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범 GFFG 대표
[스페셜 리포트 - MZ세대 인스타 성지 : 강남 노티드]
카페 노티드(도넛), 다운타우너(수제 버거), 호족반(퓨전 한식), 클랩피자, 리틀넥(브런치), 웍셔너리(퓨전 중식), 애니오케이션(베이글), 키마스시….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한 개의 브랜드도 성공시키기 어려운 식음료(F&B)업계에서 내놓는 브랜드마다 MZ세대를 줄 세우는 맛집으로 만드는 기업이 있다. F&B계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는 GFFG다.
GFFG는 ‘좋은 음식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Good food for Good)’이라는 뜻으로 패션업계 출신인 이준범 GFFG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이 대표는 ‘히트 브랜드 제조기’로 통한다.
GFFG의 브랜드들은 인증 샷을 꼭 찍어야 하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에 올릴 만한)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다. 아보카도가 촘촘히 들어 찬 서 있는 햄버거, 크림이 가득한 도넛 등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무기다. 이 대표가 메뉴를 개발하면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맛과 가성비다.
“항상 고객이 우리 음식을 먹고 ‘정말 맛있고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수증을 봤을 때 ‘다음에 또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가격대를 결정해요.” 미국풍 수제 버거로 외식업계 입문
이 대표는 미국에서 16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2014년 이태원 경리단길에 수제 버거집 오베이(다운타우너 전신)를 열며 외식업계에 뛰어들었다. 오랜 유학 생활 경험이 만들어 낸 GFFG 브랜드들만의 아메리칸 바이브는 지금도 다른 브랜드가 흉내 내기 힘든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한국의 외식업 문화는 유행에 따라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음식들이 많고 잘나가는 수입 브랜드가 들어오면 유사하게 벤치마킹해 몇 년간 운영하다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가면서 브랜드가 소진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오랫동안 영속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고 유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을 찾다가 미국에서 제일 많이 먹어 봤던 수제 버거로 외식업을 시작하게 됐죠.”
그의 브랜드가 대중의 뇌리에 인식된 것은 도산공원 근처에 카페 노티드 청담점을 연 2017년부터였다. 노티드 도넛의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매장 앞에는 도넛과 베이커리를 구매하기 위해 찾아온 MZ세대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현재 GFFG는 압구정을 중심으로 8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노티드와 다운타우너는 서울·경기에 이어 제주에도 매장을 열었다. 올해 7월엔 부산에서 노티드 해운대점을 열 계획이다. 최근 성수동에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공장을 만들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전국 각지 매장에 원활한 물류 공급을 위해서다. 팬덤 만드는 컬래버레이션으로 MZ 열광
노티드에서 하루 동안 팔리는 도넛은 3만 개에 달한다. 노티드와 다운타우너가 MZ세대가 열광하는 맛집으로 인기를 끌며 GFFG는 매년 2배씩 매출이 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게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오베이’라는 브랜드로 시작했던 다운타우너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으로 폐업한 적이 있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GFFG 브랜드가 입점해 상권이 활성화됐음에도 한 번도 권리금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GFFG 브랜드들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버텨 이뤄 낸 결과”라고 했다.
인터뷰 중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생존’이었다. 노티드가 지금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동안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매장 자리도 여러 번 옮겼다. 초기에 사업이 부진해 힘들어하던 시기에 이 대표의 부인은 밝은 기운을 주기 위해 즉흥적으로 스마일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이 캐릭터는 현재 노티드의 시그니처가 됐다. 이 대표는 노티드를 압구정으로 옮기면서 주방과 매장 운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때 포기했다면 노티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생존 비결은 항상 위기를 의식하고 절대로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내 취식이 금지돼 많은 외식 업체가 줄줄이 폐점했을 때도 노티드의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 갔다. 도넛은 케이크처럼 모양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테이크아웃이 용이해 매장 밖에서도 먹을 수 있어 배달 주문과 방문 포장 고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팬덤을 만드는 노티드 만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이 대표는 취식이 금지된 상황에도 대기 줄을 형성하고 있는 고객의 모습에 감동해 감사의 의미로 도넛에 들어가는 크림의 양을 더 늘리고 방문 고객에게 종이 쿠폰을 제공했다. 아날로그 방식의 종이 쿠폰을 고안한 이유는 고객이 노티드 종이 쿠폰은 지갑에 항상 갖고 다니면 재방문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GS리테일·이니스프리·스파오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는 컬래버레이션 마케팅도 노티드의 팬덤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GFFG는 노티드와 관련된 과자류·우유·수제맥주·물티슈 등을 GS25·GS더프레시에서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슈퍼마켓 등 전국적인 채널을 갖고 있는 GS리테일과의 협업은 노티드 제품과 고객을 이어 주는 새로운 접점이 됐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GS리테일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아직 우리 제품을 먹어 보지 못한 미래 고객을 창출하고 회사 목표인 푸드 앤드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푸드 넘어 라이프스타일로…‘100년 브랜드’가 목표
이 대표는 단순 F&B 기업을 넘어 GFFG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로고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함께하는 푸드 앤드 라이프스타일(F&L) 기업을 지향한다. 갤럭시 Z플립3 스마트폰을 꾸밀 수 있는 노티드 브랜드 액세서리와 노티드 잠옷 등 이종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뻔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려고 해요.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것은 GS25에서 판매하는 수제 맥주인데 ‘디저트 브랜드에서 만든 맥주’처럼 신선하고 예상을 뒤엎는 상품 위주로 선보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대표는 컬래버레이션이 단순 수익 목적보다 매듭이라는 뜻을 가진 브랜드명처럼 협업하는 브랜드들의 팬덤과 노티드가 갖고 있는 팬덤을 연결해 주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컬래버레이션과 종이쿠폰 제공 등 팬덤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노티드의 매출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 2년간 300% 성장할 수 있었다. GFFG는 창업 4년 만인 2021년 연매출 700억원을 기록했다.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최근 엔젤 투자도 유치했다.
투자금을 기반으로 이 대표는 미국 진출도 준비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역진출하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GFFG 브랜드들 중 미국 진출 1호는 도넛이 대표 제품인 노티드와 K-바비큐의 대표 주자인 호족반이다.
“좋은 마음과 적절한 규모의 자본이 있다면 생존이 아니라 운영이 될 것이고 운영이 되면 브랜드가 됩니다. GFFG는 모두가 열광하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할 겁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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