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상담실은 이 민원을 제품 개발 파트에 넘겼다. 동서식품은 때마침 1인용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일부 직원은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이 아픈 아이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동서식품은 혼자 먹을 수 있는 컵 시리얼을 출시했다. 전화는 했지만 잊고 있던 와중에 제품 출시 소식을 들은 아이 엄마는 다시 동서식품에 전화했다. "아이를 위한 제품을 내놓아줘서 감사하다"는 취지였다.
동서식품은 새해를 맞아 이 아이를 위해 시리얼 3박스를 편지와 함께 보내줬다. 제품을 받은 아이 엄마는 이 사연을 지난 8일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아들이 2023년 2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감염 위험 때문에 평상시 먹는 모든 음식을 살균, 소독해야 하고 우유, 과자도 진공포장 제품만 먹어야 해서 개봉하고 2시간이 지나면 먹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아이가 먹고 싶어하는 것을 사줘야 했지만 상황은 곤란했다. “항암 치료를 받고 있어서 많이 먹을 수도 없어서 남은 과자들은 전부 가족들의 몫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대용량 과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난감했다.“ 동서식품에 전화를 하게 된 배경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동서식품 시리얼 마케팅팀은 상품과 함께 보낸 편지에 “제품 개발에 대한 의견 제시에 감사하다”며 “자녀분께서 쾌차하셔서 세상의 다양한 음식과 행복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한 해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동서식품으로부터 시리얼을 받은 아이 엄마는 “동서식품 감사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동서식품 시리얼 마케팅팀의 편지와 ‘코코볼 컵’ 제품 3박스 사진을 올리며 감사를 전했다.
이 게시물은 다른 SNS에도 공유되며 연초 따뜻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저 또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소포장 된 시리얼이 먹고 싶었는데 출시되어서 동서식품과 A씨의 가족들에게 감사하다”을 남겼고 “동서식품이 소비자의 작은 의견도 반영해주는 좋은 기업이다”라는 댓글도 있다.
동서식품이 소용량 시리얼 제품 개발을 시작한 것은 아픈 아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1인 가구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중간에 전해진 소식은 제품 개발팀에 또다른 의미를 부여해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 사연을 잊지 않고 아픈 아이를 위해 제품을 보내준 마음에 대해 소비자들의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동서식품측은 이 얘기가 과도하게 포장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동서식품은 사회의 곳곳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 또한 자연스러운 기업과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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