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로펌 선전...가온, 스마일게이트·넥슨 사건 등 대리 ‘눈길’
LG·SK 등 상속·이혼사건 소송에 스타급 변호인단 대거 출격

대법원 전경/자료=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전경/자료=대법원 홈페이지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수조원대 상속사건이 잇따르며, 소송전을 대리하는 로펌들의 면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법조계 최고 관심사 중 하나는 지난 4월에 시작된 6조 원대 자산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재판이었다. 배우자인 이모 씨가 권 CVO가 보유한 자산 중 최소 3분의 1 이상을 요구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어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권 CVO는 법률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화우를, 배우자 이씨 측은 법무법인 숭인·가온·존재 등을 법률 대리인단으로 내세웠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는 권 CVO의 창업 시점이 결혼 이후인 탓에 양측이 재산분할을 놓고 치열하게 공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욱이 회사 성장에 대한 이씨의 기여도가 얼마나 인정받는지에 따라 역대급 재산분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씨는 스마일게이트 창업 당시 지분 30%를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창업 후 한 달 뒤인 2002년 7월부터 11월까지 대표이사를, 2005년 3월부터 12월까지 이사를 맡기도 했다.

무엇보다 업계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소송에 걸린 재산의 규모가 역대급으로 클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 등 복잡한 법적 쟁점이 엮여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로펌업계 관계자는“소송에서 승소하면 수백억원의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해당 로펌에 대한 홍보 효과가 크다”며 “상대적으로 대형 로펌보다 중소형 로펌들이 더욱 치열하게 사건을 수임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양상”이라고 귀띔했다.

스마일게이트 사건처럼 중소형 로펌의 선전도 눈길을 끌고 있다. 로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상속이나 이혼 분쟁 상당수가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의 내밀한 문제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인 프라이버시 보장에 공을 들이는 특정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소 규모의 부티크 로펌들의 경쟁력이 상당 부분 어필하고 있다.

실제로 법률 시장이 좁은 한국의 경우, 기업의 가족 간 분쟁이 벌어지면, 관련 정보와 내용이 알려지는 리스크도 적지 않다. 주주 개인 간 분쟁이 되면 고도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면서도 비밀을 철저하게 유지해줄 수 있는 부티크 로펌들로 상속사건 수임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법조계 안팎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상속 이슈는 넥슨의 고(故) 김정주 창업자 케이스다.

정부는 넥슨의 고(故) 김정주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넥슨 그룹 지주회사(NXC) 지분의 가치를 4조7000억여원으로 판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토대로 물납 자산 처분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NXC 전체 지분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천190주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 김 창업자의 유족들이 물려받은 지분의 일부를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했기 때문이다. 물납은 상속인이 일정 요건에 따라 현금 대신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절차다.

국세청은 지분의 가치와 신고 금액의 적정성을 검토한 뒤, 전날 물납된 상속세를 4조7000억여원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물납된 지분의 가치를 4조7000억여원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국세청은 조만간 기재부에 이 같은 상속세 결정 결과를 통지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국세청의 결정을 토대로 물납 지분을 처분하는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처분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돼 공개 매각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처분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세외수입으로 분류돼 국고에 귀속된다.

평가 금액대로 순조롭게 매각이 이뤄진다면 세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 재정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납 주식은 비상장주식이라 시장을 통한 거래가 어려워 처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처분 대상 자산의 가치가 매우 높은 경우엔 자산을 쪼개 매각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적절한 구매자를 찾지 못한다면 당초 평가한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청의 상속세 결정 결과를 전달받는 대로 물납 주식 처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다만 처분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 한 로펌관계자는 “법무법인 가온이 넥슨 상속 케이스를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서 가온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재판을 맡은 것을 필두로 상속과 신탁 등 조세업무에 특화된 부티크 로펌의 섬세한 법률자문으로 이번 일을 수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넥슨 소송의 경우 가온이 지닌 신탁 기반의 자문 능력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로펌 관계자는 “넥슨 사건의 경우 김 창업주가 지난 2월 말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상속세 문제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들의 미래까지 고민해야 하는 복잡한 상속 이슈였다”면서 ‘가온의 경우 조세 부티크 특유의 강점과 상속, 증여, 신탁, 가업승계, 후견 및 가족 간 분쟁 관련 신탁을 활용한 원스톱 서비스가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상속분야 명가들의 활약도 여전하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진행 중인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경우 상속분야의 스타급 변호사들의 맞대결로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여사 측은 헌법재판관 출신인 강일원 케이원챔버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구 회장 측 대리는 율촌이 맡고 있다. 강석훈 대표변호사가 직접 소송 준비를 지휘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태원 회장과의 소송 1라운드에서 패소한 뒤 대리인단을 새로 꾸렸다.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출신 김기정 변호사와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김수정 리우 대표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글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