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모 삼성증권 ESG연구소장…“결국은 데이터 싸움, LNG 등 징검다리 기술 주목”

[ESG 리뷰] ESG 프런티어
“모든 애널리스트를 ESG 전문가로…중소기업 컨설팅 수요 잡을 것”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담론을 형성해 왔다. 자본 시장에서 ESG가 투자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투자 규모가 대폭 늘었다. 자금 중개를 ESG 성과와 연관시켜 ‘ESG 금융’의 힘을 키우고 있다. ESG 채권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ESG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인재 확보전을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리서치센터 내 ESG연구소를 신설해 주목된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ESG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연구소 형태의 ESG 대응에 대해 윤 소장은 “ESG는 단기 이슈가 아닌 긴 호흡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리서치센터 본연의 역할인 보고서 발간에 충실하면서 향후 컨설팅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근 ESG 열풍을 어떻게 봅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ESG 이슈가 본격화됐습니다. 위기 의식이 현실화되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에서도 ESG를 고려해 엄청난 재정을 풀고 있습니다. ‘그린’이라는 맨데이트로 재정 통합이 안 되던 유럽연합(EU)도 돈을 퍼붓고 있죠. 그러면 시장에는 승수 효과라는 게 생기잖아요. 그런 부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한 발 비켜나 있던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ESG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제 ESG는 단기 유행에 그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50년 넷제로(탄소 중립)를 선언했다면 중간 목표치인 2030년, 2040년까지의 구체화된 로드맵이 올해부터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차원의 톱다운된 목표를 맞추기 위한 개별 기업들의 보텀업 전략이 나오겠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이 먼저 목표치를 내놓을 테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 리서치센터에서 ESG연구소를 설립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인력은 약 92명으로 업계에서 큰 규모에 속합니다. 리서치센터에는 업종·시장 담당 리스트들이 포진해 있죠. 최근 리서치의 역할이 변화하면서 기민하게 대응하는 애자일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ESG연구소는 하나의 팀이면서 100여 명 가까이 되는 리서치센터의 ESG 역량을 끌어올리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합니다. 올해 리서치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글로벌 주식, 비상장 리서치 그리고 ESG입니다. 이에 따라 각 업종 담당자도 ESG 관련 보고서 발간에 필수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ESG 시대, 에너지 대전환’ 시리즈를 3편에 걸쳐 소개했습니다. ‘ESG연구소 X 인더스티얼(Industrial)팀’, ‘ESG연구소 X EV·모빌리티팀’과 같은 협업 형태로 순환 경제·플라스틱·배터리 등을 들여다봤습니다. 또 ‘ESG, 자본시장의 뉴노멀’ 등 올해 들어 10편 이상의 ESG 보고서를 냈습니다. 우리는 전 리서치센터를 ESG연구소화하는 셈입니다. 보고서를 시작으로 한국 자본 시장의 투자자가 ESG에 기반한 여러 가지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ESG 평가 기관에서 ESG 관련 빅데이터를 연구하던 인력이 합류했습니다. 탄소 배출량 등 ESG 관련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죠. ESG는 결국 데이터 싸움이라고 봅니다.”

- 이와 관련해 리서치센터의 추가된 역할이 있습니까.
“ESG를 투자자와 투자 기업의 관계로 볼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는 ESG 방법론으로 책임 투자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증권사들은 갑과 을 사이에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의 ESG 현황을 소개하는 등 서비스를 할 수 있죠. 또 투자를 받는 기업군에 ESG 글로벌 동향과 달라진 규정 등을 서비스할 수도 있습니다. ESG 이슈가 다양한 만큼 자사에 맞춤형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컨설팅 서비스를 조금씩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ESG사무국, ESG위원회, 관련 조직과 인력이 갖춰진 반면 중소기업들은 준비가 잘 안 돼 있죠. 대기업의 벤더사라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하는 RE100과 같은 이슈에 당장 대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들에도 서비스를 많이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 자체적인 ESG 로드맵을 설계했습니까.
“리서치센터에서 ESG 리서치 로드맵을 세웠습니다. 전반적인 개념부터 ESG 경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고서를 발행하면서 에너지 대전환, 순환 경제와 같은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한편 산업별 중대성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ESG는 회계에서처럼 표준화된 정보가 없고 산업마다 중요한 정보가 다른 만큼 산업별로 정립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지표가 필요한지, 해외 경쟁사 현황은 어떠한지, 개선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기업들은 왜 ESG를 강화해야 합니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말한 것처럼 매년 발생하는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제로(0)로 만드는’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과거의 ESG는 연기금 등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성과 착한 투자의 개념으로 진행했다면 지금은 모든 투자자가 ESG를 생각합니다.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빠뜨렸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의 작은 이슈가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온다는 것을 체감했죠. 상호 연결성이 커진 세상에서 금융은 이제 ESG 요소를 고려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성과를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피투자자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ESG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자는 게 아닙니다. 과거처럼 재무적 이익만 신경 쓰는 방식으로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 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핵심은 무엇입니까.
“ESG에서 E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지만 S와 G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E를 ‘그린워싱’이 아닌 시장 친화적인 기술 투자 등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G가 필요합니다. 특히 ESG는 향후 몇 년 안에 완성될 수 있는 게 아니죠.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수소 환원 공법을 개발하는 등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더욱 중·장기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 중·장기 목표는 어떻게 설정해야 합니까.
“기술 이슈는 상업성과 실현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때 ‘징검다리 기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이상적인 그림이라면 그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시간을 벌 수 있는 중간 단계의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는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자원이 풍부하지 않고 또 주요 수출 상품이 화석 연료나 탄소에 의존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자본 시장의 논리에서 해외에 있는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 ESG와 관련해 올해 유망 분야는 무엇입니까.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그린 뉴딜 등 정책 자금을 계속 집행하고 있고 KDB산업은행에서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풍력과 태양광 등은 계속 테마가 될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징검다리 기술 기업이 각광 받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조선업에서 LNG 운반선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LNG가 깨끗한 에너지는 아니지만 탈석탄 과정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또 한국 전통 산업재의 변신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탄소 악당으로 불렸지만 미국의 주요 오일 메이저 기업들이 탄소 저감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주목받은 것처럼 한국 기업도 ESG 세계에서 어떻게 변신할지 주목됩니다.”

- 올해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11월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열립니다. 2015년 파리협약 이후 신기후 체제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올해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 8~9월에는 G20에서 환경 관련 컨센서스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탄소 배출권 이슈가 주목됩니다. 반도체 이후 미·중 무역 분쟁의 무기로 등장할 수 있는 게 환경 이슈입니다. 탄소 배출권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면밀한 준비를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