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푸드 합병 이어 미니스톱, 쏘카 등 M&A 재개

[비즈니스 포커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유통 거인 롯데


올해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고 사장단과 마주 앉았다. 4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미팅에서 신 회장은 임직원들을 향해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주문에 응답이라도 하듯 롯데는 올 들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새판 짜기’가 한창이다. 핵심은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이다. 주력인 유통 사업에서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를 단행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그런가 하면 헬스케어와 바이오를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700억원 투자해 롯데헬스케어 설립특히 최근 롯데가 결정한 롯데푸드와 롯데제과의 합병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두 회사는 5월 27일 주주 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이 완료된다.

이렇게 되면 CJ제일제당의 뒤를 잇는 업계 최대 규모의 종합 식품 기업이 새롭게 탄생한다. 지난해 기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매출액 합산 규모는 3조7000억원이다. 오랜 기간 식품업계에서 2위였던 동원F&B(지난해 매출 약 3조5000억원)를 넘어서게 된다.

합병의 배경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합병 직후 가장 먼저 중복됐던 빙과·제과 사업 등을 통합해 본격적인 경영 효율성 제고에 나선다.

또 점차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시장을 겨냥해 각자 운영하고 있던 이커머스 조직도 일원화한다. 자사 몰을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이커머스 조직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통합 법인은 분유부터 실버 푸드까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식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만큼 마케팅 역량을 결집한다면 기대 이상의 매출 상승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업계 1위 탈환을 새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한 것도 진열을 재정비해 편의점업계 1위에 도전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편의점은 점포 수가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1만2000여 개로 업계 2강인 GS25·CU(각각 약 2만 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2600여 개의 점포 수를 보유한 미니스톱을 손에 쥠으로써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미니스톱 인수는 2강 구도였던 편의점 시장이 3강 체제로 재편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전반적으로 점포 면적이 큰 미니스톱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1만4000개에 달하는 편의점을 활용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1시간 내에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도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롯데의 온라인 경쟁력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유통 거인 롯데
유통 부문을 놓고 봤을 때 백화점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준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지난해까지는 점포를 줄이며 경영 효율화를 꾀했는데 올해는 달라졌다. 고객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특화 매장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기존 점포의 리모델링과 새 점포 출점을 이어 갈 예정이다.

신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롯데지주는 3월 25일 개최한 정기 주주 총회에서 헬스케어·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이라고 공식화했다. 여기에서 롯데지주는 올해 안에 700억원을 투자해 롯데헬스케어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과학적 진단과 처방 등 건강 관리 전 영역에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헬스케어 사업은 향후 메디컬 영역까지 확장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식품 사업군과 협업해 건강기능식품과 건강 지향식 제품을 개발하고 실버타운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