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사이트]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2023년 7월 12일 ‘LG전자 중·장기 미래비전 및 사업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2023년 7월 12일 ‘LG전자 중·장기 미래비전 및 사업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는 다양한 감정들의 상호작용으로 주인공의 자아가 형성되는 장면이 나온다. 외부에 보여지는 우리 모습은 다양한 내부 요소들의 상호작용 결과이고 그것이 ‘나’라는 존재를 완성한다는 의미다.

이것을 브랜드에 적용해 보자. 제품과 서비스에 담긴 임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모여 비로소 대외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완성되는 것과 유사하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혼으로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구성원들이 브랜드 지향점을 공감하고 행동에 반영하는 것, 즉 브랜드 내재화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직원 한 명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이 든다. 이렇듯 임직원의 이직과 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며 비효율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이와 같은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모든 임직원이 브랜드 비전과 사명을 깊이 이해하고 모든 고객 상호 작용에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브랜드 내재화’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내재화는 임직원 이직률을 30% 감소시키며 임직원 생산성을 38% 증가시킨다. 이뿐 아니다. 기업에 헌신할 가능성을 5배 정도 높여준다.

브랜드 내재화가 잘된 브랜드의 직원들은 브랜드 앰배서더가 된다. 그들은 단순히 회사 티셔츠를 입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앰배서더로서 고객을 맞이한다. 그들의 진심 어린 헌신은 더 나은 고객경험으로 이어지고 브랜드 성장의 근간이 된다. 이렇듯 브랜드 내재화는 브랜드 내부에서 시작해 조직의 건강과 외적 성장을 이루는 요인이 된다.
LG전자 브랜드북 '담대한 낙관주의자'. 사진=LG전자
LG전자 브랜드북 '담대한 낙관주의자'. 사진=LG전자
브랜드 가치에 내재화가 끼치는 영향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가치 평가 및 브랜드 관리 KPI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10가지 브랜드 강도(Brand Strength) 지표를 중심으로 시장 내 브랜드의 상대적인 파워를 측정한다. 이 중 상당수가 브랜드 내재화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듯 브랜드 내재화가 잘된 기업은 강력한 브랜드 형성에도 유리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내부 임직원에게 전달하고 동기를 유발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지닌 기업들이 있다. 공통점은 ‘Align-Accept-Action’의 브랜드 내재화의 3단계 활동이다.

①Align :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이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활동에는 비전 선포식, 브랜드북, 내부 교육 등이 있다. LG전자의 경우 2023년 새로운 비전인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컴퍼니(Smart life solution company)’로의 지향 방향성을 대내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비전 선포식을 진행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가전은 역시 LG로 대표되는 과거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진정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컴퍼니로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또한 이러한 LG전자의 미래 모습은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낸 비전이라고 밝혔다. 이 목표를 위해 일하는 방법과 소통방식까지 재창조함으로써 새로운 LG전자를 만들어 나아가겠다며 모든 임직원의 공감과 협력을 강조했다.

올해는 핵심가치를 담은 브랜드북 ‘담대한 낙관주의자’를 발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지향점을 임직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②Accept : 브랜드 지향점에 대한 임직원의 공감

브랜드 내재화에는 임직원들의 이해가 바탕이 된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비전 워크숍, 내부 앰배서더 제도, 내부 인테리어, 브랜드 행사 등이 주로 활용된다.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비전 워크숍은 인터브랜드에서도 기업 비전을 수립할 때 자주 활용하는데 임직원들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방향성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임직원들의 공감을 얻는 또 다른 방법은 브랜드 앰배서더 활동이다. 내부 임직원으로 구성된 브랜드 앰배서더를 통해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실무에 반영하며 브랜드 지향 방향성을 강화한다.

LG전자 역시 내부 앰배서더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고 이들과 함께 브랜드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내부 임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인터브랜드와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한 라이나생명은 브랜드 내재화를 위해 로고송 제작에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오피스 인테리어를 통해 라이나생명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에게도 향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공감과 관심을 환기했다.
라이나생명의 ‘오직 당신에게 집중’ 캠페인 포스터. 사진=라이나생명
라이나생명의 ‘오직 당신에게 집중’ 캠페인 포스터. 사진=라이나생명
③Action : 브랜드의 가치관을 업무 환경에서 실천

임직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냈다면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재화된 브랜드의 실천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임직원들의 행동 방식을 정의함으로써 일관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 내부 문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를 보자. 현대카드, 현대자동차, LG전자, 넷플릭스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은 그들의 행동 양식을 담은 플레이북을 발간한다. 임직원들은 플레이북을 통해 브랜드 방향성을 이해하고 행동 양식의 가이드로 삼음으로써 일관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로 이어진다.

다음은 후자의 경우다. 내부 문화 프로그램은 보다 다양한 형식으로 나타난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표현하는 정기 문화 프로그램으로 창의성과 협동을 강조하는 3M의 ‘15% 컬처’가 대표적이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파타고니아의 ‘환경 휴가(Environmental Leave)’도 좋은 사례다.

이렇듯 브랜드 내재화는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기분 좋은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브랜드의 진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브랜드 내재화는 전략적 이점, 그 자체가 된다. 직원이 브랜드를 믿으면 고객에게도 그 마음은 전달된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가. 고객이 아닌 내부 임직원에서 시작하라. 공감하고 행동하는 임직원 한 명 한 명이 브랜드 앰배서더가 될 때 브랜드 성장을 위한 든든한 기반은 완성된다.
LG전자가 브랜드북 만든 이유…“임직원 공감이 브랜드 성장 기반”
김우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