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 국가 문화가 다양성 저해
한국은 이슈 발생시 직접 개입 없는 관찰자 유형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다양성 정책의 한계를 논할 때 오랫동안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지위를 강조해 온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한다. 글로벌 컨설팅사 플레시먼힐러드가 8일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DE&I)에 대한 보고서 ‘DE&I 디코디드’에서도 유사한 트렌드가 발견됐다.
리포트 내 한국 부문에 대한 설명.사진=플레시먼 힐러드
리포트 내 한국 부문에 대한 설명.사진=플레시먼 힐러드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본인이 속한 국가의) 시장이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다. 일본은 응답자 과반이 일본이 다양성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 다음 응답률이 많았던 국가는 한국이다.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다양성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치 부문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 응답자 유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DE&I 개념이 익숙하다는 응답은 78%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은 다양성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강력하게 지지하거나 적극 개입하기보다는 관여하지 않는 관찰자 역할을 유지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어떠한 이슈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답한 관찰자 유형은 한국에서 37%로 관찰자 유형으로 분류된 국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DE&I DECODED 보고서 갈무리.
DE&I DECODED 보고서 갈무리.
한국도 인종 차별 문제 제일 커

그렇다면 한국인이 인식하고 있는 가장 큰 다양성 문제는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인종 차별(41%)을 꼽았다. 이어 장애인 차별(28%), LGBTQ 집단에 대한 차별(28%), 여성에 대한 성폭력, 괴롭힘(25%) 등이 꼽혔다.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다양한 사회적 배경의 개인에게 공평하고 동등한 개발 기회 부여(61%)’, ‘소수자에 대한 배려(55%)’ 등 공평, 평등에 대한 공감대는 높게 형성됐다. 하지만 ‘이민자 및 난민에 대한 지지(17%)’나 ‘동성혼에 대한 찬성(16%)’과 같은 구체적인 주제에는 다소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도 관찰할 수 있다. 이에 김효성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이사는 “국내 DE&I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아젠다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며, “지속적인 대화와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태지역 내에서도 DE&I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지위나 고용상태, 소득 등을 포함한 경제적인 형평성이 주된 개선사항으로 논의됐다. 린 앤 데이비스 플레시먼힐러드 아태지역 총괄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DE&I 가치에 대해 소통하고자 하는 기업은 먼저 지역별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는 아태지역 브랜드 및 기업을 위한 DE&I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DE&I에 대한 소통 강화, 두 번째로 목표 수립 및 전략적 실행, 세 번째는 편안한 소통 환경 조성, 마지막으로는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구축이다.

마이클 리너먼 플레시먼힐러드 TGI 아태지역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적절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아태지역의 요구가 높음을 볼 수 있었다”며 “기업 내 DE&I 리더는 이러한 요구를 감안한 맞춤형 실행 계획을 세우고, 트레이닝,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