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수요 늘면서 입찰 관심 커져…면세 대기업 4사 모두 참여할 듯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흥행에 실패하며 3년간 미뤄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객 수의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공항 면세점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한국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인천공항 면세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면세점 1위 사업자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세계 면세 시장을 이끌어 왔다. 이번 입찰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미루고 미룬 면세 입찰, 속도 낸다인천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다시 나선다. 코로나19 사태로 공항 이용객이 급감했지만 2022년 10월 2019년 대비 39% 수준의 여객 수요를 기록하는 등 점진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입찰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공사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인천공항 면세점 재도약의 계기가 될 이번 입찰은 면세업계의 애로 사항을 해소하고 향후 예상되는 각종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한 사업권별 품목 구성과 다양한 입찰 조건으로 구성됐다”고 강조했다.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의 총면적 2만4172㎡(약 7300평)가 입찰에 나왔다. 인천공항 전체 면세장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T1 면세점은 2020년 2월 입찰에 나왔지만 흥행에 실패해 공사에서 연기를 결정했고 이후 진행된 2020년 9월, 10월 입찰도 업체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공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T1 면세점의 입찰을 진행하려고 준비했지만 내부 논의에 따라 최근까지 별도의 추가 입찰을 진행하지 않았다. T2는 계약 기간이 올해 1월까지다. 이에 T1과 T2의 입찰이 동시에 진행된다.
사업권은 총 7개다. 일반 사업권에서 △향수·화장품·주류·담배 2개 △패션·부티크 2개 △부티크 1개 등 총 5개, 중소·중견 사업권에서는 2개다. 사업권 입찰에 중복 참가는 가능하지만 중복 낙찰은 안 된다.
업계에서는 주류·담배가 포함된 사업권 2개에 대한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측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와 담배 사업이 명품 부티크를 제외한 일반 패션 카테고리보다 수익성이 더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입찰 마감은 2월 28일 오후 4시까지다. 당초 2월 22일까지였지만 일부 내용을 수정하면서 마감 기한을 2월 28일로 6일 연장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대형 면세점 모두 참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결과는 총 두 번 발표된다. 입찰 제안서를 낸 사업자들이 공사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면 공사는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2개의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르면 3월 중순 전에 1차 발표되고 관세청에서 특허 심사를 끝내는 시점인 4~5월 최종 발표가 나온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는 7월 1일부터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자금력 앞세운 외국 기업 등장…업계 “우리도 경쟁력 있어”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고정 임대료 방식을 폐지한다. 그간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은 매출과 관련 없이 매달 공사 측에서 정한 일정 금액을 임대료로 내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임대료 산정 방식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업계에서 주장한 ‘영업요율’ 방식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대료 산정 시 매출을 연동하는 계산법(매출×영업요율)으로, 매출이 줄면 임대료도 감소하고 매출이 늘면 임대료도 늘어나게 된다. 영업요율 방식은 사업자 부담을 덜지만 공사 측에서는 매출 편차가 커질 수 있어 도입을 꺼려 왔다.
이에 따라 새로 도입한 것이 ‘여객당 임대료’다. 월 여객 수를 곱해 임대료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영업 환경 변화, 매출 실적 등과 관계없이 약정한 여객 1인당 임대료를 공사에 납부해야 한다. 기준은 공항공사가 발표하는 ‘인천국제공항 항공 통계’ 기준으로 국제선 출발 여객(환승 여객 포함) 수다.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취급하는 사업장의 여객당 임대료는 최소 5346원으로 책정됐고 패션·부티크 사업장은 1863원, 부티크 사업장은 1056원으로 결정됐다. 인천공항에서 사업을 원하는 면세 업체들은 공사가 정한 최소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정 임대료보다 부담은 덜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사실 여객 수와 면세점 매출은 크게 관련이 없다. 모든 고객들이 공항에 올 때마다 면세점에 들르는 것도 아니다. 또한 면세점에 들른다고 하더라도 구매 단가가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입찰은 흥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권을 기존 15개에서 7개로 통합 조정하고 계약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했다. 한 번 사업장을 확보하면 향후 10년간 별도의 재계약 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업황이 회복되는 것도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면세점협회의 ‘산업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 면세점은 지난해 1월 여객 수 65만1740명, 매출 1조1619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12월 여객 수 126만5776명, 매출 1조3440억원까지 늘었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외국 기업의 참여 여부다. 1월 12일 진행된 사업 설명회 당시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한국 대형 면세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과 스위스 듀프리토마스줄리면세점 등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서관 1층 대강당에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CDFG의 결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듀프리는 한국 기업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김해국제공항에서 면세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CDFG는 이번 사업 설명회 참여가 처음이다.
CDFG의 강점은 ‘자금력’이다. CDFG는 한국 면세 시장이 급격히 축소된 2020년 세계 1위로 올라섰고 최근까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CDFG의 한 해 매출은 93억6900만 유로(약 12조원)에 달한다. CDFG와 듀프리는 인천공항 면세점 진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면세 경쟁력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간혹 글로벌 사업자가 각국 현지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그건 현지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다. 한국은 면세점 운영 능력 등에서 검증된 사업자가 많다. 사업자를 선정할 때 자금력만 보는 것이 아닌 만큼 한국 사업자가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설명회만 참여했을 뿐이고 실제 입찰까지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입찰 제안서를 낸다면 외국 기업들이 얼마나 써낼지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유찰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항 면세 사업권이 예전처럼 매력적이지 않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인천공항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적자를 보는 구조였다. 당시에는 시내 면세점 업황이 좋아 공항 면세점의 적자가 어느 정도 상쇄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시내 면세점도 상황이 좋지 않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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