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1인 목욕탕 인기…수요 늘자 수도권 중심 성업
“세신하는 게 낙인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목욕탕에 못 갔거든요. ‘여기’ 생기고 나서 진짜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A 씨는 세신 마니아다. 뜨끈한 욕탕에 몸을 불리고 때를 밀면 1주일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A 씨의 낙이 지난 2년간 사라졌다. 지금도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공중목욕탕에서 이를 지키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런데 지난 5월 이곳을 발견하고 광명을 찾았다. 바로 ‘1인 세신 숍’이다.최근 1인 목욕탕이 화제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공중목욕탕이 기피 대상이 되면서 목욕 수요를 노린 틈새시장에 1인 목욕탕이 등장한 것이다. 피부 관리나 손톱 관리 시장처럼 전문 관리사가 한 사람만을 위해 세신 관리를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홀로 목욕이 가능하다 보니 사람 접촉을 피할 수 있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경기 시흥시에 있는 여성 전용 1인 세신 숍 ‘세신샵하루’는 2022년 5월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소강 상태에 이른 때였지만 세신샵하루의 권정효(36) 대표는 1인 목욕탕의 시장성을 기대했다. 권 대표는 “단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뿐만 아니라 자기 몸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사람들도 많다”며 “임신했거나 몸에 흉터가 있거나 너무 말랐거나 살이 쪄 타인에게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고객들을 위한 1인 목욕탕이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하나둘 찾기 시작하더니 입소문을 타고 하루 10명에서 많게는 15명 정도의 손님이 1인 목욕탕을 찾았다. 방법도 효율적이다. 온라인에서 미리 예약하면 자신만의 욕탕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이곳의 세신 관리사는 2명이다. 공중목욕탕에서 근무하던 전문 인력들이 세신 솜씨를 자랑한다.
손님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공중목욕탕과 달리 ‘예약’할 수 있고 혼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끔 땟국이 떠다니던 공중목욕탕과 달리 이곳은 자기 혼자만 사용해 청결하다. 권 대표는 “예약 시간 20분 전에 개인 욕조에 물을 받고 다음 손님이 오기 전 욕조를 청소한 후 다시 물을 받는다”고 말했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공중목욕탕의 분위기를 꺼리는 2030대부터 목욕탕 마니아층이 많은 405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 1인 목욕탕을 찾는다. A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공중목욕탕에 비하면 가격대가 높지만 만족도가 큰 만큼 주기적으로 이곳을 찾고 있다. A 씨는 “공중목욕탕의 입장료와 세신 비용을 합치면 1인 목욕탕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용은 제각각이지만 평균적으로 공중목욕탕보다 1인 목욕탕의 세신 비용이 최소 1만원 정도 비싼 편이다.
‘비싼 값’에도 수요가 늘다 보니 서울, 경기 부천·수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 목욕탕이 성업 중이다. 프랜차이즈 형태의 1인 목욕탕도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권 대표 또한 오는 8월 인천 검단에 2호점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1인 목욕탕 시장의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는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하는 게 바로 세신”이라며 “휴식하고 싶거나 관리 받고 싶은 사람들이 1인 목욕탕을 찾는 수요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