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 12차, 두 달만에 10억원 오른 실거래 기록
2년 전 조합설립 인가 후 정비구역 지정 앞둬

[커버스토리 : 압구정 현대아파트]
설계사 선정한 압구정 현대, 기대감에 신고가 행진 [압구정의 귀환①]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다양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강남의 상징이자 부촌의 상징이었고, 때로는 투기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재건축 논의가 시작되며 은마아파트 등과 함께 재건축의 상징이 됐다.

이런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들썩이고 있다. 논의가 시작된 지 20여 년 만에 재건축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설계업체가 선정된 2구역 아파트는 한두 달 새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이 오르고, 최대 단지인 3구역은 서둘러 설계업체 재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 최고의 신축 아파트 단지로 변신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의 현황과 향후 전망, 쟁점을 살펴봤다. 재건축 시세 반영하는 실거래가, 사업 어떻게 돼가고 있나?
재건축이 속도를 내자 기대감에 일부 아파트는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6월 51억원에 실거래된 압구정 현대12차 전용면적 155㎡짜리가 8월 61억원과 61억5000만원에 두 차례 손바뀜됐다. 같은 단지 110.82㎡ 아파트도 6월 36억원에서 지난 9월 44억원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이처럼 초고가 아파트가, 그것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상태에서 여러 차례 상승 거래를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설계사 선정한 압구정 현대, 기대감에 신고가 행진 [압구정의 귀환①]
탁월한 입지 조건에, 1만 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 또 국내에서 볼 수 없던 최고급 단지가 탄생하리란 기대감, 속도 내는 재건축 절차 등이 가격 상승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최고급 단지에 대한 기대감은 공개된 설계안 영향이 크다. 압구정 현대12차가 속한 압구정2구역은 지난 6월 압구정에서 가장 먼저 세계적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참여한 ‘베르사유궁전’ 테마의 설계안을 채택, 공개했다. 바로 옆 3구역도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국내 유명인사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를 ‘총괄 설계관리자’로 영입하기로 결정하며 설계 경쟁에 합류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미성, 한양 포함) 재건축은 총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한남대교부터 신사중학교까지 미성 1·2차 아파트가 1구역, 바로 옆 ‘신현대’라 불리는 압구정 현대 9·11·12차 아파트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감싸며 2구역에 속해 있다. 동호대교 남단과 성수대교 남단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3946가구의 ‘구현대’는 3구역이다. 성수대교 넘어 압구정 현대8차와 한양 3·4·6차 아파트는 4구역이며 한양1·2차는 5구역, 갤러리아 백화점 동쪽 한양 5·7·8차 아파트가 6구역이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구역들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며 속도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건축에는 다양한 걸림돌이 있어 예상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 자체가 긴 인허가 과정의 연속이므로 예상보다 지체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또 구획부터 설계까지 서울시 등 공공부문이 깊숙이 관여해 반기를 든 여론 또한 존재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기부채납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가장 빠른 2구역, 속도 내는 3구역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재건축 진행 상황은 아직 초기단계다. 말이 나온 지 20년이 흐른 2021년 상반기 들어서야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떤 곳도 정비구역 지정을 받지 못했다. 통상 안전진단 통과 후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이후 조합설립으로 이어지지만 압구정은 조합이 먼저 설립된 케이스다. 앞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해도 건축심의와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등 중대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 가장 진척이 빠른 곳은 신현대아파트(압구정 현대 9·11·12차)가 속해 있는 2구역이다.
17만2000㎡가 넘어 3구역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현재 디에이건축을 설계업체로 선정, 가구별 희망평형을 조사까지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2구역은 아파트 외에 상가가 모두 도로변에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쉬워 가장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수현대’라 불리는 압구정 현대 8차와 한양 3·4·6차가 포함돼 있는 4구역도 디에이건축에 설계를 맡기기로 했다. 4구역 면적은 약 10만8000㎡다. 디에이건축은 미국 칼리슨RTKL, 국내의 가람건축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칼리슨RTKL은 반포 1·2·4구역, 버버리 플래그십스토어, 더현대서울 등의 설계에 참여한 업체다.

압구정 재건축 구역 중 ‘대장주’ 위상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3구역은 설계업체를 재선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2구역보다 진척이 늦어지게 됐다.

3구역에는 ‘구현대’로 불리는 압구정 현대 1~7차, 10·13·14차 아파트와 3개 빌라 단지(현대빌라트·대림빌라트·대림아크로빌), 그리고 부지 내 상가들이 속해 있다. 총 면적은 2구역의 2배가 넘는 36만㎡에 달한다. 입지도 압구정지구의 중앙이며, 북쪽으로는 한강변 쪽으로 둥글게 돌출돼 있는 지역이다.

300억원 설계비를 내건 3구역 설계업체로는 희림건축 컨소시엄이 뽑혔지만 서울시가 퇴짜를 놨다. 경쟁사와 일부 조합원이 법원에 ‘설계사 선정 및 대의원회 계약체결 위임건’에 대한 총회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들은 희림건축의 설계안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허용 용적률인 300%가 아닌 360%에 달한 데다 주거단지에 ‘소셜믹스’ 개념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재공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희림건축 등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희림은 재입찰에도 참여해 1차에 참여했던 해안건축과 재대결을 벌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3구역이 복잡한 구성을 갖고 있어 2구역보다 재건축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안에 신사시장과 금강쇼핑센터 등이 자리잡고 있고, 교회도 있어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밖에 한양1차와 2차로 구성된 압구정 5구역은 현재 설계 공모 신청을 받고 있으며 11월 조합원 총회를 통해 설계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반면에 미성 1·2차 아파트가 있는 1구역, 한양 5·7·8차가 있는 6구역은 아직 조합설립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압구정의 귀환② 공공이 지켜보는 최고 브랜드, 규제는 '양날의 검'>에서 계속


<압구정의 귀환>

① 설계사 선정한 압구정 현대, 기대감에 신고가 행진
② 공공이 지켜보는 최고 브랜드, 규제는 '양날의 검'
③“1대1 재건축 공약 지켜라” 신통기획 반대 의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