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수산물 섭취 포비아로 이어져
당장은 매출 늘었지만 사재기 등 일시적 요인
대형마트 추석 선물 세트 판매에 영향 가능성도
대형마트업계도 마찬가지다. 이커머스업계와의 차별화를 위해 신선 신품을 강화하고 있는데 수산물은 매출 비율이 높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3분기 매출을 책임질 추석 대목까지 앞두고 있다. 조기와 굴비 등은 매년 마트에서 내놓은 선물 세트에 포함된다. 오염수 논란으로 매출 타격이 발생하면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이제 곧 추석인데” 대목 앞두고 떠는 대형마트일본 정부가 8월 24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8월 22일 개최된 각료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으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이라며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뤄져 국제 사회의 정확한 이해가 확실히 확산되고 있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일본에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13일 제1 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 위한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발표하고 처음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수산물 섭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역의 색깔이 변하는 사진이 확산되면서 공포감까지 조성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도쿄전력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결과 이 사진은 8월 24일 오후 1시 5분 정도에 촬영됐다”며 “실제로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나온 시점은 1시 13분으로, 방류로 인해 사진의 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시간적으로 전후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은 우리 해역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방류 이후 3개 해역, 15개 지점에서 해양 방사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 먹는 물 기준치 대비 훨씬 낮아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대형마트업계의 우려도 심화하고 있다. ‘수산물 섭취 포비아(공포증)’가 퍼지면 점포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8월 28일 기준 포털 사이트에 ‘수산물 섭취’를 검색하면 맘카페를 중심으로 ‘수산물 먹을 거냐’, ‘걱정된다’, ‘아이들 급식을 앞으로는 잘 확인해야겠다’ 등 섭취를 우려하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수산물은 대형마트업계의 핵심 카테고리다. 대형마트 점포 매출에서 과일·채소·정육·수산 등 신선 식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약 30% 수준이고 신선 식품 매출 가운데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다.
더 큰 문제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는 선물 세트 예약 판매 등으로 통상 한 달 전부터 제수용과 선물용 수산물 소비가 증가한다. 이 기간 굴비(조기)·명태·문어·돔류·오징어·갈치·참돔·가리비 등 대부분의 수산물 판매가 늘어난다.
대형마트업계가 지난해 추석에 판매한 선물 세트 가운데 수산물 선물 세트가 차지한 비율은 10~20%다. 3분기는 프리미엄 선물 세트의 판매가 늘어나며 명절 특수 효과를 누리는 기간이다. 통상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 대비 증가하는데 선물 세트 판매의 영향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으로 수산물 선물 세트의 판매가 줄어들면 3분기 실적에도 타격이 생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염려하는 마음은 이해한다”며 “그래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품질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방사능 검사를 확대하는 등 더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늘었지만 앞으로가 문제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고객들을 위해 점포 현장에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국 점포 수산물 코너에는 ‘국내 수산물은 안전합니다’, ‘정부의 방사능 검사 결과를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현장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해양수산부에서 진행하는 방사능 검사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이마트는 자체 방사능 검사 결과표, 안심 안전 고지물 4종 등을 추가로 안내하고 있다. 사전 비축 수산물 판매, 일본산 수산물 미취급 등에 대한 내용이다.
특이한 것은 방류가 결정된 직후 오히려 대형마트의 수산물 매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업계에 따르면 의무 휴업일(8월 27일)을 제외한 주말(8월 25~26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멸치와 건해산물(황태·마른안주 등)은 30~60%, 건해조류는 70% 늘었다.
업계에서는 매출이 늘어난 것이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멸치 등 건어물과 미역 등 건해조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소비 기한이 비교적 길어 보관이 용이한 만큼 사재기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수치에 대해 “오염수 방류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먹자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최근 수산물 구매가 늘어난 것에 대해 ‘라스트 댄스(마지막 기회를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수산물 구매가 늘었다는 기사에 대해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먹었다’, ‘이 수치가 결코 좋은 게 아니다’, ‘한동안 안 먹을 생각으로 이번에 먹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마트업계의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현재 대형마트업계는 이커머스업계의 영향력 확대로 고전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매출 3조9390억원, 영업 손실 2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고 영업 손실 폭은 커졌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매출 1422억원, 영업 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온·오프라인 1위로 올라선 온라인 플랫폼 쿠팡은 올해 2분기 58억3788만 달러(약 7조7000억원)의 매출과 1억4764만 달러(약 19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심지어 최근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고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산물 소비 감소가 장기화되면 대형마트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커머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신선 식품 비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특정 품목의 매출 감소가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커지고 있다.
신선 식품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점포 신뢰도가 더 높아 대형마트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카테고리로 꼽힌다. 대형마트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리뉴얼 점포에서 공산품 판매 면적을 줄이고 축·수산물 전문관을 신설하거나 신선 식품에 할애하는 매장 면적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 기한이나 신선도를 직접 확인하고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 채널에서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수산물은 중요한 품목이다. 고객들이 소비를 줄이면 우리 매출에도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니터링을 통해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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