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의 지인해(엔터테인먼트·레저, 미디어·광고), 키움증권의 허혜민(제약·바이오), 메리츠증권의 하누리(생활소비재(화장품, 의류 등)·교육), 최설화(글로벌 투자전략-중국·신흥국), 하나증권의 전규연(원자재) 애널리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중 하누리 애널리스트는 2019년 하반기 첫 베스트에 선정됐다. 애널리스트로 데뷔한 지 2년 만의 성과였다. 이후로 그는 4년 연속 베스트를 놓치지 않았다. 2023년 상반기 조사에서 단 1명의 여성 애널리스트가 나왔는데, 그가 하 애널리스트였다.
하 애널리스트는 런던 카스경영대를 졸업했다. 2014년 애널리스트 사관학교로 불리는 당시 KDB대우증권에서 애널리스트를 시작했다. 2018년 KB증권으로 이동해 첫 베스트를 달았다. 2022년 상반기엔 섬유의복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지켜냄과 동시에 생활소비재·교육 부문에서 1위를 추가했다. 2관왕의 영예였다(지금은 섹터 통합).
그의 강점은 명확한 투자 의견과 신속한 대응에 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생활소비재 업종에서 관련 사안을 최대한 빠르게 파악·분석해 시장과 소통한 것이 그를 소비재 업종의 여왕으로 만들었다. 어느덧 6년 차. 시장은 여전히 하 애널리스트를 최고라고 평가한다. 2위 애널리스트와의 점수 차도 크다. 2021년 상반기엔 제약·바이오에서 스타 애널리스트가 탄생했다. 키움증권의 허혜민이다.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2021년 상반기 첫 베스트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조사에서 3위였던 그는 단번에 1위를 꿰찼다. 이후 2023년 상반기를 제외하고 베스트를 연이어 따냈다.
조지아주립대 금융학을 졸업한 그는 제약사 종근당에서 국내외 IR을 담당하는 일을 했다.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회사를 설명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IR 업무를 담당하며 어린 시절 꿈이었던 애널리스트를 잊지 못해 제약사를 나와 증권사 RA로 뛰어들었다. 하이투자증권, 옛 KTB투자증권을 거쳐 2015년 지금의 키움증권과 연을 맺었다.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의 특성상 전문성이 타 업종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의 제약사 출신 이력은 큰 강점이다. 거기에 금융학을 졸업해 기업 분석에도 탁월하다. 지금도 시시각각 급변하는 제약·바이오 기술 발전의 흐름을 날카롭게 포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비만의 메가 트렌드를 포착해 작성한 분석 리포트가 큰 호평을 샀다. 앞으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산업 동향을 분석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국내외에 두루 식견을 닦은 허 애널리스트의 강점이 빛을 발할 시간이기도 하다. 2022년 상반기에도 또 다른 샛별이 등장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다. 지인해 애널리스트는 2022년 상반기 미디어·광고 부문에서 첫 베스트를 달았다. 신한투자증권에 둥지를 새로 틀자마자, 미디어·광고 부문에 데뷔하자마자 얻은 성과였다. 특히 미디어·광고 부문의 베테랑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를 앞선 결과였다. 신예 대 베테랑의 경쟁은 치열했다. 그후로도 1, 2위를 앞다투며 라이벌전을 펼쳤다. 2022년 하반기, 2023 상반기에는 이기훈 애널리스트에 베스트를 내줬지만, 2023 하반기의 승자는 탈환에 성공한 지 애널리스트다.
두 사람의 경쟁은 미디어·광고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레저 부문으로도 확장됐다. 2023 하반기 조사에서 지 애널리스트가 엔터테인먼트·레저 부문의 첫 베스트를 따내면서 2관왕의 영예도 가져갔다.
지 애널리스트의 강점은 즐기는 자다. 그는 미디어·광고, 엔터테인먼트·레저의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탑승해 업계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2023년에는 에스엠의 메가급 인수전을 지켜본 것이 그의 흥미를 돋구었다. 지 애널리스트는 “K팝이란 무형자산의 기술력과 지식재산권(IP)의 힘을 확실히 증명한 해였다”며 “2023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대표 업종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업종으로 엔터산업이 자리 잡은 만큼 훌륭한 섹터를 맡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최설화 애널리스트와 하나증권의 전규연 애널리스트는 2023 하반기 조사에서 새롭게 별을 달았다. 두 사람이 첫 별을 달며 여성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기존 지인해, 하누리, 허혜민 등 1~3인에서 5인으로 확대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설화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투자전략-중국·신흥국 부문에서 베스트에 올랐다. 그의 별명은 ‘여의도 최고의 중국 전문가’다. 그도 그럴 게 중국에서 나고 자란 중국 국적의 애널리스트다. 연변과학기술대 경영정보학을 졸업한 그는 한양대에서 재무정보학 석사를 따고 2010년 한국투자증권에서 애널리스트의 첫발을 뗐다.
그동안 베스트와의 연은 쉽게 닿지 않았다. 막강한 라이벌이자 ‘중국통’으로 불리는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와의 경쟁은 쉽지 않았다. ‘만년 2위’의 설움은 2023 하반기에서 이겨내며 첫 1위의 영광을 얻었다.
그는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숫자 이면의 사실을 얻어내는 데 강점이 있다. 이는 다른 국가와 달리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중국에서 특히나 강력한 장점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2023년 중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악으로 부진했다”며 “올해 반등의 시점과 논리를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부문에서 첫 1위에 올랐다. 2020년 상반기 원자재 부문이 신설된 이후 지난 4년간 남성 애널리스트의 독주가 펼쳐진 분야다. 전 애널리스트는 2022년 상·하반기 4~5위로 톱5에 자리했지만 1위와의 차이는 ‘넘사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2023 상반기 2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한 그는 마침내 반기 만에 1위에 오르며 ‘베테랑’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독주를 막아섰다.
전 애널리스트는 이화여대 경제학 석사를 딴 경제통이다. 지금은 하나증권에서 국내외 경제분석과 원자재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와 원자재 부문을 동시에 담당한 것이 그의 강점이 됐다. 팬데믹 이후 원자재 시장이 세계경제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시적 환경에 밀접하게 연동되며 변동성 높은 흐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넓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원자재 시장의 펀더멘털을 분석한 것이 그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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