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이익·영업이익률, 코로나19 이후 최대치 달성
핵심 타깃층 20대(Z세대)로 설정…홈쇼핑 줄이고 온라인 강화
한국에서는 컬래버레이션 전략…해외에서는 Z세대 접점 확대에 집중

애경산업 에이지투웨니스 제품. (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 에이지투웨니스 제품. (사진=애경산업)
‘10.03%.’ 애경산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률은 8.73%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0.6%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애경산업의 성과가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다.

애경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166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주력 사업부문인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사업에서도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결과다. 뷰티업계 만년 3위인 애경산업이 알짜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이미지 변신의 결과다. 견미리 팩트 등으로 굳어진 ‘홈쇼핑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 세계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를 위한 브랜드로 변신하려는 시도가 성공한 것.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애경산업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21억원과 영업이익 16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3%, 295.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30% 이상 뛰어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애경산업의 매출을 1590억~1600억원, 영업이익은 120억~14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시장 컨센서스와 증권사 추정치를 크게 웃돌았다”며 “지난 분기까지 생활용품 부문이 이익 증가를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화장품의 수익성까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록한 최대 실적이다. 2020년 3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에 그쳤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올해까지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성장,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국내외 디지털 채널 강화 등을 통해 매출과 이익이 개선되는 성과를 얻었다”며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분기 최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애경산업의 사업부문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나뉜다. 화장품 사업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성장한 611억원, 영업이익은 134.8% 증가한 97억원이다. 화장품 사업은 국내외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냈다.
애경산업 에이지투웨니스 제품. (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 에이지투웨니스 제품. (사진=애경산업)
생활용품 사업부문의 매출은 10.6% 늘어난 1010억원, 영업이익은 6800% 급증한 69억원이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지속 개선, 채널 다변화 등 구조적 개선을 통해 지난 1분기에 이어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연속으로 달성했다.

화장품 산업이 공통적으로 면세 채널과 해외 사업에서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도 애경산업은 긍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애경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업계 2위(매출 기준)인 아모레퍼시픽을 크게 뛰어넘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454억원과 영업이익 5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사업에서는 3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해외 사업에서 327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해외 사업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1%도 안 되는 0.60%에 그쳤다. ‘아줌마 브랜드’ 아닌 ‘MZ세대 브랜드’로애경산업이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달성한 것은 2019년 1분기(12.8%) 이후 17분기 만이다. 화장품 부문의 해외 사업은 국가와 채널 다변화 등을 통해 두 자릿수 성장했다.
생활용품 사업도 성장세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지속 개선, 채널 다변화 등 구조적 개선을 통해 지난 1분기에 이어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연속으로 달성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에서 애경산업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과거와 달라진 마케팅 전략의 결과다. 애경산업 측은 “자사 몰, 유통 채널 등에 적합한 제품 출시와 전략 카테고리 육성으로 타깃 고객층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이 언급한 타깃 고객층은 ‘20대’다. 전 세계 Z세대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제고,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경산업은 ‘아줌마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2012년 론칭한 에이지 투웨니스(AGE 20'S)의 견미리 팩트가 홈쇼핑에서 흥행하면서 회사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주 시청층이 40~60대인 홈쇼핑 매출이 늘어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견미리 팩트는 애경산업이 모델로 기용한 중견 배우 견미리 씨를 앞세워 홍보한 ‘커버 팩트’의 별칭이다. 실제로 2015년 홈쇼핑 파운데이션 1등, 2016년 한국마케팅협회 선정 ‘홈쇼핑 화장품 부문 1위’, 2017년 브랜드 고객 만족도 조사 홈쇼핑 화장품 부문 1위 등에 오르면서 입지를 구축했다.
애경산업 바이컬러 제품. (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 바이컬러 제품. (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은 최근 전략을 바꿨다. 한국에서는 협업 전략을 통해 젊은층의 관심을 끌어냈다. 올해는 제이와이제이인터네셔널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드롭드롭드롭’과 두 차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감각적인 디자인 패턴 기반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변경했다. 드롭드롭드롭의 대표 모양인 클로버와 사랑스러운 꽃을 나열한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았다. 이전에는 견과류 전문 기업 길림양행과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에이지투웨니스의 ‘노블 글로우 커버 쿠션’과 ‘노블 커버 새틴 쿠션’은 내부 매출 기준 직전 분기 대비 약 191% 증가했다. 또한 브랜드몰에서 에이지투웨니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22% 증가했다. 애경산업 측은 “팩트, 쿠션, 선카테고리 등 전략 상품을 안착시키는 등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젊은층을 확보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타깃 지역인 중국에서의 매출이 회복세로 전환된 것도 이러한 전략을 펼친 결과다. 애경산업은 올해 3월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 단독 브랜드관 ‘루나 뷰티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 인지도를 높였다.

더우인은 중국의 대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 현지 Z세대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더우인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1조5000억 위안(약 274조원)이다.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 206조4916억원(통계청 기준)을 크게 뛰어넘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우인에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며 “현지 젊은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2021년 5월 일본에 처음 진출한 애경산업은 ‘K-콘텐츠’의 주 시청층인 2030세대를 먼저 확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라쿠텐과 큐텐재팬에 우선 진출해 입지를 확보했고 일본 배우이자 MC인 ‘하마구치 준코’, 아이돌 그룹 HKT48 전 멤버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무라시게 안나’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홈쇼핑 사업은 전략적으로 축소했다. 젊은층뿐만 아니라 주력 소비자인 중·장년층의 이탈로 시장이 침체된 게 가장 큰 이유였고 젊은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한 게 둘째 이유였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TV홈쇼핑 7개 법인)의 방송 매출은 전년 대비 3.9% 감소한 2조8998억원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TV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49.4%로 집계됐다. TV홈쇼핑의 매출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화장품 방송 편성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고 한국 시장의 매출에서 디지털과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등 채널의 매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변하면서 우리도 홈쇼핑보다 디지털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