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대출·투자 기업 순 탄소 배출량, 2050년까지 ‘제로’로”
[ESG 이슈] 인터뷰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는 ‘기후 위기’ 속에서 금융권이 나섰다. 깨끗한 공기, 물과 에너지와 같은 자원을 지키고자 금융맨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을 촉발했다면 한국에선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기후 금융’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그 선봉에 선 신한금융지주는 전략·지속가능부문 최고책임자(CSSO)라는 새로운 직제를 신설했다. 그룹별 CSSO 선임을 통해 ‘그룹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 총괄 부사장이 ‘그룹 ESG CSSO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유엔 환경 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글로벌운영위원회 아시아태평양 뱅킹 부문 대표에 선임되면서 올해부터 3년 간 UNEP FI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에서 활동한다.-그룹과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요.
“CSSO는 그룹의 전략과 지속 가능성을 담당합니다. 전략 안에 지속 가능성 파트가 있었는데, 지금은 별도의 팀으로 분리해 맡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ESG 이슈를 전략 담당 부서장 밑에서 다루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룹의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를 움직이고 전략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있어서입니다. 그만큼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UNEP FI에선 글로벌운영위원회가 최고 의사 결정 기구입니다. 연도별 사업 계획과 주요 안건을 기획·심의하고 어젠다를 설정하는 라운드 테이블과 총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뱅킹 부문 대표로 선정된 것은 처음인가요.
“일본에서는 아시아태평양 뱅킹 부문 대표가 선정돼 왔는데 한국에선 이번에 처음 선정됐습니다. 여러 의미가 있지만 그만큼 한국에 대해 국제 사회의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에 적도원칙에 가입했습니다. 한국에선 신한금융이 지난해 가입했고 KB금융그룹도 최근 가입했죠. 한국이 유럽·미국·일본에 비해 뒤처진 셈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에 탄소중립은행연합(NZBA)에 서명할 때는 동아시아 쪽에서 신한과 KB금융이 참여하는 등 일본과 중국보다 앞선 점입니다.”
-전 세계 지속 가능 금융의 전략 목표가 있을 텐데, 최근 강조점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이산화탄소 얘기를 하는데, UNEP FI나 블랙록 등에서 자연 자본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릅니다. 산림 벌채, 나노 플라스틱 문제가 종 다양성을 해치는 대표적인 원인이죠. 유럽에선 이미 아마존 삼림을 벌채해 농작물을 키우는 기업들에 대출을 규제하기도 합니다. 동남아시아 정글을 파괴해 팜유와 같은 한 종류의 식물을 심는 것도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행위죠. 이와 관련해 자연 관련 재무 공개 태스크포스(TNFD)가 워킹 그룹에 들어갔습니다. 생물 다양성에 대해서 기후 변화 재무 정보 태스크포스(TCFD)와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지배구조·전략·목표 등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탄소중립은행연합(NZBA)에 창립 서명 기관으로 참여한 것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NZBA 설립 추진에는 어떻게 협력해 왔나요.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 기후 변화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립니다. 이에 대비해 전 영란은행 총재이자 유엔 기후행동 및 재정 특사인 마크 카니 주도로 탄소 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이 발족됐고 그중 은행연합이 NZBA입니다. 은행 부문에서 43개 기관으로 출범했는데 앞으로 많이 확장될 겁니다. 아직 글로벌 표준이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 이니셔티브들이 나오는데 가장 믿을 만한 쪽으로 금융회사가 몰려가는 추세입니다. NZBA에 참여하는 금융사들은 대출·투자 등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탄소 중립(넷제로)’으로 만들자고 합의했습니다. UNEP FI는 NZBA 설립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력했습니다. 책임은행원칙(PRB)·지속가능보험원칙(PSI) 등 UNEP FI 주관의 주요 이니셔티브의 추진 전략 및 이행 사항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선언하면서 2050년 탄소 중립 계획을 밝혔습니다. 탈석탄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없습니까.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를 발표하기까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사회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ESG가 주주 이익과 이해관계인의 이익이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죠. 제로 카본을 선언했을 때 다른 금융회사로 고객들이 옮겨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한 상황이고 금융회사가 가야 할 길은 ‘넷제로’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탈석탄 선언은 전략적 선택을 통해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탈석탄은 추가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인데, 관건은 기존에 배출하고 있는 곳들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제로 카본 개념에는 탈석탄이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낮추는 것은 기존 배출 기업의 변화 없이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금융회사가 다 같이 참여해야 합니다. 최초 시도에는 부담이 있지만 우리가 하지 않더라고 탄소 국경세, 탄소 배출권 거래제 등의 흐름에서 고배출 업체들은 재무적 부담이 커지며 우리의 대출 포트폴리오도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됩니다. 기후 리스크는 조만간 금융 산업의 현실이 될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힘들지 몰라도 빨리 준비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게 은행의 장기 성장에도 훨씬 좋은 것이라고 봤습니다.”
-탄소 중립에서 기업에서의 접근과 ‘넷제로 금융’은 어떻게 다릅니까.
“블랙록이 우리에게 하는 게 고객 인게이지먼트입니다. 서한을 보내 TCFD나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에 잘 대응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줄이겠다고 했죠. 제로 카본 드라이브는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입니다. 한 산업이나 기업은 자체 배출량만 관리하면 됩니다. 물론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에 가입하면 서플라이 체인까지 모두 봐야 하지만 금융회사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도 처음엔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로 접근했습니다. TCFD와 책임은행원칙 등에 가입하면서 금융은 대출이나 투자를 통해 전체의 산업 흐름을 탈탄소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자체 배출량보다 전체 여신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하고 스콥(Scope)1에서 스콥2, 스콥3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스콥1은 실제 생산 단계에서 온실가스 직접 배출이라면 스콥 2는 전기 등 내부 간접 배출을, 스콥3는 기업 존재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함합니다. 지금 NZBA에서 논의하는 게 스콥 3까지 다 보라는 것이거든요. 또 이를 지키지 못 하면 왜 못 했는지에 대해 밝혀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게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 확보입니다. 현재는 약 80%는 탄소 배출권 거래 할당 업체들의 공개 데이터를 분석하고 나머지 20%는 추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데이터가 더 정교화돼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상업용 빌딩과 주거용 빌딩의 탄소 배출량까지 관리하라는 요구입니다. 이때는 예를 들어 아파트의 탄 소배출량에 따라 대출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거용 건물까지 포함한다면 주택 담보 대출을 회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넷제로 금융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제로 카본 드라이브는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 38.6%, 2040년 69.6%로 줄이고 2050년에는 넷제로를 달성하는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것은 정량화와 데이터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SPTi(과학 기반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의 인증을 받아야 하고 탄소회계금융협회(PCAF)가 제시하는 방법론을 활용해 측정 모형을 고도화하려고 합니다. 2019년부터 기업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기 시작했고 종합적인 여신 심사 모형을 만드는 작업을 연내 완성할 계획입니다. 그에 따라서 2023년부터 본격적인 감축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전체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2019년 기준으로 1100만 톤의 탄소 배출량이 측정됐습니다. 단계적 감축을 통해 이를 2050년 제로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데이터를 보면 특히 과다하게 탄소를 배출하는 상위 50여 개 업체가 집중 관리 대상입니다. 넷제로까지 초기 10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1년에 2500억원 정도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과정입니다. 넷제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복잡한 이슈가 됩니다. 고배출 업종을 넘어 중소기업들과 상업용 빌딩 등이 포함되고 기업의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다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어차피 다가올 파도라면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겠죠. 그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금융의 의무와 책무이기도 합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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