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참가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27일 개최된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는 '행정지도'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총 사업비 규모가 8조원에 이르는 KDDX 건조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방사청의 결론으로 2025년 발주 예정인 KDDX 수주전은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과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개발비 1조8000억원, 건조비 6조원 등 총 7조8000억원을 들여 우리 해군의 6000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KDDX는 선체부터 전투 체계, 다기능 레이다 등 핵심 무기 체계를 비롯해 각종 무장까지 모두 한국 기술로 개발한 전투 체계를 탑재해 한국형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린다. 한국 최초로 ‘통합 전기식 추진 체계’가 적용된다.

이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건조 수주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이 수주했다. 2020년 기본 설계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0.0565점 차이로 한화오션을 누르고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됐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의 특수사업부 소속 직원 9명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2012년 수행한 KDDX 개념 설계 자료를 촬영해 내부 서버에 공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2018년 기소됐고 2022년 11월 1심에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방위사업청 무기 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불공정 행위 이력 감점(1.8점)을 받게 됐다.

방사청의 HD현대중공업 KDDX 입찰 참가 제한 안건 심의를 앞두고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의 울산상공회의소는 국가계약법 제27조에 따른 제척 기간(5년)이 이미 지났다며 방사청에 선처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가 지역구인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KDDX 군사 기밀 절도 사건을 대한민국 방위산업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방사청에 엄격한 심의를 당부한 바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