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걸어 다니는 기업의 광고판
넥타이 하나에도 경영 메시지 담겨 있어

[비즈니스 포커스]
 2023년 1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윤석열 대통령,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1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윤석열 대통령,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고경영자(CEO) 이미지(PI : President Identity) 전략이 재계 화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에 접어들면서 늘어난 대면 행사에 CEO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이끄는 CEO 이미지는 그 자체로 경영 메시지다. 또 기업과 조직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좌우하고 주식 가치 등 조직에 대한 가치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경비즈니스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해외 출장과 공식 행사에서 CEO들의 패션을 통해 이들의 PI 전략을 분석했다.

최근 주요 그룹 총수들의 이미지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넥웨어(neckwear) 연출이다. 목은 얼굴과 가장 가깝고 몸의 중심에 있어 가장 먼저 시선을 집중시키는 영역으로, 목 부분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이미지에 강한 영향을 준다. 특히 넥타이 룩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넥타이를 잘 매는 것은 삶에 대한 신실함을 보여주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넥타이는 기본적으로 개성이나 취향을 보여주지만 총수들의 넥타이 룩에는 경영 메시지도 담겨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는 “CEO들이 공식 행사의 성격과 기업의 미래 주력 메시지에 따라 색깔이나 패턴 또는 노타이 등 다양한 넥타이 룩을 통해 전략적인 이미지 변화를 추구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대통령과 정·재계 인사가 총출동한 2023년 1월 2일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4대 그룹 총수들은 각기 다른 넥타이 룩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남청색과 그레이블루 컬러의 체크형 레지멘탈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공식 회장 직함을 달고 총수로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영업이익이 급감한 삼성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재 영입과 기술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넥타이 연출을 통해 뉴 삼성에 대한 강한 추진력과 글로벌하고 클래식한 리더의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프린트 무늬가 있는 라이트그린 컬러 넥타이를 선택했다. SK그룹이 재계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ESG를 실천하는 리더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기후 변화·질병·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인들의 신뢰의 크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부드러워 보이는 프린트를 통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녹색을 통해 기후 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 의지를 넥타이로 어필했다고 박 대표는 분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라이트블루 컬러의 무지 넥타이를 착용했다. 2023년 신년사에서도 피력한 ‘도전을 통한 신뢰 구축’과 ‘변화를 통한 도약’을 표현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 대표는 “스마트하고 유연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무게감이 덜한 라이트블루를 선택해 도전과 변화뿐만 아니라 미래 도약의 이미지도 함께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구광모 LG 회장은 패턴이 없는 솔리드 다크와인 컬러 넥타이를 선택했다. 구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고객 가치 경영을 강조해 왔다. 박 대표는 “붉은색은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상징색으로 구성원들의 고객 가치를 모아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무늬가 없는 와인색 넥타이로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돋보기]
신뢰감을 주는 넥타이 연출법

‘넥타이’는 그 사람의 신분과 품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으로도 인식된다. 기원전 50년 고대 로마 병사들이 거친 갑옷에 목이 스치면서 상처가 나자 목에 ‘포칼(Focal)’이라는 이름의 긴 천을 휘감았다.

이 천이 액세서리 용도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656년 터키 전투에서 승리한 크로아티아의 장교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개선기념 시가행진에서 황제 루이 14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의미로 밝은색 실크를 목에 둘렀고, 이를 마음에 들어 했던 루이 14세가 왕실의 기장으로 사용하면서부터 이미지에서 중요한 수단이 되기 시작했다.

박영실 대표는 “CEO에게 넥타이는 자신의 비전과 정책 메시지를 함축해 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라며 “넥타이 착용 시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할 6가지 사항을 기억하고 연출하면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① TPO
넥타이를 선택하기 전에 시간·장소·상황(TPO)을 고려해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정확한 원샷 메시지가 무엇인지 더블 체크해야 한다.

② 넥타이 매듭은 긴장감 있게
넥타이는 정장의 V존(목 부위에서 상의 깃이 모아지는 가슴 중앙까지의 부분)에서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 연출에 가장 중요하다. 넥타이를 헐겁게 매서 셔츠 첫 번째 단추 부분 여백이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깔끔하고 긴장감 있게 매야 자신감 있어 보이고 품격 있어 보인다.

③ 본인의 목둘레에 맞는 셔츠 찾기
셔츠의 적정 목둘레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이 여유 있게 들어가는 정도로, 신체 치수에 2㎝를 더한 치수다. 넥타이를 아무리 잘 착용해도 셔츠 목둘레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이미지에서 신뢰감을 주기 어렵다.

④ 넥타이에 어울리는 슈트와 드레스셔츠 색상 선택
넥타이와 슈트, 드레스셔츠 색상은 최대 3가지 이하로 한다. 주의집중이 필요할 경우에는 차콜그레이 슈트에 짙은 와인색 넥타이를 선택하고 무난한 이미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크 차콜그레이 슈트에 라이트 차콜그레이 넥타이를 매치하는 등 톤온톤 스타일을 활용한다. 톤온톤은 동일한 색상을 사용하되 밝기 또는 채도가 다른 컬러들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⑤ 넥타이 폭과 매듭
재킷 라펠의 최대 폭과 넥타이의 최대 폭은 비례하는 것이 기본이다. 재킷 라펠 폭이 넓어지면 넥타이 폭도 넓어져야 한다. 셔츠의 칼라가 벌어진 정도에 맞춰 넥타이의 굵기와 노트의 크기도 비례하기 때문에 와이드스프레드 셔츠처럼 깃의 간격이 넓을 경우에는 넥타이 매듭도 윈저 노트처럼 굵게 매고, 레귤러 셔츠처럼 깃의 간격이 좁을 경우에는 넥타이 매듭을 플레인 노트처럼 작게 맨다.

⑥ 넥타이 길이는 벨트 위로
넥타이 길이가 너무 길면 게을러 보이고 너무 짧으면 경박해 보일 수 있다. 넥타이는 항상 벨트가 보일 듯 말 듯 한 위치에 올 수 있도록 연출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