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시장임에도 수요 예측에 1조원 몰려
무르익는 IPO 기대감, 관건은 성장세 유지

[마켓 인사이트]
거센 렌털업 경쟁 속 회사채 흥행 성공한 SK매직
SK매직의 성장세가 파죽지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도 사상 첫 매출 1조원 돌파를 달성하는 등 거침 없는 모습이다. 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렌털 시장에 진출해 포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속도로 빠르게 입지를 구축했다.

회사채 시장에선 SK그룹의 후광과 직수형 정수기·트리플케어 세척기 등 아이디어 제품을 내세워 기관투자가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지속 성장과 수익성 전망으로 기업공개(IPO) 시점도 저울질하는 중이다. 다만, 가파른 성장으로 조금씩 균열이 보이는 재무 상태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거센 렌털업 경쟁 속 회사채 흥행 성공한 SK매직
‘레드오션’ 렌털업 불구, 회사채 수요 예측에 1조원 몰려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에게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은 기업은 단연 SK매직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인정되는 SK매직의 신용 등급은 ‘A0’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A0’를,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A+’로 한 단계 상향하기도 했다. 복수의 신용 평가사들이 동일한 신용 등급을 매겨야 회사채 시장에서 유효한 등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A+’로 상향되기 위해선 한국신용평가 외에 다른 곳도 등급을 조정해야 한다.

회사채 시장이 연일 활황세를 보이지만 신용 등급이 ‘A0’인 기업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AA급(AA-~AA+)’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낮고 투자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SK매직이 지난 3월 실시한 1500억원 회사채 발행에 1조700억원이 몰렸다. 자산 운용 회사와 중소 보험사 등이 수요 예측에 대거 참여했다. 회사채 흥행 성공으로 SK매직은 연 1%대 중반에 원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활용해 3년 전 연 2%대 후반에 빌린 자금을 상환해 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게 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회사채 대박이 터진 이유로 SK매직의 경쟁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또한 SK그룹에 편입된 지 5년 만에 한국신용평가 기준으로 등급 상향이라는 선물을 받은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등급을 올리지 않았지만 SK매직의 사업·재무 전망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회사채의 흥행을 이끌었다. 두 신용 평가사는 SK매직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조만간 ‘A+’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등급 상향 가능성은 기관투자가들에게 자금을 투입하게 하는 긍정적인 조건이다. 회사채를 사들인 후 신용 등급이 오르면 회사채 가격도 올라 결과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한국 산업 대부분의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SK매직은 SK그룹이라는 든든한 후광에 힘입어 기관투자가들에게 큰 우려를 주지 않는다.

SK매직은 2016년 SK네트웍스가 매직홀딩스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해 SK그룹에 편입됐다. 기존 주방 가전 시장 인지도를 기반으로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 환경 가전 렌털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직수형 정수기 출시 이후 신규 계정 수 기준으로 매년 15~2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비데·공기청정기 제품군에서도 10~15%의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SK그룹에 편입된 후에는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고 그룹 차원에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면서 직간접적 수혜를 봤다.

성장세가 커지면서 2016년 4692억원이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1조246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7억원에서 81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5~6%대였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9%에 육박했다. 매출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0%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거센 렌털업 경쟁 속 회사채 흥행 성공한 SK매직
무르익는 IPO 기대감, 관건은 성장세 유지

시기가 좋았다.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 환경 가전 렌털 사업이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이슈로 부각되고 코로나19 등과 맞물리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SK매직은 경쟁사에 비해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환경 가전 렌털 시장에서 단기간에 자리 잡았다. 2015년 74만 개에 그쳤던 렌털 계정 수는 2018년 154만 개, 2019년 179만 개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99만 개까지 치솟았다. 렌털 매출도 덩달아 늘어 2015년 1293억원에서 2018년 3500억원, 지난해에는 7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해약률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중도 해지 때 발생하는 렌털 자산의 폐기 손실은 전체 매출의 2% 수준이다.

회계 처리 변경도 SK매직의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 2019년 기존 운용 리스 매출로 처리하던 일부 렌털 계약에 관해 금융 리스 매출로 회계 처리를 바꿨다. 금융 리스로 회계 처리하면 약정 기간 동안 매출과 관련된 원가를 손익으로 인식한다. 향후 렌털료 회수 때 금융 리스 채권의 회수로 인식해 매출과 약정 기간 동안 마진으로 파악하는 효과가 있다.

기업 분석 전문가들은 회계 처리 변경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SK매직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

김교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렌털 부문의 계정 기반 확대에 따른 외형 성장과 주방·환경 가전으로의 사업 다각화 효과를 보면 안정성이 과거에 비해 한층 높아졌다”며 “가전 부문에 비해 원가율이 낮은 렌털 매출 비율이 높아지고 렌털 부문 자체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고정비 분산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개선된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시장 안팎에선 SK매직이 올해 IPO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수혜주로 렌털업이 꼽히는 만큼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성장기에 있는 렌털 사업 특성상 렌털 자산 확보와 계정 유치 과정에 수반되는 운전 자본과 설비 투자 부담 등이다.

또 지금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관건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시장 성장이 둔화되거나 업체 간 경쟁 강도가 심화되면 중도 해지가 늘면서 영업·재무적 가변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가전 제조사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선호도 상승으로 삼성·LG전자의 고가 제품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SK매직이 선제적으로 진출한 식기세척기 제품은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하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경쟁사의 공세가 거세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렌털 사업의 구조상 사업 확장기에는 내부 현금 유보를 통한 자체적 재무 구조 개선은 제한적”이라며 “한국 시장점유율 경쟁과 해외 시장 공략에 따른 마케팅 비용 부담 역시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