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심장’ 제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와 접전 끝 한국형 발사체 체계 종합기업 확정
발사체 엔진 체계 기업→발사체 종합 기업으로
한화그룹,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 핵심축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기술이전을 받을 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발사체 제작에서 발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기업이 된 것이다.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을 의미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의 스페이스X’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월 7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제43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고 누리호의 주요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조립 등을 총괄 수행할 ‘한국형 발사체 체계 종합기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정부 입찰 경쟁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계 종합기업은 누리호 연구 주관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협의해 한국형 발사체의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영 등 발사체 전주기 기술을 이전받게 된다.

항우연과 함께 2027년까지 누리호 3기 제작·4회 반복 발사를 수행한다. 한국형 발사체 1~3단 및 통합 발사체 제작을 주관하고 구성품 제작 참여 기업에 대한 총괄 관리도 수행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으로 불리는 75톤급, 7톤급 엔진을 비롯해 추진기관 공급계 자세 제어 시스템 등 핵심 시스템 개발과 나로우주센터의 주요 시험 설비 구축에 참여해 왔다.

이번 사업으로 체계 종합 역량까지 확보하면 향후 우주 발사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민간 우주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을 위해 전담 조직과 인원을 대규모 투입해 1년여간 치밀히 준비해 왔다“며 “20년 넘게 독자 발사체 개발에 참여해 온 실적과 국내 1위 방산 그룹으로서 확보한 체계 종합 역량, 우주산업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 우주사업 비전과 투자 전략을 명확히 제안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에 해당하는 75톤 엔진과 7톤 엔진을 제작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에 해당하는 75톤 엔진과 7톤 엔진을 제작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우연이 보유한 누리호의 차기 주인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한화그룹의 우주 항공 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삼성그룹의 방위 사업과 화학 계열사(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인수하는 ‘빅딜’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삼성테크윈)를 세우면서 우주 항공 사업의 역량을 강화해 왔다.

삼성그룹이 반도체,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LG그룹이 전기차용 배터리 등 주요 그룹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한 상황에서 우주 항공 사업은 한화그룹을 대표하는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2021년 초 그룹 내 우주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허브를 구축하는 등 우주사업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으며 한화그룹의 우주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김 부회장은 우주사업 분야 중 △스페이스허브-카이스트 우주연구센터 설립 △한화시스템의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OneWeb) 투자와 이사회 참여권 확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누리호 75톤급 엔진 제작 성공 등의 성과를 냈다.

(주)한화·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 등 한화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도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화는 고체연료 발사체와 위성추진시스템 등 우주 분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는 인공위성 개발 및 통신·정찰 등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