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기대에도 밸류에이션 여전히 낮은 IT·헬스케어·경기 소비·커뮤니케이션 업종 유망

[머니 인사이트]
하반기 장기 금리 하향 안정…성장주의 귀환 전망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논의가 실질적으로 시작됐고 기준 금리 인상 시점도 앞당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기저 효과 때문이지만 경기와 기업 실적, 인플레이션이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될 것이고 수익률 곡선에는 이미 2025년 말 2.25%까지의 금리 인상이 선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7~8월 중 한 차례 약 10%의 조정을 거친 후 내년 상반기까지 추세적 상승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장기 금리가 하향 안정되고 ‘성장이 희소한 시기’가 되는 하반기 주식 시장은 성장주가 주도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전의 고점을 넘어 이익이 본격적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 미디어 콘텐츠, 인터넷, 게임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파적 FOMC에도 장기 금리는 하락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6월 FOMC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규모는 이미 지난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4분기에는 이전 성장 추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Fed는 7월 FOMC에서 테이퍼링 논의를 공식화하고 9월 FOMC에서 구체적 계획과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완전 고용에 도달하는 2023년부터는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다. 6월 FOMC에서 2023년 말 점도표가 두 차례(50bp)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방향으로 상향 조정되고 내년 말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Fed 멤버의 숫자가 18명 중 4명에서 7명으로 늘어나는 등 상당한 매파적 서프라이즈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채 10년 금리는 3월 30일 장중 1.77%를 고점으로 연일 급락해 1.40%대까지 낮아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연말 미 국채 10년 금리 전망은 대체적으로 여전히 2%를 웃돈다. 하지만 KB증권은 미 국채 10년 금리가 이미 연내 고점(1.77%)을 확인했고 연말에는 1.30%까지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첫째, Fed의 기준 금리 인상 전망이 선반영됐다. 미 국채 10년 금리가 고점을 형성했던 4월 초 장외 파생 상품 시장의 수익률 곡선에 반영된 Fed의 금리 인상 속도는 2025년 말 기준 2.33%였다. 현재도 2025년 말 약 1.76%를 반영하는 중이다. 만약 2023년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해 2025년 말 2.25%까지 기준 금리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3년 동안 24차례의 FOMC에서 8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테이퍼링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2015년에는 2.25%까지 도달하는 데 2년 10개월이 걸렸다. 현실적으로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이보다 더 빨라지기 어렵다면 장기 금리가 전고점 위로 상승할 위험은 낮다고 판단된다.

둘째, 미국의 경기 모멘텀과 기업 실적 전망, 인플레 모두 2분기를 정점으로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저 효과지만 당분간 장기 금리가 오를 명분이 약해졌다. 특히 미국 경제의 성장을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점차 ‘대규모 인프라 투자안+대규모 증세’가 ‘소규모 인프라 투자안+소규모 증세’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셋째, Fed 테이퍼링의 성격이 2014년 테이퍼링과 다르다. 과거 양적 완화(QE)는 국채 매입을 통해 장기 금리를 낮춰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Fed는 대규모 재정 지원을 위한 국채 매입(QE)에 나섰던 만큼 지금 논의되고 있는 Fed의 테이퍼링은 통화 정책 정상화가 아니라 재정 정책 정상화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Fed는 고용과 물가를 고려해 테이퍼링 시점과 규모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결국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덜 쓰게 되는 만큼만 국채 매입량도 줄일 수 있다. 내년 미국의 재정 적자 규모는 세수 증가로 올해보다 1조5000억~1조8000억 달러 줄고 그만큼 국채 순발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지출(국채 순발행)은 1조5000억 달러가 감소하는데, 만약 Fed가 1조 달러만 테이퍼링한다면(국채 매입을 줄인다면) 결과적으로 재정 지출은 줄고 통화 정책 측면에서는 5000억 달러만큼 더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테이퍼링의 본질상 장기 금리는 연말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이 11년 만에 4.0%(KB증권 4.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신년사를 통해 연내 기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금리 인상 소수 의견에 이어 4분기 첫 기준 금리 인상을 시작해 내년 말까지 총 세 차례(75bp) 인상을 통해 기준 금리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25%로 돌려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금리가 오르고 장기 금리가 하향 안정되는 일드 커브 평탄화(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시작됐다. 현재 포워드 커브에는 이미 향후 1.5년 동안 84bp(3.4회)의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어 장기 금리는 하향 압력이 높다. 국고 10년 금리는 1.90%까지 하락이 예상된다. 다만 6개월 후 반영된 금리 인상폭이 아직 43bp 수준에 그쳐 국고 3년 이하 단기 금리의 상승 압력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달러 환율은 Fed의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일시적으로 1145원 내외로 상승하겠지만 테이퍼링 이후 안정되며 연말 1090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의 주도주는 성장주가 될 것

하반기 장기 금리 하향 안정…성장주의 귀환 전망

경기 민감 업종과 가치주가 주도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주식 시장은 성장주가 주도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 금리가 하향 안정되고 이익 성장이 둔화되면서 오히려 ‘성장이 희소해지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G7 재무장관들이 전 세계 법인세율 하한 설정에 합의하면서 미국 대형 기술 기업을 겨냥했던 유럽의 ‘디지털세 폐지’를 요구한 것도 성장주에는 긍정적이다. 미국의 성장주는 강한 이익 전망 상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가치주의 멀티플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익 기대에도 밸류에이션 수준이 여전히 낮은 IT(하드웨어·반도체), 헬스케어(제약·바이오), 경기 소비(내구 소비재 및 의류·소매), 커뮤니케이션 업종을 유망 업종으로 제시한다. 한국 증시에서는 팬데믹 이전 고점을 넘어 이익이 본격적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친환경(태양광·풍력), 자동차, 미디어 콘텐츠, 인터넷, 게임 등이 우월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지수는 7~8월 중 한 차례 약 10%의 조정을 거친 후 내년 상반기까지 추세적 상승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조정의 배경은 경기 모멘텀과 기업 실적이 2분기를 기점으로 둔화된다는 점 때문이다. 6월 FOMC에서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된 점도 Fed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플레는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되겠지만 임금·주거비·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수요 측면의 추세적 인플레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는 논란 등도 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상승 추세에서 단기 조정은 이를 대비한 현금 확보 전략보다 성장주의 추가 및 교체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3분기 이후 기저 효과에 의한 증가율은 둔화보다 팬데믹 이전 고점을 넘어 성장 궤도에 진입한 경제와 기업들의 변신, 그에 따른 설비 투자 증가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 단기 조정을 거치면서 밸류에이션 멀티플 부담을 낮추면 꾸준한 이익 전망 상승이 선진 시장 주식을 상승 추세로 복귀시킬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3분기를 고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KB증권은 4분기까지 지속적 상승을 전망한다. 상단은 3600을 예상한다. 최근 코스피의 밸류에이션(PE)이 11.7배까지 낮아지면서 가격 부담은 상당 부분 덜었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실적 추정치가 전혀 상향되지 않더라도 연말 PE는 12.2배이며 보수적으로 10% 추가 상향된다고 가정해도 PE는 11.1배에 불과하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