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 부채 비율 증가 심각
지원 중심 대선 공약, 재정 한계 예상
인플레이션·자영업자 체력 고갈 등 문제 산적

[경제 돋보기]
쉽지 않은 V자 반등과 대선 공약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이번 11월부터 위드 코로나가 단계적으로 실시되면서 소비 활동이 점차 살아나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와 함께 소비 진작을 위한 여러 지원 정책을 선보이며 경기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은 지난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의 사태와 달리 사정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 정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1월 15일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 조사에서 세계 37개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GDP 규모를 넘어섰다. 가계 부채 비율이 104.2%로 한국이 가장 높다. 이어 홍콩(92%), 영국(89.4%), 미국(79.2%), 태국(77.5%), 말레이시아(73.4%), 일본(63.9%), 유로 지역(61.5%), 중국(60.5%), 싱가포르(54.3)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작년 2분기 98.2%와 비교해 1년 사이 6%포인트 높아졌는데 그 증가 폭도 조사 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기업 부채 비율도 상위권이 속한다. 게다가 그 증가 속도는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지고 있는 가계 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GDP 대비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은 2분기 기준으로 115%다. 이는 홍콩(247%), 중국(157.6%), 싱가포르(139.3%), 베트남(125%)에 이어 다섯째 규모다. 문제는 가계 부채 비율과 마찬가지로 그 증가 속도다.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에 7.1%포인트로 상승했는데, 이는 싱가포르(7.6%포인트), 사우디아라비아(7.4%포인트)에 이어 셋째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 반면 국가 부채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국가 재정 건전성은 현재까지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정책 지원에 만만치 않은 재정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선 정국에서 후보들은 지원 중심의 공약들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예상된 공약이지만 문제는 당선 후 직면할 복잡하고도 어려울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정 상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지만 경기 침체 속에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고개를 내밀면서 경기 진작 정책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물가 상승 움직임이 세계적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라 인건비도 오르면서 전반적인 비용 압박과 함께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미 6%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고 한국도 3%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가계 부채 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출 규제 대책과 함께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 미국발 금리 인상 압박으로 한국 경제도 예상되는 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또 한편으로는 장기간의 코로나19 재난 사태로 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한계적 상황에 내몰리면서 체력이 소진되며 무너지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대책이 이제 포스트 코로나와 함께 본격적으로 필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과 대면 비즈니스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됐다. 이제 위드 코로나로 대면의 시대가 돌아오더라도 대면 중심의 많은 사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을 당장 준비해야 한다. 한국 고용의 83%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고용률이 하락할 것이고 이들을 위한 일자리 대책에서 답을 찾기가 거의 힘들다. 문제의 중요성이 큰 것이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경기 회복을 간절히 기다리는 국민에게는 이러한 경제 사정을 반영한 경제 살리기 대책이 그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과거 경제 충격 사태와 달리 V자 반등이 쉽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경제 위기 대처가 잘못되면 회복이 어려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

비록 지금의 대선 정국에서 후보들이 당장의 지원 중심의 공약을 피해 가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금 한국이 직면해 있고 얽혀 있는 경제 문제들을 반영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공약을 함께 준비하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