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00조원 LG에너지솔루션 내년 초 등판…현대오일뱅크·현대엔지니어링도 IPO 속도

[스페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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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IPO 시장은 크래프톤(공모액 4조3098억원)·카카오뱅크(2조5526억원)·SK IET(2조2460억원)·카카오페이(1조5300억원)·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8억원)·현대중공업(1조800억원) 등 조 단위 빅딜이 쏟아졌다.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영수 (주)LG 부회장이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배터리 리콜 이슈로 연기됐던 기업공개(IPO)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상장이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엔 기업 가치 100조원의 ‘최대어’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현대오일뱅크·현대엔지니어링·CJ올리브영·SSG닷컴·컬리·SK쉴더스(구 ADT캡스)·오아시스·원스토어 등이 공모주 시장에 줄줄이 등판할 채비다.

글로벌 투자 확대 나선 LG에너지솔루션

내년 IPO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의 전지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출범한 법인이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EV 화재 사고와 관련한 리콜 여파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사진=6월 9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2021’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6월 9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2021’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리콜과 관련해 GM과 합의하면서 IPO 절차에 재돌입했다. LG그룹 2인자로 불리는 권 부회장이 새 수장이 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전지 사업 부문은 지난해 연결 기준 12조36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에만 9조38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연매출 13조원 이상, 2024년 연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수주 잔액은 220조원으로 세계 1위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 프로젝트 덕분이다. 올해 들어서만 GM과 미국 합작 2공장,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 합작 공장, 스텔란티스와 합작 법인 설립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 공모액을 기업 가치의 약 20%인 20조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R&D) 등 미래 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GM 리콜 관련 충당금 발생과 고객사의 가동 차질 등으로 실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4분기부터는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고 배터리 매출 반등에 따른 이익 정상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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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에 드라이브 거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그룹의 정유 회사 현대오일뱅크도 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기 위한 ‘실탄’ 확보가 목적이다.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위해 조만간 거래소에 예비 심사를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도전이다.
사진=수소 트레일러가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연료를 충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사진=수소 트레일러가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연료를 충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는 과거 두 차례 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2012년 국제 유가 하락과 2017년 지분 매각 등으로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별도 기준 12조49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 가치는 최대 10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국제 유가에 따라 실적이 들쑥날쑥한 정유업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등의 제품 소재를 생산하는 석유 화학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최근엔 수소 에너지 분야 등 신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수소 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자동차용 수소 연료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DL이앤씨(구 대림산업)와 정유 부산물인 탈황 석고 및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건축 자재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옥수수·콩 등 식물을 원료로 바이오 연료 등을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분야에도 진출했다. 지난 6월 대한항공과 ‘바이오 항공유’ 개발에 나섰다. 규격 제품 생산과 상용화를 위한 R&D 등 바이오 항공유 생태계 전반에 걸쳐 대한항공과 협력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에 공급할 바이오 항공유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탄탄한 수주 실적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1위 기업인 CJ올리브영도 내년 초 공모주 시장을 달굴 ‘대어’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 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별도 기준 6조43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모회사인 현대건설의 시가 총액이 5조~7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올해 확보한 수주 실적과 분양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몸값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1000억원 규모의 러시아 오렌부르크 가스 처리 시설 공사를 따내는 등 글로벌 플랜트 수주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첫 정비 사업인 안산 팔곡일동 1구역 재건축을 수주하는 등 한국의 정비 사업 수주 실적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현대엔지니어링이 건설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액화정제(GTL) 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사진=현대엔지니어링이 건설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액화정제(GTL) 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시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이 재개될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2대 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지분율 11.7%)이 지분을 매각해 그룹 지배 구조 개편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그룹의 H&B 스토어 CJ올리브영도 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에 1256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1조86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예상 기업 가치는 최대 3조원 수준이다. 증권가는 CJ올리브영이 자체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만큼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이 CJ그룹 승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CJ올리브영의 지분 11.1%와 4.3%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이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지분 가치는 약 3000억원 이상으로 CJ(주)의 지분 10% 이상을 매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증권가는 3세들이 CJ올리브영 상장 이후 CJ(주)의 신형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꿔 CJ(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SSG닷컴 등 ‘플랫폼’ 기업도 줄줄이 출격

내년에는 ‘플랫폼’ 기업의 IPO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쓱닷컴)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선식품 새벽 배송으로 몸값이 뛴 컬리와 오아시스 등도 증시 입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쓱닷컴은 지난해 별도 기준 1조29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쓱닷컴은 내년 IPO를 위해 외형 성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까지 연간 총 거래 금액(GMV)을 1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마트가 인수할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을 더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쓱닷컴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3조9200억원이었다.

쓱닷컴의 기업 가치는 최대 10조원대로 예측된다. 쓱닷컴은 공모 자금을 물류 인프라와 정보기술(IT)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완성형 온·오프라인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새벽 배송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 작업에 나섰다. 컬리는 2015년 최초로 새벽 배송 장보기 시장을 개척한 업체다. 충청권과 대구까지 확대한 ‘샛별배송(새벽 배송)’ 서비스 지역을 올해 안에 부산·영남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컬리 제공
사진=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컬리 제공
컬리는 지난해 별도 기준 95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업 가치는 5조원대로 추산된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고도화, 주문 편의성 강화, 결제 간소화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생협에서 출발한 장보기 앱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도 내년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2011년 설립된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농산물 유통과 식품 판매 사업을 해오다 2018년 새벽 배송 사업에 진출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23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7억원으로 새벽 배송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오아시스의 기업 가치는 약 1조원대다.
사진=오아시스마켓 성남 물류센터. 오아시스 제공
사진=오아시스마켓 성남 물류센터. 오아시스 제공
이 밖에 앱스토어 원스토어와 보안 기업 SK쉴더스 등도 내년 공모주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원스토어는 한국 유일의 안드로이드 기반 토종 앱스토어다. SK텔레콤의 T스토어를 주축으로 KT와 LG유플러스 등 한국의 이동통신 3사가 합작해 만들었다.

원스토어의 최대 주주는 47.5%의 지분을 보유한 SK스퀘어다. SK텔레콤은 지난 11월 1일 통신·인공지능(AI)·디지털 인프라 사업에 주력하는 존속 법인 SK텔레콤과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는 신설 법인 SK스퀘어로 인적 분할했다. 원스토어의 기업 가치는 최대 2조원대로 추산된다.

SK쉴더스는 지난 10월 26일 기존 ADT캡스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쉴더스는 ‘보호하다’를 뜻하는 ‘쉴드’와 ‘우리’라는 의미의 ‘어스’를 결합한 것이다.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SK쉴더스는 ‘라이프 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해 2025년까지 신성장 사업 매출을 5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최대 주주는 SK스퀘어로 지분 62.6%를 보유하고 있다. SK쉴더스의 기업 가치는 최대 3조원 수준이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