 10만상자로 지난 2~3년간 대폭 확대됐다. 92년 한진이 택배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한 후 93년 대한통운, 96년 현대택배가 잇달아 진출했다. 2000년 CJ GLS가 택배사업에 뛰어든 후 이들 4개 업체는 ‘빅4’라 일컬어진다.시장규모가 커지면서 택배 서비스도 다채로워졌다. 김만 대한통운 홍보관리팀 대리는 “예전에는 물건의 안전배달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며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보내고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등 여가를 중시하는 고객들이 많아져 택배 서비스도 소비자 기호에 맞춰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김대리는 또 “특화 서비스는 전체매출의 10%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세기 소비자를 위한 특화 서비스는 스키택배와 명품, 대입서류, 대학기숙사, 경조, 호텔, 김치, 크리스마스 택배 서비스 등이다.스키택배는 스키장비를 가정에서 스키장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대한통운측은 스키인구의 저변확대와 택배이용의 보편화로 이번 스키시즌에는 전 시즌 대비 50% 이상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입서류택배 서비스는 대입 관련 서류를 배송하는 것으로 지난해 처음 선보인 신종 상품이다.역시 지난해 선보인 기숙사택배는 방학 때 귀향하는 대학 기숙사생들의 물품을 고향집까지 운반해주고 개강 후에는 기숙사로 재배달해준다. 경조택배는 경조금을 목적지까지 제때에 전달해주는 서비스로 4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호텔택배 역시 전국 지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특급호텔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호텔 데스크에서 배달물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크리스마스택배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선보인 성탄절을 앞두고 택배사원들이 산타복장을 하고 물품을 전달하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