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전국 아줌마 12만명 모은 꿀 알바 강홍민의 굿잡 │ 매거진한경

양경임 청소연구소 청소매니저

“고객님 제가 청소한 걸 보고 사랑고백을 할 뻔 했다네요. 그만큼 제 청소실력이 좋았다는 거겠죠.(웃음)”

가사노동이 직업으로서 인정받는 세상이 됐다. 물론 70~80년대에도 파출부·가사도우미라는 이름으로 남의 집 살림을 봐주는 직업이 있었으나 최근 'New Job'으로 30대 이상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홈클리닝 플랫폼 ‘청소연구소’는 2017년 설립 첫해 1500명의 청소매니저를 시작으로 올 초 10만 명을 돌파, 현재 12만 명의 매니저가 등록해 활동 중이다. 서비스 초기 50~60대 중장년층 사이에서 꽤 쏠쏠한 소일거리로 입소문이 퍼진 청소매니저는 최근 30~40대 주부들에게도 인기다.

바쁜 현대인들의 주거를 홈클리닝을 통해 쾌적한 환경으로 변화시켜 주는 이 직업은 매뉴얼화 되어 있는 청소시스템에 파트타임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 청소가 처음인 초보라도 교육과 실습을 통해 청소 베테랑으로 거듭날 수 있다.

작년 초 청소매니저에 입문한 양경임 씨 역시 청소와의 인연은 처음이었다. 그간 두 아들을 키우며 농사부터 마트 캐셔, 중소기업 영업사원 등 산전수전 공중전을 견뎌 온 양 씨에게 청소매니저는 숨겨져 있던 재능을 찾은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고객의 집이 지저분할수록 설레인다는 독특한 매니저 양경임 씨를 만나 ‘청소매니저’의 세계를 들어봤다.

청소매니저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지인이 예전부터 저에게 이 일을 해보라고 권유했었어요. 그 전까지 이일, 저일 닥치는 대로 했었는데 막상 처음엔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고민을 좀 하다가 교육이나 한번 받아보자는 마음에 시작한 게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죠.”

교육이 괜찮았나 보군요.
“너무 재밌었어요. 교육도 그렇지만 매니저로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안했으면 후회할 정도로요.(웃음)”

신청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청소매니저는 30세부터 70세까지 여성만 가능합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50~60대 여성이 많이 신청했는데, 최근에는 30~40대 젊은 주부들의 신청이 늘어났다고 들었어요.”

매니저 선발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우선 청소 매니저 신청자들은 신원확인 등을 위해 현장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서비스인으로서 소양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인성면접을 진행한 뒤 합격자에 따라 교육을 실시하게 됩니다.”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표준화된 전문 청소 방법을 배워요. 청소를 의뢰한 고객의 집 안 구조가 다 다르기 때문에 공간별 청소방법 그리고 앱 사용법을 배우는 교육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엔 홈 시스템이 다 달라서 불 켜는 법, 문 여는 방법부터 전자기기 다루는 법을 모두 익히고 가야해요.”

전자기기 작동법을 몰라 당황하는 경우도 생기겠네요.
“맞아요. 처음 하는 매니저들은 작동법 미숙으로 당황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바로 본사에 연락하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줘 문제는 없어요.”

주로 어떤 고객들이 서비스를 신청하나요.
“바쁜 현대인들 중에서 청소가 시급한 분들이 의뢰를 많이 하세요. 혼자 사는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 아이들이 있는 집, 3대가 모여 사는 집 등 다양해요.”

고객과의 매칭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고객이 앱으로 서비스를 신청하면 매니저들이 선택해 매칭이 됩니다. 반대로 고객이 매니저 스케줄을 보고 신청할 수도 있고요. 매니저들은 지역과 가구 형태를 고려해서 선택하고, 정해진 날짜·시간에 맞춰 방문합니다.”
“거실-주방-방-화장실 등 집안 곳곳을 청소···물티슈, 장갑, 앞치마 등 청소도구는 필수”
서비스 영역은 어떻게 되나요.
“청소매니저의 영역은 거실, 방, 주방, 화장실 등으로 나눠져 있어요. 기본적으로 먼지 제거부터 쓰레기 등을 수거·배출을 하게 되죠. 주부들은 아시겠지만 집 안 대청소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방문하자마자 세탁기 돌리고 각 영역대로 청소를 시작하죠. 빨래가 다 되면 건조기 돌려놓고 다른 일 하고요. 신경써야할 곳도 있어요. 주방이나 화장실의 경우 찌든 때가 많잖아요. 기름때나 물때를 정리하고 곰팡이가 있는 경우도 제거합니다. 침구류는 돌돌이로 먼지를 제거하고 청소가 다 끝나면 청소기로 마무리를 합니다. 고객이 요청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데, 다림질, 냉장고 청소 이 두 가지예요. 그 부분도 원하시면 해드리죠.(웃음)”

기본적으로 청소 도구를 가지고 다녀야겠네요.
“그렇죠. 물티슈나 장갑, 앞치마 등등 청소에 필요한 도구는 저희에겐 필수죠. 간혹 수세미를 오래 쓰는 집들이 많아요. 서비스 항목에 들어가진 않지만 새 수세미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제가 방문한 집에 하나씩 놔두고 옵니다. 저만의 서비스 차별화죠.”

서비스 영역에 정리정돈은 포함되지 않나요.
“서비스 정책상 청소만 해당됩니다. 그렇지만 제 성향상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걸 잘 보지 못해서 재활용박스를 활용해 수납공간을 만들어 놓죠. 식탁이나 부엌에 보면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이 앞에 나와 있거나 정리가 안 돼 있으면 깔끔하게 정리해 둡니다.”

청소하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요.
“보통 서비스 시간은 4시간인데, 그 안에 다 못하는 경우도 있긴 해요. 지금 제가 맡고 있는 고객들은 거의 대부분이 정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라 어떤 부분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안내해 드리고 다음번에 마무리를 해두고 있습니다.”

정기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나요.
“제가 맡고 있는 분들은 거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에요. 처음 하시는 분들 중에 일회성으로 이용하는 분들도 있긴 한데, 만족도가 높아 구독 전환률이 높은 편이에요. 가격도 구독이 좀 더 저렴하고요.(웃음)”

그동안 몇 가구나 맡으셨어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했어요. 보통 하루에 한 두 가구를 하니까 한 달 기준(20일) 20~30가구 정도 청소를 합니다. 처음엔 평일, 주말할 것 없이 했었는데, 이제 적응이 돼서 평일에만 하고 있어요.”

청소할 때 고객은 집에 있는 편인가요.
“최대한 집을 비우시려고 해요.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청소시간에 밖에 나가 있으려면 힘들거든요. 그래서 되도록 동물들을 집에 두라고 얘기해요. 제가 동물을 좋아하거든요.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문제없어요.(웃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집에 계시는 분들도 있는데, 매니저들이 일할 땐 전혀 상관없습니다.”

청소 전문가이시니 청소 팁을 알려주세요.
“요즘 곰팡이가 집안 곳곳 생기잖아요. 그럴 땐 곰팡이 제거제나 락스를 휴지에 적셔서 몇 시간 붙여 놓습니다. 이후 다 쓴 칫솔이나 솔로 닦아내면 말끔히 사라져요. 그리고 창틀에 쌓인 먼지 역시 휴지에 물을 적셔 불려놓으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요.”

워낙 많은 곳을 청소하셨으니 기억에 남는 고객도 있을 것 같아요.
“현관문을 열었는데 잘 열리지가 않는 거예요. 봤더니 쓰레기가 문을 막고 있었던 거죠. 전 그런 집을 보면 난감하기보다 막 설레요. “나한테 딱 걸렸어” “어떻게 손을 봐줄까” 이런 마음이 생겨요.(웃음)”

진심이세요.
“정말이에요. 사실 오피스텔에서 서비스 요청하는 분들 중에 간혹 그런 집이 있어요. 그런 집을 보는 순간 이걸 빨리 치워서 제가 확보한 공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나 아니면 아무도 못한다는 마음으로요.(웃음) 너무 재미있거든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월수입에 회사 지원 혜택까지 쏠쏠”

청소매니저의 매력은 뭔가요.
“우선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매니저가 하고 싶을 때 날짜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요. 한 달에 한 건만 해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죠. 개인적으로 몇 개의 부업을 하는데, 그걸 하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겐 큰 장점이죠. 그리고 청소매니저로 근무 경력(월단위 시간)이 쌓이면 회사에서 지원하는 혜택이 달라져요. 대출지원부터 자녀 대학 입학·결혼 축하금 등 매니저 멤버십 혜택이 있어 쏠쏠합니다.”

월수입은 어느 정도예요.
“월 190~200만원 선이에요. 많이 버는 분들은 300~350만원도 있고요.”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 중에는 불만 민원을 넣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한테 직접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은 없었어요. 근데 서비스를 만족 못하는 고객도 있을 수 있죠. 신경써서 꼼꼼하게 했는데, 왜 이렇게 했냐부터 이건 왜 안했냐 등등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청소하다보면 물건이 없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청소하다가 귀금속이나 돈이 나올 경우엔 화장대나 식탁같이 쉽게 보일 수 있는 곳에 놔두죠.”

파출부-가사도우미에서 청소매니저로 인식의 변화가 생기는 과정인데요. 그럼에도 주변의 선입견은 없었나요.
“그래서 처음에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근데 교육을 받고 매칭이 돼 일을 해보니 제 적성과 너무 잘 맞았어요. 일하면서 힘들다기보다
빨리 치우고 싶은 맘이 솔직히 더 커요. 그리고 청소된 집을 보고 만족해 하는 고객을 보면 일에 보람도 느끼죠.”

청소매니저가 갖춰야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객의 입장에선 남에게 집을 내보이는 거라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신뢰를 주기 위해선 성실함, 부지런함, 꼼꼼함이 있어야겠죠.”

어떤 분들이 하면 좋을까요.
“우선 매니저 자격요건이 30대에서 70대 여성으로 돼 있어서 조건만 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알바로 하는 분도 있고, 시부모님이랑 사는데 집에 있기 싫어 하루에 두 타임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어요.(웃음) 큰 자격이 있어야 하는 일이 아니라서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청소매니저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음··· 저희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번 경험해 본 분들의 만족도가 높아 정기 서비스를 신청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그리고 현대인들은 바쁘잖아요. 집안일은 전문가의 손에 맡기고 편하게 생활하셨으면 좋겠어요.”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