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출근룩' 찾는 남성 늘었다…무신사서 검색량 급증

(사진=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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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90년대 그룹 DJ DOC가 부른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1997년 4월에 발매돼, 그해 9월 가요 프로그램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어떤 장소든 정해진 복식이 있다는 건데, 조금 자유로워도 괜찮지 않겠냐는 내용입니다.

25년이 흐른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대기업이 앞장서 '쿨비즈(자율복장)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눈치를 보며 잘 입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옆 사람이 안 입고, 상사도 안 입으니까요. 그런 부담을 이겨내고 자유롭게 입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원이 몇이나 될까요. 물론 IT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판교는 예외고요.

그런데 요즘 출근용 반바지를 찾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6~7월 자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반바지'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가량 증가했습니다. 반바지는 쪼리(플립플랍)와 반소매 티셔츠의 뒤를 이어 남성 고객이 세 번째로 많이 찾은 검색어로 나타났고요.

'데님 버뮤다 팬츠'의 검색량은 120% 이상 증가하며 가장 높은 관심을 얻었다고 합니다. 버뮤다 팬츠는 영국 해군 군복에서 유래한 디자인으로, 열대나 사막 등 더운 지역에서 입기 위해 바지통이 크고 아래로 넓게 퍼진 것이 특징입니다. 무신사 관계자는 "버뮤타 팬츠는 기장도 무릎을 가릴 정도로 비교적 긴 편이라 데일리룩으로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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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에서 떠오르는 브랜드들도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버뮤다 팬츠를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습니다. 남성 패션 브랜드 '인템포무드'는 버뮤다 팬츠 2종을 발매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20대 남성 고객을 중심으로 높은 구매율을 보이며 지난 5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4천 점 이상 판매됐다고 합니다.

무신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폭염이 찾아온 가운데 실용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남성 고객층을 중심으로 '반바지 출근룩'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여름에는 특히 와이드 핏과 빈티지한 데님 소재가 돋보이는 반바지가 무신사 인기 상품 랭킹 상위권에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반바지 출근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취업준비생 14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에 참여한 Z세대 취준생의 57%가 '자율복장제 시행 여부가 중요하다'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선호하는 유형으로는 '비즈니스 캐주얼(42%)'과 '자율복장제(41%)'가 비슷하게 나왔고요. 반면, '정장'이라고 응답한 취준생은 전체의 17%에 불과했습니다.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도 이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성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과도한 노출은 선호하지 않거든요. 대신 '반바지' 정도는 이제 출근복으로 입어도 괜찮지 않냐는 거죠. 응답자의 절반은 회사에서 허용 가능한 복장의 범위를 '반바지(48%)'라고 답했습니다. 25년 전부터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다'고 외쳤는데, 이제 반바지 정도는 입어도 되지 않을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