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호(號)’를 함께 이끌 사장단 진용도 완성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주총을 앞두고 2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주력인 철강사업을 이끌던 김학동 부회장과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 2선으로 물러났다.
김학동 부회장과 이시우 사장 공동 대표이사 체제였던 포스코는 이시우 사장이 단독으로 이끌게 됐다.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부사장이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으로, 전중선 전 포스코 사장이 포스코이앤씨 사장으로,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이 포스코퓨처엠 사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5년 전 최정우 회장과 경합…재수 끝에 회장 타이틀 차지
장 내정자는 포스코에서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지낸 ‘정통 철강맨’이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장 내정자에 대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그룹의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확실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고 평가했다.
2018년 차기 회장 선출 당시에도 유력 후보로 꼽히며 최정우 현 회장과 ‘최종 2인’에 올라 경합을 벌였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그룹의 철강부문 전체를 총괄하는 철강부문장을 맡았으며, 2021년 3월 임기만료로 포스코그룹을 떠났다. 퇴임 이후 포스코 자문역을 수행해왔다. 현직 시절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 중심 행보로 ‘덕장형 리더’로 평가받았다. 주력과 신사업 모두 부진…탈탄소 대응도 시급
그의 앞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실적 버팀목인 철강과 신성장동력인 2차전지 소재 모두 업황 둔화로 실적이 부진한 만큼 철강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2차전지 소재 등 미래 신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 영향으로 전년보다 9.2% 감소한 2조830억원으로 집계됐다. 태풍 힌남노 당시 냉천 범람에 따른 제철소 침수 여파가 있었던 2022년(2조2950억원)보다 좋지 않았다.
포스코그룹의 실적 기반이 되는 것도 여전히 철강사업이다. 지난해 철강 부문의 매출은 63조5390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2차전지를 비롯한 친환경미래소재의 실적은 4조8220억원에 그쳤다.
철강업계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조강 생산량 세계 3위였던 포스코는 2021년 6위(4296만 톤)에서 2022년 7위(3864만 톤)로 떨어졌다. 포스코의 라이벌이자 세계 4위인 일본제철은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US스틸 인수로 1위 중국 바오스틸, 2위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3위에 안착했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이 미국 자동차용 강판시장의 60%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포스코가 자동차강판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완수하는 것 역시 장 내정자의 과제다. 이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고도화, 전기로 등 친환경 설비 투자 강화를 통해 철강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도 있어 트럼프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미국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 철강 제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재집권에 성공하면 당시보다 보호무역과 고율관세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그룹 차원에서 비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며 2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에 집중해왔지만 ‘장인화 체제’에서는 사업의 중심축이 2차전지 소재에서 철강으로 다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장 내정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이라며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차전지 소재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그룹의 중장기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사장은 지난 1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차전지 관련 사업이 진전된 것은 주주들과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새로운 회장 선임 이후에도 투자를 되돌린다거나 방향을 크게 바꾸거나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세왕’ 트럼프 재선과 사법 리스크는 변수
포스코그룹은 2022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기존 철강 중심 이미지에서 탈피해 2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미래소재 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리튬·니켈·흑연 등 2차전지 소재 원료부터 전구체·양극재·음극재·차세대 배터리 소재까지 생산, 공급하는 밸류 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형주 가운데 만년 저평가 기업 꼬리표를 달고 있던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핵심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급등해 지난해 7월 포스코그룹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소재 사업 성장에 힘입어 자산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롯데를 제치고 재계 5위를 탈환했다. 포스코그룹의 자산 총액은 2022년 96조3490억원에서 2023년 132조660억원으로 35조원 넘게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포스코홀딩스로 총 11조3324억원어치에 달했다. 2022년 말 31만3000여 명이던 포스코홀딩스 소액주주 수도 지난해 3분기 기준 76만4000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리튬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고점 대비 주가가 43% 빠지며 반토막 난 상태다.
정부와의 관계 회복도 당면 과제다. 공기업이었던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도 돌연 교체되는 흑역사가 되풀이돼왔다. 역대 포스코 수장 8명 가운데 정권교체 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최정우 현 회장이 유일하다.
문재인 정부 때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해외 순방과 경제계 신년 인사회 등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에 초대받지 못해 임기 내내 ‘패싱(배제)’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장 내정자는 정치 중립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해외 호화 이사회 논란 등으로 장 내정자가 사외이사들과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만큼 내부 갈등을 수습하는 과제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장 내정자는 2019년 포스코 사장 재직 당시 사내이사 자격으로 사외이사들과 중국 호화 이사회에 참가했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와 최정우 회장 등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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