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폐암 치료제 앞세운 유한양행·한미약품…메지온도 FDA 승인 대기 중
[비즈니스 포커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더 이상 제약업계에는 희소식이 아니다. 백신과 진단 키트 등으로 팬데믹(세계적 유행) 수혜를 본 기업은 소수였고 팬데믹 역시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제약사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올 한 해 한국의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관련 기대주는 총 4건이다. 글로벌 신약의 탄생 여부에 따라 기술료 수익 유입 증가와 신규 글로벌 기술 수출 기회 확대가 예상된다. ‘블록버스터 신약(연간 매출 1조원 이상)’ 기대감에 잊혔던 바이오주가 올해 다시 뛰고 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탄생?
첫 주자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미래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R&D 투자에 집중한 결과 올해 ‘레이저티닙’의 FDA 신약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신약이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신약 후보 물질로, 지난해 7월 ‘렉라자’란 이름으로 한국에서 출시됐다. 유한양행의 대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으로, 2018년 글로벌 빅 파마인 얀센에 기술 수출했고 현재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상피간엽이행(MET) 이중 항체 아미반타맙과 병용으로 임상 3상 중이다.
레이저티닙의 경쟁 제품은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와 타그리소 내성 시장이다. 타그리소의 2021년 매출액은 50억 달러(약 6조원)로, 미국 등지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약의 내성 환자에게는 치료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의 FDA 허가를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타그리소 내성 환자에게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충분하고 레이저티닙이 지금까지 발표한 임상 결과와 타그리소의 인허가 전략을 고려할 때 올해 혁신 의약품 지정을 통해 FDA의 허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승인 절차로는 올해 승인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2015년 타그리소가 1·2세대 EGFR 억제제 내성에 대한 치료 효과로 혁신 치료제 지정(BTD)과 가속 승인(Accerated Approval)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혁신형 치료제로 신속 심사 대상(패스트 트랙)에 지정되면 연내 승인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이르면 올해 하반기 미국 출시가 가능하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은 한국 업체가 개발한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레이저티닙의 연간 최대 매출액은 5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유한양행은 10% 초·중반대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보이고 이 가운데 40%를 원 개발사인 오스코텍에 배분 후 나머지 60%를 가져온다면 최대 연간 4억 달러 수준의 로열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앞으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R&D 부문의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자체 연구 역량 강화는 물론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R&D 협력 확대, 해외 거래처와의 파트너십 제고로 보다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지난해 R&D 지출은 1676억원이고 올해 투자는 2500억원으로 예정돼 있다.
대어 2개로 FDA 뚫는다
한미약품은 올해 신약 2종의 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롤콘티스’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포지오티닙’이 그 주인공이다.
한미약품의 파트너사인 미국의 스펙트럼은 2월 11일 FDA가 포지오티닙의 신약시판허가신청서를 승인하고 시판 승인을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포지오티닙의 신약시판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지 2개월여 만이다.
FDA는 ‘처방 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에 따라 오는 11월 24일 내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FDA 측은 이번 포지오티닙의 승인을 위해 임상 3상 단계에 해당하는 확증 임상 진행이 중요하다고 밝혔고 회사 측에 용법과 용량 관련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 FDA 허가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관문에 진입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포지오티닙이 HER2 엑손 20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최초의 신약이란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직까지 포지오티닙과 동일한 적응증으로 FDA가 승인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허가에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롤론티스는 2012년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로, 항암 화학 요법을 받는 암 환자에게 발생하는 중증 호중구감소증에 사용한다. 경쟁 제품인 암젠의 뉴포젠이나 뉴라스타보다 긴 지속성이 장점으로, 개발에 성공하면 3주에 1회 투여해 매일 주사를 맞거나 고용량을 한꺼번에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한 치료제다.
한국에서 롤론티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평택 바이오플랜트 실사를 거쳐 지난해 3월 한미약품의 첫 바이오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한국에서 실사와 허가가 무리 없이 이뤄지면서 미국 FDA에서도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재실사 결정이 나오면서 허가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스펙트럼을 통해 2021년 8월 FDA로부터 롤론티스에 대한 보완 요구 서한을 수령했고 1분기 안에 FDA에 허가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6개월 내에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선 애널리스트는 “2021년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의 13.3%를 R&D에 투자하고도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실적과 신약 개발 역량을 갖췄다”며 “연내 포지오티닙과 롤론티스의 신약 허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메지온의 폰탄 치료 후보인 ‘유데나필’의 결과도 오는 3월로 잡혀 있다.
전례 없던 코로나19 사태의 백신을 출시하며 모더나·화이자·바이오엔텍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스타로 자리 잡았듯이 앞으로도 치료제가 없던 질병에서 효과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약이 나온다면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탄생할 수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팬데믹의 수혜가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해하지만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실성이 없다”며 “글로벌 신약의 탄생, 의미있는 임상 결과 발표가 올 한 해 제약사에 거는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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