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이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선도하며 산업계의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기조로 바꿨다면 한국에선 은행권이 ‘기후 금융’ 논의를 이끌고 있다. 그 선봉에 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넷제로(net-zero) 전략을 짚어봤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한국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적도원칙에 가입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올해는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하며 ESG 경영의 실행력 강화에 힘을 실었다.
ESG 경영위원회는 최고경영자(CEO)가 주관하는 ESG 협의체다. 은행의 ESG 전략과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 그룹별 협업을 논의하며 ESG 정책과 사업에 대해 최종 결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8월 화상 회의로 진행한 ‘제1차 ESG 경영위원회’에서 하반기 ESG 경영 전략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ESG 관련 사업의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며 “특히 ESG 경영을 위해 추구해야 할 지향점과 목표 수준을 설정하기 위해 국내외 다양한 ESG 평가 지표를 참고하고 자체적으로 ESG 경영을 진단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한은행 ESG 경영위원회는 신한금융그룹의 ESG 경영 전략에 발맞춰 주요 활동을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관점으로 나눠 접근한다.
E 관점의 대표적인 사업은 적도원칙과 탈석탄 금융‧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등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현재 1000만 달러 이상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5억 달러 이상 기업 대출에 ‘적도원칙 스크리닝 프로세스’를 준용한 심사를 수행 중이다. 환경‧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의 위험도를 평가해 그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금융 계약에 반영하는 관리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향후 이 같은 스크리닝 프로세스를 베트남 현지 법인을 시작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신한 ESG 실천 빌딩’을 선언, 임직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고 손쉽게 ESG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본점 구내식당 도시락 용기를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하고 건물 내 친환경 건축 자재 사용을 30%까지 점차 확대하는 등 환경성을 강화한다. 또 ‘ESG 실천 가이드’를 공유하고 전기 용품 플러그 뽑기, 개인 손수건 사용하기 등 자발적인 참여도 확대할 예정이다.
S 관점에서 대표 사업으로는 지난해 론칭한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 스퀘어브릿지(S2 Bridge)’가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기술 역량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기술 수요가 있는 기업을 연계하는 ‘신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한다. 예컨대 올해 8월 시작한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천’은 그린 에너지, 스마트 인프라, 혁신 신약, 디지털 치료제 등 분야에서 총 20개 스타트업을 선발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보육·투자·글로벌 진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광고를 무료로 게시하는 ‘우리동네 응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업점 내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포스터와 전광판)와 디지털 창구 등을 통해 가게 홍보, 할인 쿠폰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회 공헌 서비스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전국 32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시범 운영을 마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우리동네 응원 프로그램은 진옥동 은행장의 고객중심 경영 철학이 담겼다”며 “시범 운영에 참여한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답변 고객의 70% 이상이 실질적으로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높은 만족도에 힘입어 현재 전국 94개 영업점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여성 인력을 발탁해 그룹 내 양성평등 문화를 구축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는 G 관점에 해당한다. 신한은행은 2018년 한국 금융권 최초로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신한 쉬어로즈)을 시작한 이후 매년 그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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