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니 상위 1% 부의 독식, OECD 통계, 경제지표들을 쭉 나열하고는 과거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모두 사후확증편향에 빠진 것이다. 잘못된 것은 맞지만 과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과거에 집착하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최상의 행복 가치로 여기게 되었다. 자신의 부의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좋아하고, 국가의 부보다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에 존경하는 학자 중에 한 분으로 이어령 교수가 있다. 이어령 교수는 대한민국의 국문학자, 소설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사회기관단체인, 관료이자 정치인으로서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소설가, 시인이자 수필에 희곡까지 써낸 작가이고 기호학자이다. 이분의 말씀 중에 지금까지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구절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을 한 방향으로 뛰게 하면 일등은 한 명이고, 360도로 방향으로 뛰게 하면 360명의 일등이 존재한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교육의 병폐 중 하나인 서열식 교육의 문제와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하고자 하는 고심된 표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최근 정부는 올해 고3이 대입을 치르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3058명으로 동결된 정원에 큰 변화가 생기는 만큼 대입에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의대가 이공계 인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가의 중추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인재난이 우려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간디 화장터’인 ‘라즈가트라’에는 간디가 손자 ‘아룬 간디’에게 남긴 글 ‘사회를 병들게 하는 7가지 악덕’이 있다. 첫째, 철학 없는 정치이다. 정치가 무엇인지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권력욕, 정권욕에 사로잡혀 통치한다면 국민은 불행하다는 것이다. 둘째, 도덕 없는 경제이다. 경제는 모두가 다 함께 잘살자는 가치가 깔려 있어야 하고 가진 자의 무한 탐욕은 억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노동 없는 부(富)이다. 이를 불로소득이라고 하는데, 열심히 일해 소득을 얻는 이들의 근로의욕을 말살시키고 노동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의 창출이 방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넷째, 인격 없는 지식이다. 교육이 오로지 실력 위주로만 집중될 때 인성 없는 인간을 양산되는 것으로, 교육은 잘난 사람 이전에 잘된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즉 인격 없는 교육은 사회적 흉기를 양산하는 것만큼 위태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이다. 자연환경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AI 등 몰인간적 과학기술은 인류를 결국 파멸의 길로 인도할 위험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윤리 없는 쾌락이다. 삶의 즐거움은 행복의 기본 선물이므로,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좇는 무분별한 쾌락은 타인에게 혐오와 수치를 주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곱째, 헌신 없는 종교이다. 종교는 타인을 위한 헌신과 희생, 배려와 봉사를 가르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최고의 가치라고 하였다.
개인의 부(富)는 국가의 경제 정책과 상황에 따라 춤을 춘다. 그만큼 나라 살림이 좋아지면 행복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어령 교수님의 말씀처럼 한 방향으로 흐르는 정책보다는 360도로 국민들을 뛰게 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경쟁력과 국가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영혼 없는 지식과 인격 없는 실력자로 가득 찬 국가를 생각하면 앞날이 더욱 걱정된다. K-방산의 주역 기업 담당자의 한숨 쉬며 “우리나라 제조업은 누가 지킵니까”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고 있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 현 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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