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브랜드, 푸마의 귀환
해외 패셔니스타 에밀리 라타이코스키 착용하며 관심 커져
스피드캣, 1999년 푸마서 처음 선보인 레이싱화

"뭐? 그 촌스러운 게?" '푸마 스피드캣'의 화려한 부활[최수진의 패션채널]
1년 전, 이 제품을 신었다면 주변에서 촌스럽다는 얘기를 했을 겁니다. "넌 아직도 그런 걸 신니"라는 말도 나왔겠죠. 어디서 사냐는 질문부터 아직도 그 모델이 나오냐는 질문까지…. 그날의 가장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됐을 겁니다.

어떤 제품에 대한 얘기냐고요? 바로 '푸마 스피드캣'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피드캣에 대한 이미지가 딱 그랬거든요. 쨍한 색감 때문에 유독 더 촌스럽게 느껴지는 마법. 보자마자 20년 전 중고등학생 시절의 추억까지 소환되는 바로 그 운동화.

우선, 푸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푸마는 1948년 루돌프 다슬러 손에서 탄생한 독일의 스포츠 브랜드입니다. 참고로 루돌프 다슬러는 아디다스의 창립자인 아돌프 다슬러의 2살 차이 형입니다.

형제가 어머니의 세탁실에서 같이 신발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견 다툼이 잦아졌고 형제 사이가 안 좋아지게 됩니다. 특히, 1933년 이들 형제가 나치 당원이 된 게 시발점이 됩니다.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나치에 가입했지만 종전 후 전범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서로를 탓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거죠.

그렇게 동생은 아디다스를, 형은 푸마를 키우면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겁니다. 혹자는 이들을 두고 '독일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장 사이가 안 좋은 형제'라고도 부르기도 하고요.

푸마는 1980년대 미국에서 특히 인기를 얻었습니다. 스트릿 댄서들이 스웨이드 재질의 운동화를 즐겨 신기 시작하면서 푸마의 스웨이드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푸마는 미국 스트릿 문화를 대표하는 운동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00년대입니다. 수년간 부진을 겪어온 푸마는 2007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를 보유한 케링그룹에 넘어갑니다. 시장에서는 푸마의 가치가 한화로 9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 케링그룹의 인수가는 53억유로(약 7조원)에 불과했고요.
"뭐? 그 촌스러운 게?" '푸마 스피드캣'의 화려한 부활[최수진의 패션채널]
한국에서는 모두가 알듯, 2000년대 인기를 누렸죠. 그 중심에 바로 '스피드캣'이라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푸마가 1999년 처음 선보인 레이싱화입니다. 스포츠카에 영감을 받아 전체적으로 슬림한 디자인에 외관 전체는 스웨이드 재질로 덮여있습니다. 푸마는 스피드캣을 '푸마 모터스포츠의 심장'이라고 부를 만큼 아낍니다.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씩 신어봤죠. 내가 안 신었다면 내 옆의 친구가 신었던 그 신발입니다.

20년 전 '유행템(유행하는 제품)'이 2024년에 다시 뜨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해외에서 가장 핫한 패셔니스타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영국 출신의 1991년생 모델인데요, 그가 선택한 모든 게 유행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 인물입니다. 모든 스케줄에 파파라치가 따라다닐 정도로 인기도 있고요.

지난해 12월에도 뉴욕 한 거리에서 파파라치 사진이 찍혔는데, 이때 라타이코프스키가 신었던 신발이 스피드캣입니다. 블랙 컬러에 신발 앞부분에 푸마 로고가 그려진 제품이었는데요. 이후에는 레드 컬러를 다시 한 번 신으면서 스피드캣이 '유행템'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기도 했죠.

요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조금씩 스피드캣 관련 게시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년 전 그 신발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나이키도, 아디다스도 아닌 '푸마 스피드캣'의 귀환이라니….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