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항공 모빌리티, 자율 주행, 차량 관제 시스템 등 새 서비스 도전해 ‘성장’ 올인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성장.’ 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쏘카 등 모빌리티 삼대장이 최근 설정한 공통 목표다.

10%대 지분 매각을 시도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철회하고 기업을 키우겠다고 선언했고 쏘카는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하며 선도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KB국민은행에서 2000억원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그간 모빌리티 3사는 차량 공유와 차량 호출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 주행, 차량 관제 시스템(FMS) 등 다양한 모빌리티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들이 모빌리티 혁신 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선언하면서 다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티맵모빌리티가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사진=티맵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가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사진=티맵모빌리티)
◆ 티맵모빌리티 ‘투자 유치’·쏘카 ‘진통 끝 상장’

티맵은 최근 KB국민은행에서 약 2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통해 덩치 키우기에 다시 한 번 성공했다. 티맵모빌리티는 8월 22일 제삼자 배정 유상 증자를 통해 KB국민은행에 보통주 148만7111주(주당 13만4489원)를 신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티맵모빌리티의 지분은 SK스퀘어 60.1%,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 12.7%, 한국의 사모펀드 운용사 이스트브릿지 12.7%, 우버 3.8% 등으로 구성된다. KB국민은행은 이번 투자로 티맵모빌리티 지분 8.3%를 보유한 4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티맵모빌리티가 KB국민은행으로부터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총 2조2000억원이다. 2020년 분사 시점(1조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상승했다.

티맵모빌리티는 KB국민은행과 협업해 티맵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한 맞춤형 보험·대출 상품을 비롯해 중고차·주차·발레 파킹 등 다방면에서 금융과 모빌리티를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티맵모빌리티는 확보한 투자금을 신규 서비스 개발과 인재 영입 등에 활용한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우리는 티맵모빌리티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데 KB국민은행과 그런 부분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이번 투자 유치는 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아직 구체적인 타깃처를 밝히기 어렵지만 생태계 확장을 위해 개발자 등 우수한 인재 영입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티맵모빌리티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호 대표가 신규 투자 유치 및 사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티맵모빌리티)
8월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티맵모빌리티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호 대표가 신규 투자 유치 및 사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티맵모빌리티)
또 다른 모빌리티 기업 쏘카는 8월 22일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마무리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쏘카가 많은 우여곡절과 파고를 넘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며 ‘이 험난한 과정을 함께해 준 회사의 동료분들께 감사하고 투자자분들과 파트너 업체에도 감사드린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이동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며 우리가 그리는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쏘카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 예측에서 56.07 대 1의 경쟁률을, 일반 청약에서는 14.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기업공개(IPO)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3만4000~4만5000원)보다 낮은 2만8000원으로 확정하고 공모 물량 역시 20% 줄였다.

쏘카가 기대한 수준의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상장을 시작으로 기업 규모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부터 쏘카는 기술 역량을 높이는 한편 모빌리티 밸류 체인 내의 유관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마이크로 모빌리티·자율 주행·셔틀 등 신사업도 전개한다.
모빌리티 3사는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자율주행 등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모빌리티 3사는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자율주행 등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 지분 매각 ‘철회’, 카카오모빌리티 다시 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6월 언론에 매각 관련 보도가 나온 뒤 2개월간 지속돼 온 잡음을 해결하기 위해 매각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해서다.

카카오는 6월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카카오의 주주 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면서 매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카카오는 7월 7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10%대 매각을 통한 2대 주주로의 전환 등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며 매각 관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카카오 57.5%, 글로벌 사모펀드 TPG컨소시엄 24%, 칼라일그룹 6.2%, LG 2.4%, 구글 1.5%, GS리테일 1.3% 등으로 구성되는데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 일부를 넘기겠다는 결정이다.

인수 대상자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지목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카카오 노조) 측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소중한 자산이 소수의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투기 펀드 MBK파트너스에 넘어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카카오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노조뿐만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시민단체·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도 가세해 카카오의 매각 결정을 반대했다. 정확한 매각 사유도 밝히지 않고 소수의 이익을 위해 매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서승욱 카카오 지회장은 “카카오가 ‘매각’이 아닌 ‘지분 조정’이라고 하는데, 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뀌고 경영권을 넘기는 것을 매각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이 심화하자 카카오는 약 두 달 만에 지분 일부의 매각을 포기했다. 카카오가 8월 18일 카카오모빌리티 노사 협의체가 제시한 상생안을 받아들이면서 매각 시도를 중단했다. 협의체는 혁신·성장·동반·공유 등 중점 키워드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밖에 △국민들이 겪는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을 만들고 △모빌리티 파트너 및 이동 약자들과 동반 성장하며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계획을 상생안에 담았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 대표는 “사회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혁신에 기반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쏘카는 지난 2020년부터 전략적 투자사인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라이드플럭스와 제주도에서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쏘카)
쏘카는 지난 2020년부터 전략적 투자사인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라이드플럭스와 제주도에서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쏘카)
◆ 모빌리티 3사, 기업 키우기 가속화…풀어야 할 숙제도

이들 3사가 모두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사업 발굴과 해당 시장 선점에 집중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실내외 자율 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보행자 안전을 위한 소프트 V2X(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기술 활성화 등을 위해 올 상반기에 LG전자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특히 로봇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실내·외 로봇 배송 서비스에 대한 사업화 검증(PoC)의 연내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의 관제 플랫폼과 LG전자의 로봇 플랫폼을 결합해 건물 내 사물 이동에 대한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구축하고 향후에는 서로 다른 영역의 다양한 서비스들과 추가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LG유플러스·제주항공·GS칼텍스·파블로항공 등 총 5개 기업과 함께 K-UAM 상용화를 위한 컨소시엄도 출범시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보유한 서비스형 모빌리티 사업(MaaS) 플랫폼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UAM 상용화를 이끌고 UAM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개별 자율 주행 기술의 서비스화를 돕고 이종 분야 간 협력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KM자율주행얼라이언스’도 만들었다. △시스템 △차량 △정밀지도(HD Map) △모니터링·관제 △연계 서비스 등 자율 주행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을 파트너십으로 연결하고 이들과의 사업 협력, 공동 기술 연구 등을 통해 각 파트너사가 보유한 다양한 솔루션을 통합하고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완결성 있는 자율 주행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자율 주행 화물·여객 운송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를 위해 자율 주행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마스오토와 자율 주행 플릿(fleet : 차량군) 서비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마스오토는 고가 장비 없이 카메라 기반의 기계 학습 모델을 활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자율 주행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 솔루션을 공항 버스나 화물차 등에 설치해 도로 환경과 차량 제어 관련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자율 주행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지자체 등 정부 정책에 맞춰 고도화된 자율 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중·장기적 사업 협력에도 나선다.

자율 주행 서비스 상용화에도 도전한다. 올해 초 약 2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공항리무진과 서울리무진 지분을 확보했고 이를 이용해 간선 유인 자율 주행 시범 서비스와 글로벌 MaaS도 도입한다. MaaS는 이동 수단 정보를 통합해 최적의 루트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쏘카는 차량 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차량 관제 시스템(FMS)을 서비스화할 계획이다. FMS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해 차량 등 이동 수단을 운영하는 물류·운송 기업 등에 솔루션 형태로 제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다. 쏘카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기술을 우리만 사용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쏘카는 2020년부터 전략적 투자사인 자율 주행 솔루션 기업 라이드플럭스와 제주도에서 자율 주행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완전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제주공항과 쏘카스테이션 제주 구간을 오가는 자율 주행 셔틀 서비스도 진행 중이고 쏘카는 서비스 운영 경험과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자율 주행 관련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쏘카는 라이드플럭스의 솔루션에 쏘카의 FMS 기술력, 카셰어링 이동 데이터 등을 결합해 서비스 지역과 라인업을 점차 확대하며 본격적으로 자율 주행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 카카오가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상반기에 매출 3581억원, 순이익은 41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티맵모빌리티는 매출 814억원, 영업 손실 426억원을 기록했고 쏘카는 매출 1591억원, 71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IPO 역시 추진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부터 IPO를 준비해 왔지만 골목 상권 침해 논란으로 주간사 회사 선정이 미뤄지면서 IPO 추진 일정을 올해로 연기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매각 검토를 진행하면서 IPO를 잠정 중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매각 논란을 매듭 지은 만큼 상장을 다시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티맵모빌리티는 2025년까지 기업 규모를 키워 IPO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문제는 모빌리티 기업에 요구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이들의 대리 운전 사업은 최근 가장 큰 논란이다.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5월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대리 운전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기업들이 대리 운전 사업을 내놓았고 고객의 니즈가 있는데 이제 와서 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리 운전업계에서 계속 반발하지만 기업은 이미 사업에 투자한 만큼 어떻게든 서비스를 확장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 그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대리 운전 업체와 대기업의 마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