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매매 거래량·가격 모두 반등 못 해
주택공급 부족에 중장기적 상승 가능성 남아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도시형 생활주택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도시형 생활주택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2월 부동산 통계는 일부 시장 관계자들이 품었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개발호재와 규제완화 효과는 다소 일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격 하락폭은 줄었지만 시장 참여자 다수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는 못했다.

일부 강남권 핵심단지가 여전히 수백 대 1로 청약 흥행기록을 쓰는 가운데 그 온기는 확산되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적인 주택공급은 위축되고 있다. 분양 물량이 줄고 있는데도 미분양이 쌓이면서 갈수록 시장에 부담을 주는 분위기다. 아파트 거래량
3월 6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 건수는 2만215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만3042건이 거래됐다. 아직 집계되지 못한 거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전년 동월 대비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올해 1월에는 3만2128건이 거래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월 30일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이 시작되며 2월부터 본격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난데 따른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 또 올해 시행된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2023년 신생아부터 적용되는 등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대상이 적어 주택 거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1년 만에 거래량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이었다. 지난해 2월 한 달 동안 아파트 매매 거래 383건을 기록했던 송도동은 전국에서 가장 거래가 많은 지역이었다. 그런데 올해 같은 기간 거래량은 3월 6일 기준 93건에 그쳤다.

송도국제도시가 자리한 이 지역은 인천 일대에서 주거선호지역으로 꼽히는 데다 수도권광역철도(GTX-B) 착공 등 호재가 다양하다. 그럼에도 최근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송도랜드마크시티 내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4차’를 비롯해 부동산 상승기 당시 높은 가격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일명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매매·전세 시세
거래량이 뚜렷하게 회복되는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자 매매가격 역시 하락을 이어갔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11% 떨어졌다. 지난 1월 기록한 –0.16%에 비해 하락폭은 줄었지만 큰 흐름은 여전하다.

전세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만 가팔랐던 상승폭은 완만해지는 분위기다. 올해 2월 전세가격 상승률은 0.12%로 전월보다 0.02%포인트(p) 하락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0.19%였던 매매가격 증감률은 –0.12%로 소폭 높아졌다. 특히 주거 수요가 많은 강남에선 집값 하락세가 다른 지역보다 급격히 둔화되는 한편, 전세는 다른 지역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11개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은 –0.10%, 전세가격 증감률은 0.32%로 서울 및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분양·입주
부동산R114가 집계한 2월 분양 물량은 1만8646가구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3만1245가구였던 아파트 분양은 올해 1월 2만1595가구로 1만 가구가량 감소한 바 있다. 그동안 수도권 물량을 책임졌던 경기도에서도 분양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10월 1만7543가구로 정점을 찍은 경기도 분양 가구 수는 11월 9707가구, 12월 1만3396가구, 올해 1월 1만545가구로 1만 가구 가까이를 유지했으나 2월에는 3336가구가 공급됐다.

같은 시기 입주 또한 2만9520가구로 전월 3만9857가구 대비 1만 건 이상 감소했다. 서울 입주 물량은 593가구에 불과했다. 1월 1만6724가구에 달했던 경기도 입주 가구 수도 1만1817가구로 약 5000가구 줄었다. 주택 분양과 매매 시장이 불황을 지속하고 있으나 이 같은 입주 물량 감소로 인해 당분간 전세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아파트 공사 기간을 고려할 때 최근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서 입주 아파트 부족 현상은 앞으로 심화할 전망이다. 당장 입주할 새 아파트가 점차 부족해질 경우 이 같은 수급 문제가 전세는 물론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청약경쟁률·미분양
얼어붙은 매수심리, 주택시장의 봄 아직 멀어[월간 데이터센터]
지난 2월은 아파트 청약경쟁률의 서울 쏠림 현상이 한층 심화하는 기간이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월 전국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8.45대 1로 전월 9.73대 1 대비 소폭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서울 1순위 청약경쟁률은 무려 442.32대 1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 하락기에도 다시 한번 강남권 ‘로또 분양’ 열풍을 몰고 온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에서 나온 경쟁률이다. 메이플자이는 3307가구 대단지이지만 조합원분과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불과 81가구 일반공급 입주자를 모집했다. 게다가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속해 인근 시세 대비 10억원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서 총 3만5828건 청약신청이 몰려 역대급 분양 흥행을 거두게 됐다.

반면 부산, 대구, 울산, 제주 등 지방에서 미달이 나와 전체적인 청약경쟁률은 하락하게 됐다.
지방 청약시장이 회복되지 못하자 미분양은 지난해 12월 시작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같은 시기 준공 후 미분양도 함께 늘었다. 아파트를 다 지을 때까지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채 비어 있는 물량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6만2489호를 기록하며 6만 호를 돌파했던 전국 미분양 물량은 올해 1월 들어 6만3755건으로 1000여 건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 역시 지난해 10월 1만 채를 넘긴 가운데 매달 소폭 증가해 올해 1월에는 1만1363채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경북(TK)이었다. 올해 1월 대구에 적체된 미분양 주택 수는 1만124호로 전국 미분양 물량의 15.88%를 차지했다. 경북에서도 9299호가 집주인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전국 미분양 가구 수의 14.59%를 기록했다. 부산에서도 지난 1월 2997가구에서 2월 3372가구로 미분양 물량이 3000가구를 넘겼다.

한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남(1210호), 경남(1190호)에서 많았다. 주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서도 일부 지역에 남은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000호를 돌파한 경기도의 준공 후 미분양 가구는 12월 1089가구에서 한 달 만에 1182가구로 8.54% 늘었다. 폐업신고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행정공고를 보면 2월 전국에서 폐업신고된 건설업체 수는 총 298개로 1월 417개에 비해 감소했다. 이 기간 폐업신고를 한 종합공사업체는 41개에서 43개로 소폭 늘었다. 건축공사업과 토목공사업 등 종합공사업체는 통상 철근 콘크리트, 상하수도 등 하도급 공사를 하는 전문업체보다 등록 요건이 까다롭고 규모가 크다. 종합공사업체 폐업신고가 늘수록 건설업 전반의 위기는 확산할 전망이다.

지방 미분양이 적체되면서 중견건설사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남 나주에 연고를 둔 시공능력평가 105위 중견 건설사 새천년종합건설은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5곳으로 모두 광주·울산·경북·경남·제주 등 지방 소재 건설사로 알려졌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