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이상 비싼 고부가 가치 제품 …포스코강판·KG동부제철, 1위 동국제강 추격 나서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동국제강 컬러 강판 제품. /동국제강 제공
(사진) 동국제강 컬러 강판 제품. /동국제강 제공
컬러 강판 시장이 호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인테리어·가전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컬러 강판은 건축물 내·외장재는 물론 고급 가전 등에도 쓰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컬러 강판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4% 증가한 115만8718톤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 업체 글로벌인포리서치는 세계 컬러 강판 시장이 2019년 24조원에서 2024년 33조원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컬러 강판은 일반 철강 제품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싼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한국의 컬러 강판 시장점유율 2~3위인 KG동부제철과 포스코강판은 대규모 증설에 이어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며 동국제강을 추격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생산 능력 확대는 물론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1위 자리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연산 능력 80만 톤으로 늘린 KG동부제철

KG동부제철은 지난 5월 충남 당진 공장에 컬러 강판 생산 라인을 준공했다. 이 회사는 인천 공장 내 4개의 라인에서 연간 50만 톤의 컬러 강판을 생산해 왔다. 당진 공장 증설을 통해 연 생산 능력을 80만 톤으로 확대했다. KG그룹은 2019년 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컬러 강판 증설에 약 950억원을 투자했다.

KG동부제철이 신설한 당진 공장의 컬러 강판 5·6호 생산 라인은 첨단 설비를 통해 생산 효율을 대폭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5호 라인은 가전 제품용 컬러 강판을 주력 생산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라미네이트 강판 등을 만든다. 강판에 페인트를 칠하는 대신 색이 인쇄된 필름을 부착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색상 구현이 가능해 고급 가전에 쓰이는 제품이다.

건축 자재용을 생산하는 6호 라인은 분당 200m 길이의 강판을 만들 수 있다. 아시아 최고 생산 속도를 실현한 설비로 보다 탄탄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게 KG동부제철의 설명이다. KG동부제철은 증설을 통해 연간 컬러 강판 매출이 약 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G동부제철은 새 기술연구소를 출범하기도 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추세에 맞춰 환경과 안전을 생각하는 신제품 개발에 중점을 둔다는 목표다. 안병규 KG동부제철 기술연구소장은 “컬러 강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공정 단축 기술과 수용성 도료 등을 개발해 ESG 경영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KG동부제철은 지난 8월 말 컬러 강판 통합 브랜드 엑스톤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화재 예방에 특화된 ‘NF 불연 컬러 강판’, 세균의 증식을 막는 ‘바이오코트 항균 강판’, 자유로운 패턴을 표현할 수 있는 ‘프린테크 강판’ 등의 주력 제품을 갖춘 브랜드다.

KG동부제철 관계자는 “NF 불연 컬러 강판은 2019년 한국 최초로 불연 재료 KS 기준을 충족한 제품으로, 지난해 출시 1년 만에 판매량 1000톤을 돌파했다”며 “통합 브랜드 엑스톤의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판 커진 컬러 강판 시장…고급 가전·건물 내·외장재 수요 급증
포스코강판도 최근 컬러 강판 브랜드 ‘인피넬리’를 출시하며 고급 제품 확대에 나섰다. 인피넬리 제품군 중 ‘포스아트’ 기술을 적용한 컬러 강판은 나무 본연의 색과 질감을 구현한 제품이다. 기존 목자재로는 힘든 원형 가공은 물론 다양한 각도로 절곡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벌목 등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재활용할 수도 있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게 포스코강판의 설명이다.

포스코강판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컬러 강판 제품도 확대하기로 했다. 윤양수 포스코강판 사장은 “한국의 컬러 강판 제조사들은 각자의 주관적 관점에서 디자인과 심미성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인피넬리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좁다…수출 영토 넓히는 동국제강
(사진) 동국제강 부산 공장 생산 라인. /동국제강 제공
(사진) 동국제강 부산 공장 생산 라인. /동국제강 제공
컬러 강판 시장점유율 1위 동국제강은 최근 부산 공장에 고급 컬러 강판 전용 라인을 준공했다. 총 9개 라인에서 연간 85만 톤의 컬러 강판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생산 능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고급 제품의 비율도 크게 높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한국 최초로 컬러 강판 사업을 시작한 회사다. 1972년 4월 컬러 강판 생산 라인을 첫 가동했다.

동국제강은 한국 최초로 컬러 강판에 ‘브랜드’를 입히기도 했다. 2011년 프리미엄 컬러 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선보였다. 완벽한 철강 마감재를 꿈꾸는 건축 디자이너를 위한 건축용 내·외장재 컬러 강판으로 꼽힌다. 2013년에는 가전용 컬러 강판 브랜드 ‘앱스틸’을 론칭했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앱)처럼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가전용 컬러 강판에 대한 필요를 충족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동국제강은 철강업계 최초로 디자인 전담팀을 도입하기도 했다. 현재 5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동국제강 디자인팀은 2019년부터 매년 ‘컬러 강판 디자인 트렌드 및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신규 전략 제품 디자인을 발표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3월 항균 컬러 강판 ‘럭스틸 바이오’의 성능을 개량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30분 안에 99.9% 사멸시키는 항바이러스 성능을 갖춘 제품을 선보여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 바이러스 전문 검증 기관과 함께 항바이러스 컬러 강판을 연구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양산을 위해 도료 업체와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럭스틸 바이오 등의 차별화 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회사의 가전용 컬러 강판은 삼성전자·LG전자의 냉장고 도어로 쓰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 가전 기업인 샤프·미쓰비시·파나소닉 등에 수출된다. 건자재용 수출 제품은 각국의 별장·주택·아파트 등의 엘리베이터·방화문·차고 도어 등에 활용된다.

동국제강의 연간 컬러 강판 생산 물량 중 수출용 제품은 약 40만 톤에 달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75만 톤의 컬러 강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셈이다. 주요 수출 지역은 중남미와 북미, 아시아 대양주 등이다. 최근 들어선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등으로 수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제품 생산 역량과 보유 포트폴리오가 풍부해 국가별 취향과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다양한 프리미엄 컬러 강판 제품을 앞세워 180개국, 7000여 개에 달하는 거래 업체를 더욱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